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어제(2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은 우리나라 카드시장을 신용카드 중심에서 직불카드 중심으로 재배치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회적 비용이 높은 신용카드 발급을 규제하고 휴면카드를 정리하여 과도하게 남발된 신용카드 수를 줄이는 동시에, 직불카드의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해 직불카드 사용을 장려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신용카드시장의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들은 모두 다음으로 미루거나 빠뜨려, 정부의 시장구조 개선의지를 전혀 나타내지 못하는 한계를 나타냈다.

 

먼저, 이번 대책은 감독기관의 전형적인 뒷북 대책이다. 금융위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나라 신용카드 시장은 급속한 성장과정 속에서 카드 남발 및 남용, 가맹점 수수료 문제 등 경제․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부작용이 초래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카드사들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융감독기관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 기인한다. 카드 남발과 가맹점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감독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역할을 다했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들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을 것이다. 금융감독기관이 본연의 책임과 역할을 희피하여 문제를 키울대로 키운 상태에서 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한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뒷북대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현재 신용카드 시장의 가장 큰 현안 문제인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카드수수료 체계에 대한 개선방안을 담지 못했다. 가맹점과 카드사 간의 수수료율 마찰은 해마다 진행되었고, 이미 2007년과 2009년에도 불공정한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에 대한 개선을 위해 각종 연구와 용역을 진행했지만, 결국 번번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미 공고하게 굳어진 카드사 중심의 시장구조 하에서 정부의 강력한 개선의지 없이, 가맹점의 노력과 카드사의 자율의지만으로는 수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서도 카드사 스스로 2012년 1/4분기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번 종합대책에서 정부의 시장구조 개선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직불형 카드 사용활성화 또한 구체적인 대책없이 민관합동 추진단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직불카드의 소득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은 이미 발표된 내용의 재탕에 그쳤고, 전업카드사의 체크카드 발급을 높이기 위한 은행계좌 이용 허용 및 수수료 인하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전업카드사 입장에서는 신용결제에 의한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수익을 거두는데, 체크카드 등 직불형카드 사용활성화로는 이 같은 수익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직불형 카드 보급 기여 금융회사에게 정부포상을 추진하겠다는 등 현실성 및 실효성이 떨어지는 나열식 대책으로는 직불형 카드 사용을 절대 활성화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는 개선되지 못하고, 직불형 카드사용 활성화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금융당국은 계속하여 가맹점들의 요구에 등을 돌리고 있다.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한 교섭력을 확보해주지 못한다면, 결국 카드사에게 유리한 제도와 구조로만 재생산 될 뿐이다.

경실련은 금융감독기관이 현재 신용카드 시장에 대한 근본적 개선 의지가 있는지와 그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에 경실련은 신용카드 시장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과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먼저, 현재 신용카드 시장의 현안인 가맹점 수수료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이번 대책에서 금융감독당국은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 개선을 카드업계 스스로 마련토록 했다. 가맹점 수수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은 감독당국의 이와 같은 미온적인 접근 방식이었으며, 이 문제를 카드업계에만 맡겨서는 그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 결과 카드사들로부터 불공정한 위치에 놓인 중소가맹점들이 시위 등의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따라서 금융감독 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문제를 신용카드 시장의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될 과제로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둘째, 가맹점 공동이용망제도를 보완·개선하여 카드사 간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 제 23조에 따라 가맹점 공동이용망제도가 활용되고 있으나, 매출전표의 전자매입이 되지 않고 매출대금 지급기일이 일주일 이상 걸리는 등 제도 이용상의 불편함이 존재하고 있어 전체 카드가맹점의 0.2%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개별 카드계약과 공동이용계약 간에 차별을 두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카드사 간의 경쟁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그 효용은 가맹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셋째, 금융당국은 카드 가맹점의 교섭력을 확대하기 위해 가맹점 단체 설립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여신전문금융법 제18조의2 조항을 통해 “연간 매출규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업자와 가맹점수수료 등 거래조건과 관련하여 합리적으로 계약을 체결·유지하기 위하여 단체를 설립할 수 있다.”고 가맹점 단체의 교섭력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매출규모를 대통령령으로 연간 9,600만원 이하로 정하고 있어 실질적인 중소가맹점의 교섭력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

 

대형가맹점의 경우, 자신들의 엄청난 매출규모로 인해 자연스럽게 교섭력이 보장되지만, 나머지 중소가맹점은 카드업계에 대응하는 개별 교섭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위 조항을 통해 가맹점의 교섭력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맹점의 교섭력은 비단 연매출 9,600만원 이하 가맹점만 보장받아야 될 권리가 아니며, 따라서 모든 가맹점들이 자신들의 수수료율을 카드사와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가맹점 단체 설립 기준을 보다 완화하여, 가맹점주 누구나 가맹점 단체를 설립하여 카드사와 교섭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그러나 가맹점 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나 카드가맹점 시장을 오히려 혼란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 가맹점을 회원으로 확보한 단체로 한정하여 카드사와 가맹점이 합의에 의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수료율 협상이 실패할 경우,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을 고려해 정부, 여신금융협회, 가맹점 단체, 소비자 및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수수료조정위원회를 설치하여 협상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보완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미 소비자와 카드사 간의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으로 과도한 카드발급이 문제가 될 정도로 발전했지만, 그 사이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시장은 갑-을 관계처럼 불공평한 제도와 시장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도 신용카드 시장의 근본적인 구조 개편을 카드사 자율에 맡기려 하고 있다.

 

이미 오랜시간 동안 가맹점의 피해와 분노는 누적되어 왔고, 그로 인해 올 한해 카드 가맹점 단체들의 수많은 집회와 시위가 발생했다. 그 피해는 결국 카드 이용자인 국민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음을 깨닫길 바라며, 소비자와 카드사 간의 시장이 완전경쟁시장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가맹점과 카드사 간의 시장도 경쟁구조로 만들 수 있는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이 조속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