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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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강좌] 갈등관리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갑자기 쌀쌀해진 목요일 오후 환경분쟁연구소 신창현 소장을 만났다. 마침 양재역에서 강의가 있으니 끝나고 대학로로 오시겠다고 한다. 일산까지 먼 길 다녀갈 필요 없다고. 덕분에 발품을 덜고 여유롭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가을비까지 내린 오후 향긋한 커피와 비스킷을 나누며 한 시간 반가량 심층적(!)인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언제부터 갈등관리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1991년부터 환경정책연구소에 있으면서 님비갈등을 자주 접하게 되었어요. 하수처리장, 쓰레기 소각장 등 환경갈등이 문제가 되었는데 갈등이라는 용어자체가 님비갈등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개발 대 환경’ 갈등구조는 지금도 여전하죠. 환경정책연구소는 1995년 의왕시장에 당선되면서 그만두었고 후에 녹색연합에 통합되었습니다. 


의왕시장으로 계실 때 연극제를 둘러싼 갈등을 경험하셨다는 글을 봤습니다.

당시 의왕시는 그린벨트가 93%에 달했습니다. 어떻게 시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한국연극협회에서 세계연극제 개최지를 공모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시 골프장 등 계발계획이 추진되고 있었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세계연극제 유치야말로 그린벨트를 지키면서 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서 ‘연극과 자연의 만남’이라는 컨셉하에 유치신청을 했습니다. 경기도에서 다섯 군데가 신청을 했고 최종적으로 가평과 의왕에서 격년제로 개최하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찬성하던 시의회 의원(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소속) 전원이 반대로 돌아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확신이 있었기에 반대 측을 포용하라는 직언을 듣지 않고 계속 추진했는데 결국 ‘독선행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시의회의원이 반대로 돌아선 건 정치적 영향 때문이었나요?

당시에는 왜 반대하는지 몰랐어요. 나중에 술자리에서 그 때 왜 반대했냐고 물어보니 세계연극제 유치에 성공하면 재선하지 않았겠느냐고 하더군요. 이인제 경기도지사 재임시절이었는데 정치적영향이 약도 되고 독도 된 셈이에요. 결국 독이 되었지요. 그 때 경험을 통해 ‘소수가 반대하면 못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시 여론은 찬성측이 우세했던 모양입니다.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 그 소수가 영향력을 지닌 오피니언 리더였죠. 여론이라는 것이 생물과 같더군요. 확신에 차 추진하니까 처음엔 찬성하는 사람들도 반대로 돌아섰던 것 같습니다. ‘확신범’이었던 셈이죠(웃음) 하남시장 경우와 유사합니다.

쓰라린 경험이셨겠네요.

교육 할 때마다 그 때 경험을 떠올리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 계신 환경분쟁연구소는 환경정책연구소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될까요?

네. 의왕시장 재선에 실패한 뒤 2003년 6월 1일 설립했습니다.

지속위 활동도 하셨는데요,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지속위 활동에 대한 평가도 듣고 싶습니다.

지속위 갈등관리정책전문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갈등관리 기본법 제정에 참여했고 김상희 위원장 때 만들어진 갈등조정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심야전력요금 문제와 시민배심원 방식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갈등관리기본법은 결국 대통령령으로 제정되었는데요.

위원회는 발의권한이 없어 국무조정실 정무위원회에서 추진했는데 정부가 갈등 생산자인데 어떻게 갈등을 관리할 수 있냐는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국회는 갈등관리는 국회의 역할이라는 이유로 반대했고 환경․시민단체도 반대했습니다. ‘관리’라는 용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인데 미국에서도 Public Conflict Management를 둘러싼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환경단체의 반대는 태생적인 것이죠. 그렇지만 ‘관리’라는 용어는 중립적인 것입니다.

아직 갈등관리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한가라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네. 돌이켜 생각해보면 국회나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반대가 예상되었다면 사전에 갈등영향분석을 할 수도 있었는데 정작 국무조정실이 갈등영향분석을 거치지 않았더군요. 법제화와 관련해서는 당사자가 원치 않으면 갈등 조정이나 협상은 불가능합니다. 직권 조정이라는 것은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갈등관리 심의위원회 상설화 규정을 반대했습니다. 심의위원회가 ‘관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심의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규정은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갈등관리규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는데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그건 정부의지와 관련이 있는데……


참여정부는 갈등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이었던 반면 현 정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갈등관리능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이나 버스체계개편의 경우를 갈등관리 성공으로 보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청계천 상인과 함께 경찰청도 중요한 이해당사자였어요. 경찰청과 관련해서는 대통령도 필요한 사업이라 생각했기에 풀렸고 상인들 반대에 대해서는 ADR이라기 보다 공무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고 봅니다. 시민단체, 언론의 지지로 여론도 찬성측이 우세했고 여기에 추진력이 맞물려 짧은 시간 안에 가능했던 것이죠.

갈등관리능력은 방법은 다르나 있다고 봅니다. 회유나 읍소를 하기도 하고 무시도 하면서 주도권을 갖는 대화 방식을 취하는데 전근대적인 노가다식 방법이지만 정부가 대화를 제안했을 때 대화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민단체의 대응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청계천 복원사업과 대운하를 비교하는데 대운하 경우는 문제가 다릅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나중에 반대 측이 문화재단체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운하는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만 말씀하셨듯이 여론은 생물과 같아서 그 향방을 알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물론입니다.


추진력 면에서는 시장시절이나 대통령 취임 후나 달라진 점은 없어 보입니다. 대통령 취임 후 쇠고기 고시로 인한 촛불집회가 최대 현안이었는데 혹시 집회에 참석하셨나요?

아뇨, 현장에 나가지는 않았어요.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억압, 무시 전략을 취했는데 이 또한 갈등관리 전략에 해당합니다. 도덕적 비판과는 별개로 실용적 측면에서 유효하다고 할 수 있어요. 방폐장의 경우도 정치 공학적 성공으로 볼 수 있는데 성공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죠. 이는 써스카인드 교수가 말한 갈등관리 윤리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방폐장이나 청계천 복원을 성공이라 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비용, 시간, 실현 여부를 놓고 본다면 성공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사회통합에 기여했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대답이 달라지죠. 민주주의 발전을 두고 말한다면 후퇴했다고 할 수도 있어요. 복수경쟁방식의 주민투표 역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갈등관리 윤리에 대한 소장님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사안에 따라, 당사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다만, 합의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가 합의를 했더라도 그 내용이 법을 위반했거나 제3자 이익에 해를 가져온다면 제3자적 관점에서 관여해야겠죠. 요즘 종부세가 문제되고 있는데 ‘종부세를 인하 한다’ ‘그럼 재산세도 인하해 달라’ ‘부족한 세원은 어떻게 할 거냐’ ‘복권을 발행하자’ 이런 식으로 합의를 한다면 중립적인 조정가라도 받아들일 수 없겠죠.  

실제 발생했던 갈등현안을 두고 갈등관리 윤리 혹은 조정자의 중립성에 대한 고민을 하신 적이 있나요? 오랫동안 환경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신데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직은 직접적인 경험은 없습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환경생태주의자는 아닙니다. 지속가능한 개발론자라고 할까요? 개발에 좋은 개발, 나쁜 개발이 있는 것처럼 보존에도 좋은 보존과 나쁜 보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좋은 개발과 나쁜 보존, 나쁜 개발과 좋은 보존이 갈등을 일으킵니다.

대운하를 예로 들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면 나쁜 개발이고 생활개선이나 지역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좋은 개발일 텐데 이는 정성적 문제라기보다는 정량적 문제에 해당합니다.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추진할 경우 환경단체의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치갈등의 경우도 조정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낙태, 사형제, 생명복제 같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갈등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대안을 찾기 어려워요. 반면 대운하, 천성산, 사패산의 경우는 가치갈등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이해 갈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는 사익과 공익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수준인데 천성산, 사패산에 터널을 뚫으면 안 된다는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있을까요? 도롱뇽의 생존권을 주장하며 지율스님이 끝까지 반대하셨는데 이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것으로 이 경우는 협상이나 조정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법원 소송을 통해 해결되었죠. 소송 역시 갈등해소 방안 중 하나입니다.

환경단체의 대응전략을 여러 번 언급하셨는데 대화의 장에 나서길 꺼려하는 시민단체나 정부를 설득하는 기술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협상만능주의는 탈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회나 시위 등은 전부 소용없고 협상이 항상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위 등 압력은 상대를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요. 질문으로 돌아가서 당사자들이 협상테이블로 나오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정보격차를 예로 들면 게임의 규칙을 통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시민단체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면 전문가를 고용하여 용역을 수행할 수 있도록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게 함으로써 대등한 조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방사성폐기물 정책법에 전문가 고용을 위한 예산지원 규정이 있습니다. 게임의 규칙은 당사자 합의를 통해 만듭니다.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대화나 홍보와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써스카인드 교수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국내외 갈등관리 전문가들과 교류를 계속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지속위에서 활동하면서 ADR에 대해 공부했고 KDI 협상센터 세미나에서 써스카인드 교수를 직접 만났습니다. 윌리엄 우리, 로자 빙햄 교수 등 제가 좋아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쉽게 얘기한다는 것이에요. 잘 알면 쉽게 얘기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교류는 별로 없어요. 책을 주로 보고 국제세미나에 참석해서 만나는 정도에요. 그래서 국제세미나가 있으면 참석하려고 합니다.


갈등영향분석도 지속위 활동을 하시면서 접하신 건가요?

네. 지속위 내에서도 용어를 두고 토론을 많이 했는데 갈등영향평가라고 하면 기존의 교통평가, 환경평가와 혼동될 우려가 있어 갈등영향분석으로 최종 확정했어요. 여전히 논란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이해관계자 분석(Stakeholder Assessment)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환경분쟁연구소의 주요 활동을 말씀해주세요. 어려움은 없으신지요?

크게 세 가지인데 교육과 연구용역, 건설현장분쟁사례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주요 관심 분야는 님비․환경 갈등이에요. 어려움이라면 안정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일까요?

인터뷰 시간이 예상보다 다소 길어졌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


[신창현]


환경정책연구소장, 의왕시장을 역임했다. 후에 대통령 비서실 환경비서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을 거쳐,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갈등관리정책전문위원회 위원과 국무조정실 갈등영향분석 전문가로 활동했다. 현재 환경분쟁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갈등영향분석 이렇게 한다’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