활동가이야기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활동가이야기] 壬午(임오)에서 甲申(갑신), 그리고 乙酉(을유)를 기대하며
200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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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午년(2002년) 대한민국 월드컵 첫 4강 진출의 들뜬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었던 10월, 시민단체의 맏형인 ‘경실련’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처음으로 나의 시민운동이 시작되었다. 누구나 그랬듯이 나 역시 “하나의 작은 몸짓이 이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작은 기대감 속에 경실련에서 상근활동가로 시민운동을 시작한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짧고도 길었다고 할 수 있는 그 기간 동안 경실련과 경제정의연구소에서 일하며 느꼈던 점을 몇 자 적어 볼까 한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경실련에서 나 자신에게 주어졌던 일 중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성과평가는 평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 우수한 기업에 대해서는『경제정의기업상』이란 시상식으로 형상화가 되며, 금년이 14회 이다.『14회 경제정의기업賞』을 준비하면서 어떤 수상 기업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의 제고라는 경제정의기업상 취지에 맞게 저희 기업이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누구나 그럴 테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는 희열과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 더 잘 해 봐야지 하는 마음이 용솟음 치곤한다.


하지만 과거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상을 받았던 기업들이 사후에 불법정치자금제공, 불공정거래행위, 노사문제 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였을 경우 앞서 느꼈던 보람에 비해 몇 배로 아픔과 허탈감이 밀려온다. 심한 경우엔 “비윤리적인 기업들에게 상을 줄 바에는 뭣하러 시상식을 하냐?”라는 말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 보다 긍정적 측면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함부로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최근 불법대선자금제공 등의 많은 비윤리적 사건이 있었지만, 기존 대기업들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윤리강령, 윤리전담부서설치 등 윤리관련 프로그램들이 공기업, 중견기업, 선도벤처기업 등으로 많이 확대 되었다는 것과 대학들의 윤리경영 관련과목 도입,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증가 등이 긍정적 측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상 기업들의 사후 비윤리적 행위까지 사전에 미리 방지를 할 수는 없다. 향후 정부, 기업, 시민들을 대상으로 포럼 및 세미나 등을 통해 서로의 고충 및 의견을 듣고, 정부와 시민 그리고 기업들이 상생할 수 있는 노력과, 기업들에게 끊임없이 기업윤리,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육과 토론 및 감시를 해나간다면 앞서 말한 비윤리적 행태를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점차 줄여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기업들이여 정신 차려라!


국가경제의 종합적인 효율성은 구체적으로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기업단위의 국제경쟁력을 통해 나타난다. 스위스 IMD가 발표한 ‘2004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은 60개 나라 가운데 35위를 차지하였다. 경쟁력 측정의 부문별 순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경제성과면에서 49위, 정부 효율 면에서 36위, 기업경영 효율 면은 29위, 사회 인프라는 27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평가4개 분야별 10대 강점과 약점 중 취약항목을 보면 특히 기업경영효율성면에서 노사관계60위, 주식시장 자본화 55위, 기업이사회 53위, 주주가치 53위, 은행규제 51위, 경영진 신뢰성 51위 등 노동시부문장과 경영투명성 관련 항목 이 취약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윤리경영과 관련된 항목들이라 할 수 있다. 종종 평가를 하며 “동방예의지국이란 나라의 윤리수준이 이정도 밖에 되질 않는가?” 란 생각이 많이 들곤 한다. 


이제는 국가 경쟁력 면에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이 필 수 임을 알아야한다. 조직인 기업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법인격체로서 사회활동을 함에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할 사회적 의무를 지니고 있으며, 개인에 비하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현 국민들도 과거와는 달리 수준이 높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소비자를 우롱할 수 없으며, 정경유착도 더 이상 관행처럼 이루어 져서는 절대 아니 될 것이다. 정직,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한국기업들이여 제발 정신 차려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장 난 센서(Sensor)인가?


화재감지기나 전등 등 센서가 쓰이는 곳이 많다. 센서란 말 그대로 어떤 상항을 감지하여 반응하는 감지기를 말한다. 센서전등이 달린 건물에 있어봤던 사람들은 센서가 작동하지 않을 때의 불편함과 답답함을 느껴봤을 것이다. 시민운동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해 즉각 판별하여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 시민들은 얼마나 불편하고 답답해 할 것인가를 알아야 할 것이다. 덧붙여 감지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동으로 형상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3만 여개가 넘는 시민단체들 중 제대로 감지하여 운동하는 단체는 손가락으로 곱을 정도라 여겨진다. 아니 없을 지도 모른다. 경실련에 몸담고 있으면서 경실련이 고장 난 센서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어떤 사안에 대하여 제때 의견과 대안이 제시된 적이 없다. 시스템이 문제라면 뜯어 고쳐야 할 것이다.


물론 미시적으로 들어가 경실련이란 시민단체에 몸담고 있는 나 자신부터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운동의 맏형’이란 경실련의 명성에 맞게 앞으로는 고장 난 센서가 아닌, 정말 경제부정의와 시민들이 진정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에 대해 올바르고도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센서가 부착된 경실련이 되었으면 한다.       


甲申(갑신), 그리고 乙酉(을유)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재신임 발언, 총선 때 시민단체 출신인사의 정치권 대거 입성 및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 검찰의 불법대선자금수사, 쓰레기만두파동, 국내경기의 침체, 환율 하락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甲申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역경 속에 다시 우뚝 일어섰던 것처럼,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2004년 이었지만 다시 한 번 내년에는 힘차게 도약하는 대한민국과 경실련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과거 경실련에서 펴내었던 재벌, 금융, 노동, 환경, 정치개혁, 시민운동, 부정부패 등 26개 분야로 나누어진 ‘우리사회 이렇게 바꾸자’라는 책 내용처럼, 다가오는 乙酉(을유)년에는 경실련이 우리사회를 바꾸는 모멘텀을 제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민의 앞도 뒤도 아닌, 바로 옆에서 나란히 걸으며 말이다. (2005년 1월5일)


권오인 (경제정의연구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