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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가중평균가 수용 신약, 약가협상의 예외일 수 없다

가중평균가 수용 신약, 약가협상의 예외일 수 없다
– 약효 개선 없는 신약에 높은 가격 보상하는 것이 규제완화인가? –

 

 

작년부터 정부는 신약의 혁신적 가치를 반영한다는 목적 하에 위험분담제 시행, 약가 수용 한도 상향조정, 신약등재기간 단축 등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하였으며, 최근에는 약가제도 간소화 등으로 요약되는 또 다른 규제완화 내용들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내년 시행을 목적으로 조만간 구체화될 전망인데 주된 초점은 지난 5월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규제개선 대토론회에서 쟁점이 되었던 현행 약가결정 구조 개편 및 신약등재 절차 간소화에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약업계는 신약 등재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 가격결정에 있어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를 수용할 경우 약가협상 절차를 생략’할 것을 주장하였고,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러한 방안을 보건복지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되며 법령개정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실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왜곡된 가격우대 정책은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인 선별등재제도의 도입 취지를 근간부터 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이 반대 입장을 밝힌다.
 
첫째, 가중평균가 수용 약제의 경우 약가협상을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신약의 가격 인하 기회를 봉쇄하고 고가격 등재를 조장하는 방안이다.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약제는 치료적, 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의약품만을 선별하여 등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약의 경우 급여적정성여부(심평원)를 평가한 후 가격과 예상사용량(건강보험공단)을 협상 하여 상한 금액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제약업계는 이를 두고 신약의 등재과정이 심평원과 건강보험공단의 ‘중복검토’로 과도한 약가조정이 이루어진다면서 신약 등재 시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 이하로 신청되는 약제에 대해서는 약가협상을 폐지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약의 가중평균가 산정(대체가능 약제들의 단가와 사용량을 감안한 약가산정)은 그 대상이 기존 약제 대비 치료효과가 우월함을 입증하지 못한 신약에 적용되는 것으로 급여적정성 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전제 조건에 불과하다. 오히려 개별 대체약제의 최저가, 임상적 필요정도, 외국약가 수준 등이 가격협상에 중요한 고려 사항이며, 그간 약가협상을 통해 상당한 금액의 보험재정을 절감한 점을 감안한다면 제약업계의 요구 사항은 보험자의 약가 인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발상이며 적정가격을 결정해야 하는 건강보험의 급여원리를 파괴하는 주장이다.

 

특히, 신약이라 하더라도 대체약제가 존재하고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한 약제라면(즉, 실패한 신약이라면) 환자의 불편은 극히 미미하여 가격우대를 해줄 만한 이유가 없고, 실제 기존 가격협상 신약의 45% 정도가 가중평균가 이하로 급여적정성 평가를 통과한 약제라고 볼 때 제약업계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사실상 보험자의 약가협상력은 무력화 될 것이 자명하다. 또한 이미 약가협상을 거친 약제와 형평성에서 어긋난 것으로 상대적으로 고가격 등재가 불가피 하게 되는데 이는 치료 및 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약품을 등재하는 선별등재제도의 기본 원칙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으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더군다나, 고가의 제네릭 약제의 사용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하면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는 급여권에서 인정할 만한 경제적인 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신약 대비 86% 수준으로 외국(미국은 16%)에 비해 현저히 높은 복제약 상한금액을 보장, <출처> 감사원, 2012년). 사용량과 가격의 적정성은 약가협상을 통해 담보되어야 할 사항으로 가격인하 요인이 충분히 있음에도 이를 배제할 경우 제약업계의 이윤만을 보장할 뿐이며 약제비의 적정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둘째, 신약 등재 이후에도 일정기간 가격협상에서 벗어나는 혜택이 보장되어 약가의 사후관리 마저도 제한하는 방안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가중평균가 이하로 약가가 인정되고 약가협상이 생략될 경우 해당 신약은 적어도 4년 동안 ‘사용량-약가 연동제’ 에 따른 가격인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년 정부가 시행한 ‘사용량-약가 연동제’ 개편에 따라 약가협상을 통하지 않고 등재된 경우(유형 4로 분류)에는 등재 후 4년 동안 약가인하에서 배제가 되는데, 제약업계 주장대로 가중평균가를 수용하게 되는 신약들은 모두 이 유형에 포함되어 가격 규제에서 예외가 된다.

 

가격협상이 생략됨으로써 ‘예상 사용량’을 파악할 수 없게 되고 이에 근거한 약가의 사후관리는 일정기간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제약업계는 어떠한 규제도 없이 안정적인 이윤창출이 가능해진다. 대체약제에 비해 임상적으로 우월함을 입증하지도 못한 약제라면 오히려 사용량 파악 및 가격협상을 강화해야 할 대상이지 이와 같이 사용량 파악 부재로 약가 사후관리까지 느슨해지는 이중적인 혜택을 제공할 이유가 전혀 없다.
 
셋째, 대체가능 약품 중 가중평균가 이상 약품의 가격 조정 등 기존 약가관리의 맹점은 보완하지 않으면서도 제약업계의 입장만을 대변하려고 하는 정부의 왜곡된 정책방향은 수정되어야 한다.  

 

신규로 진입하는 신약을 가중평균가를 적용할 경우 아래와 같은 산식에 의해서 가중평균가가 산출되나, 신규 등재되는 약제가 가중평균가로 진입하여도 이보다 고가인 약품(아래 예시에서 A와 B약제)의 가격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약제에 대해서는 가격 조정이나 급여 여부를 재평가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조정 기전은 갖추어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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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체 가능 약품이 기존 약품보다 저가로 진입하거나, 기존 일부 약품의 가격이 저가로 조정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 보다 가격이 우위에 있는 제품의 가격조정과 급여여부 평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방치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현재의 약가관리의 허점은 보완 하지도 않으면서 제약업계의 이윤창출에만 도움이 되는 규제완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제약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여 보건복지부가 이를 청와대와 보고하는 방식으로 정책결정을 하는 작태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약가 결정 방법 등은 ‘건강보험요양급여의 기준과 비용’에 관한 것으로 법적인 심의․의결 권한이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정책결정을 사실상 기정사실화 한 후에 건정심에 부의하여 형식적인 의결 절차를 거치는 것은 엄연한 편법이다. 건강보험 가입자를 포함한 합의 기구인 건정심의 권한을 더 이상 침해하지 말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

이번 사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의 자산인 건강보험을 제약업계의 이윤창출을 위한 시장의 영역으로 평가 절하 하고 무분별할 규제완화를 일삼는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또한, 건강보험 약가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제약업계의 일방적인 주장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대체약제에 비해 임상적으로 우월하지도 않고 경제적 가치도 분명하지 않은 약제의 가격협상 폐지 주장은 건강보험을 사유화 하겠다는 자본의 논리에 근간을 둔 것으로 당장 철회 되어야 한다. 복지부가 건강보험의 급여관리 및 재정지출관리를 이와 같이 이익집단의 요구대로 운영한다면 차라리 건강보험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가입자에게 넘겨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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