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미디어] 가족시간대 오락프로그램 모니터 보고서

1. 서론


과연 오락프로그램에서 허용되는 재미는 어디까지일까? 오락프로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수단과 방법상의 문제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최근 TV 방송이 사회적인 문제를 웃음으로 포장하고 개인의 사생활침해를 가볍게 여기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있다. 이미 사회적으로 여러 사람이 한사람 또는 소수를 집단 따돌림 하는 ‘왕따’현상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음에도 방송이 이를 웃음의 소재로 사용하여 가학적 문화현상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인권침해의 위험이 있는 이유로 몰래카메라 사용을 자제하려는 시사고발 프로에서의 움직임과는 달리,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는 오락프로그램에서의 몰래카메라의 남용문제는 연예인에서 일반시청자로 그 대상이 확대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TV속의 가학적 현상 등이 불특정 다수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고 부지불식간에 이를 답습하면서 방송에 의한 문화환경의 오염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회에서는 가학적 문화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가족시간대의 오락프로그램의 분석을 통해 방송문화와 그 영향력에 대해 고민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2. 분석기간 및 분석대상


1999년 2월 8일 – 1999년 2월 28일 


MBC : 21세기 위원회 (월요일 저녁 7시 30분)
KBS2 :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中 서바이벌 미팅 (토요일 저녁 6시) 
       슈퍼 TV!일요일은 즐거워 中 캠퍼스 영상가요 (일요일 저녁 7시)      
SBS : 기쁜 우리 토요일 中 스타 이런 모습 처음이야, 내가 원하는 참사랑 
(토요일 저녁 6시) 
        기분 좋은 밤 中 랭크실험실, 악마의 속삭임 (금요일 저녁 9시 50분)


3. 분석내용


1) 타인의 불행, 나의 행복? – 신체적 심리적 폭력양상


다른 사람의 신체적인 고통이나 수치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인간 본성에 내재된 잔인한 심리가 그대로 표출된 때일 것이다. 다음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타인의 불행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가학적 심리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례 1>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전북대학교 편 中 ‘커플 이벤트’(2월14일 방영 분)


커플 이벤트는 각 학교를 찾아가 대학생들의 인내와 의지를 실험하고자 하는 취지로 진행되는 코너이다. 각 커플들이 지시한 내용대로 따라 가장 오래 버티는 팀이 승리한다. 진행 : 강호동 


내용 : “까치까치 평균대” – 두 명이 한 조를 이루어 한복을 입은 상태로 한 명은 허리를 굽히고 한 명은 그 등위에서 오래 버티는 팀이 승리.


이 상태로 허리 굽히고 있는 사람 양팔 벌리기 핸디캡 적용, 전북대로 삼행시 짓기, 위에 서 있는 사람이 큰절하기 핸디캡, 최종 양팔 벌리기 핸디캡 적용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가장 최종적으로 남은 승리 팀은 71분 20초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견디어 내어 최강커플로 탄생하게 되었다.


커플이벤트라는 코너는 우리의 잔인한 심리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들이 오래 버티는 인내를 보면서 즐거워하거나 대견스러워 하지 않는다. 단지 탈락하는 사람들의 엉성한 폼이나 무지막지하게 나동그라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도 진행자도 모두 즐거워한다. 심지어 그런 모습을 보여준 사람 역시 즐거워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낭만과 도전정신을 높이 살 것 같았던 원래의 취지보다는 젊은이들을 엎어뜨리고 쓰러뜨리고 함으로써 시청자를 웃기려 한다. 물론 그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잔인한 심리도 문제이지만 그것을 점점 더 부추기고 웃음유발의 기재로 사용하려는 방송도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이런 고민이 없다면 커플이벤트 역시 가학적 문화현상에 일조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례2>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中 서바이벌 미팅


서바이벌 미팅은 각각 5명의 남녀대학생들이 참가하여 한 사람씩 탈락시키면서 최종 커플을 만들어내는 코너이다. 따라서 총 4개의 라운드로 구성되는데 이때 각 라운드마다 장기자랑이나 자기소개 등을 거친 후 평가과정을 거쳐 탈락자를 지목하게 된다. 이때 각 라운드마다 탈락자를 지목하는 방법이나 탈락자에 대한 벌칙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 2월6일 방영 분 ( 서바이벌 민속미팅 – 춘향전)
<1차 평가 후 탈락 남학생에게 머리로 박을 깨뜨리게 함> 신체적인 학대를 통하여 웃음 유발 <마지막 평가 후 여학생 둘을 가마에 타게 한 후 가마 바닥은 그대로 남고 윗부분만 들리는 여학생이 탈락> 가마가 들렸을 때의 민망함과 수치스러움을 통한 웃음 유발


— 2월 13일 방영 분 ( 심청전)
<3차 평가 후 여자 탈락자는 혼자 인당수로 뛰어내리고 남자 탈락자는 겨자가 든 떡을 먹게  함> 이는 마치 탈락자는 물에 빠져 마땅하다는 인상을 줌, 또한 겨자가 들은 떡을 씹는 남학생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려 함.


— 2월 20일 방영 분
<2차 평가 후 탈락 남학생의 얼굴을 밥풀이 묻은 주걱으로 때려 지목, 여학생은 밥 좀 주소 하자 소금을 뒤집어 씌워 탈락시킴>
<3차 평가 후 곤장을 내리치면 탈락 남학생이 진짜 곤장을 맞음> 역시 신체적 폭력으로 탈락자를 지목함


<사례3> 기쁜 우리 토요일 中 내가 원하는 참사랑


이 코너는 삼각관계에 얽혀 있는 세 사람을 출연시켜 여성으로 하여금 두 남성 중 한 명을 택하게 만든다. 두 남성은 선택받기 위하여 각각 말로써 호소를 하기도 하고 대결도 펼친다. 세 사람이 모두 친구 사이일 경우가 많은데 이때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사랑이냐 우정이냐 식의 이분법적 구도로 우정을 순상시키면서까지 사랑을 쟁취하게 만들어 건강하지 못한 사회의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결방식이나 최후의 선택에 있어 신체적, 심리적으로 가혹한 모습을 보인다.


— 2월 20일 방영분 (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삼각관계)
<첫 번째 대결에서 50개의 축구 슛 중 몇 개를 막아내는가?> 신체적 가혹행위를 보여줌
<최후의 시간에서 선택받지 못한 남성은 추위에 떨며 기다리다가 “잊자. 잊자”라는 글을 상자에 써서 추억에 담긴 물건들을 담아 날려보냄>


실연 당한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안타까운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이 프로가 오락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사람의 심리적인 아픔이 보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2) 따돌림도 즐거울 수 있다. – 출연자에 대한 ‘왕따’


집단따돌림 일명 ‘왕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방송 한편에서는 이것을 커다란 문제로 부각시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지만 오락프로그램에서만큼은 그것이 사회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즐거움이 되고 있다.


<사례 1> 김국진 김용만의 21세기 위원회


— 2월 8일 방영분


김용만이 김태욱에게 김흥국을 가리키며 “오늘 말씀하시면서 저쪽은 많이 신경안 써도 돼요”라고 말하고 자막까지 처리, 김흥국을 뭔가 모자라거나 불필요한 존재처럼 상황을 몰아 감.


퀴즈를 푸는 중 김흥국이 “중국요리 한 접시는 몇 사람용일까”라는 질문에 11인분일거라고 이야기하자 홍록기가 “뭔가 또 축구 얘기인거 같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마치 김흥국은 축구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취급을 함.


— 2월 15일 방영분(설날특집)


두 팀으로 나누어 대항전을 벌이는데 주로 김흥국을 타겟으로 김흥국 때문에 퀴즈에도 질 수밖에 없음을 전제하는 분위기를 연출.


<사례2> 서바이벌 미팅


이 코너에서는 앞서 분석한 신체적 심리적 폭력 뿐 아니라 평가 탈락 과정에서 따돌리기의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즉 이 코너의 진행구조자체가 왕따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각각의 평가과정에서 남녀학생들은 상대방의 외모나 순간적인 판단으로 한 명씩을 선정해 탈락시키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팅과는 달리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에 촛점을 맞추기보다는 누구를 탈락시킬 것인가에 촛점이 맞춰진다. 이는 비록 최총적인 결과는 같다 할지라도 선택이 우선이냐 탈락이 우선이냐라는 문제를 놓고 볼 때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한 두 사람을 지정하여 항상 무시당하는 존재, 얕보이는 존재로 반복시키며, 아예 특정출연자를 부족한 역할로 만들어 웃음을 유발시키는 것은 왕따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인 왕따 역시 청소년들간에 단 한번의 잘난 척이나 말실수 또는 외모로 인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락프로그램에서의 ‘한사람 바보 만들기’식의 진행은 사회적 문제를 단순히 희화시켜버리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서바이벌 미팅과 같은 자연스럽게 따돌리기식 진행은 출연자 자신도 모르게 왕따의 문화에 젖어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3) 끝없는 훔쳐보기의 욕망 – ‘왕따’의 극단적 형태, 몰래카메라와 음성적 문화 양산


몰래카메라는 화려하고 아름답게만 보여지는 스타들의 평범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과 시청자들의 거리를 좁히는데 그 의미를 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양상은 점점 가혹하고 인권침해적인 면까지 드러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반인들의 모습까지 몰래 카메라에 담아 보고 즐기게 한다. 다음에서는 몰래카메라의 사례들을 통해 그 폐해를 알아보고자 한다.


<사례1> 스타 이런 모습 처음이야


— 2월 13일 방영분
“천사의 눈물” 최창민편 – 출연하던 시트콤에서 중도하차 하는 상황을 연출, 팀동료들이 이를 알고 감독에게 항의하자 최창민이 감독에게 자신의 잘못이라며 빌고 팀 동료들은 자신들도 짤릴까봐 최창민을 배신하는 위기상황을 연출


— 2월20일 방영분
“사랑은 생방송” 유혜정, 서용빈 편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위기상황을 연출하여 이에 대처하는 모습을 유도함.


스타 이런 모습 처음이야는 스타들이 위기상황이나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한 후 그들이 대처해 나가는 모습이나 본색을 드러내는 과정을 유도한다. 그러나 상황자체를 극단적으로 몰아가 그들이 당황하거나 화를 내는 모습 등을 보며 웃게 만든다. 이는 스타들의 사생활침해의 문제뿐 아니라 당사자만 빼고 모두가 아는 상황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왕따를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극단적인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경우 신체적 심리적 가혹행위가 뒤따라오게 만드는 가학적 문화현상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사례2> 내가 원하는 참사랑


— 2월 20일 방영분 중 ‘사랑의 담판’
라이벌인 두 남성만 남겨놓고 두 사람이 여자를 놓고 벌이는 담판내용을 몰래 카메라로 보여줌. 서로 누가 여자에게 더 잘해줬으며 또 여자가 자신에게 보이는 관심을 서로 생색내며 상대의 외모를 흠집내기도 하고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과정을 보여줌


사랑이라는 신성한 주제를 놓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이들의 치졸하고 유치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랑에 대한 진지함과 가치를 실추시켜버리는 역기능을 낳고 있다.


<사례3> 기분 좋은 밤


— 랭크 실험실
이 코너는 고정적인 몰래카메라 코너이다. 연인이나 친구 심지어는 부모자식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해놓고 그것으로 인해 벌어지는 웃기는 하지만 때로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카메라에 담는다. 본격 통계 버라이어티 쇼라는 생소한 장르를 표방하는 이 프로그램은 이 코너를 통해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현장실험(field work)의 인상을 심어주고자 함인지 그 황당한 상황들을 마치 대단한 실험이나 한 듯이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반인을 상대로 한 몰래카메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 악마의 속삭임
이 코너에서는 아내가 자신의 남편의 성격이나 행동을 실험하기 위해 방송국에 의뢰를 하여 남편이 악마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지 여부를 화면에 담는다. 예를 들면 “우리 남편은 의리파” 혹은 “남의 도움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등의 성격들을 내세워 남편이 진행자 신동엽이 지휘하는 악마들의 유혹을 어떻게 물리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역시 몰래카메라의 형식을 가지고 인간에 대한 실험이라는 사생활 침해적인 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부부라는 가장 가까운 사이를 서로 실험해보고 믿지 못하게 만드는 역기능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몰래 카메라는 인간의 훔쳐보기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도 풀고, 그들도 나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동류의식 등을 느끼면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충족은 이미 그 도를 넘어서 버렸다. 몰래카메라의 인기를 업고 음성적인 몰래카메라의 문화가 양산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과연 이것이 단순한 즐거움에 그칠 수 있는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재미로 시작한 방송의 몰래카메라가 여자화장실이나 탈의실에 설치된 진짜 몰래카메라를 낳게 했고 이에 힘입어 일명 ‘몰카식 에로 비디오’가 인기리에 대여되고 있는 관음적 문화의 현실을 그저 재미나 단순한 호기심차원으로 돌려버릴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4. 결론 및 제언


건강한 웃음을 주어야 할 프로그램들이 인격모독과 신체적․정신적인 가학행위나 집단 따돌림같은 방법으로 웃음 위에 군림하는 한 우리의 문화환경은 왜곡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설사 출연자들이 당하고 난 후의 느낌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으며, 그냥 그 자체를 즐긴 것으로 여긴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것은 바로 이미 질곡되어 버린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람들간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과 기지와 재치가 어우러지는 건강한 웃음, 탐험과 도전정신을 다룰 수 있는 의욕적이고 창의적인 모습 등 방송이 소재로 삼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데는 다양한 ‘꺼리’들이 있다.  


그러나 시청률경쟁을 방패삼아 인기있는 몇 가지의 비슷한 아이템만을 반복, 재생산하는 것은 보다 자극적이고 무리한 연출을 필연적으로 유도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작진들의 각성과 태도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방송 한편에서는 ‘왕따’나 음성적적인 관음적 문화현상을 꼬집고 비판하면서 오락프로그램에서만은 그것을 역이용하는 방송의 이중성은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시청자 역시 자신이 가학행위의 피해자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이러한 문화현상의 극복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99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