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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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강만수 경제팀 개편, 지금도 늦었다”

권영준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경희대학교 국제경영학부 


미국발 금융위기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환율과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도 1997년 IMF 외환위기와 맞먹을 정도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며, 정부가 취해야 할 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권영준 경희대 교수(경영학)가 위기 속의 한국 경제를 진단했다. ‘Weekly경향’은 10월 15일 권 교수를 만났다. 그는 지난 대통령선거때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제2공약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 이번 금융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미국발 금융위기는 매우 특이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엔 실물경제가 금융시장의 위기를 촉발한 것이다. 금융시장 자체가 문제가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실대출로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에 과잉유동성,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감독 부실 등이 한꺼번에 터졌다. 거기다가 시장과 시장, 시장과 국가, 국가와 국가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전무후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금융의 쓰나미가 세계의 IMF 사태를 맞게 한 것이다.”


▶ 무엇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금융위기가 금융경색으로 전이되면 실물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한국에선 이미 흑자도산하는 중소기업이 속출하는 등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감독원이 키코(KIKO)와 같은 무책임한 투기 상품을 헷지상품이라고 강권한 은행에 대한 감독을 방기한 데 책임이 크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권의 자금 흐름이 원활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자금이 숨통을 틀 수 있도록 신용보증은 물론 원화 및 외화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를 해야 한다.”


▶ 전 세계 금융위기 사태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평가한다면.
“정부 정책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9월 위기설은 정부 관계자 입에서 나온 얘기다. 9월에 만기가 돌아온 69억 달러의 외평채 때문에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작 정부는 서브프라임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들자 금융위기설의 진원지를 찾겠다며 시장을 협박해서 위기설을 잠재웠다. 막상 정부의 대응을 본 뒤 시장에서는 9월 이후가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때도 정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과신하며 자신만만해 했다. 막상 위기가 닥쳐 외환·주식시장이 붕괴 조짐을 보이자 이명박 대통령이 노변정담(爐邊情談)에 나서 시장의 신뢰 회복을 읍소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달러 모으기 운동을 강요했다. 정부·여당은 국민을 잘 모르는 것이다. 정부는 정책 자신감을 갖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 국제 공조에 대한 우리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우선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해 진단해야 한다. 가계부채가 금융자산에 비해 너무 많다. 중소기업의 부실, 아파트 미분양 사태, 서비스산업의 붕괴, 과다한 자영업 등은 ‘중증경제병’ 증세라고 할 수 있다. 중증경제병 환자는 외부의 조그만 충격조차 감당할 수 없다. 이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선 내수 증진과 수출 확대라는 치료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잘 나가던 수출도 어려워지고 있다. 그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선위기 관리를 맡길 만큼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가장 큰 불신은 인사정책이다. 도덕성을 차지하더라도 전문성도 경험도 없는 사람이 경제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위기관리 능력이 없는 내각이다. 한국의 시장은 국제공조보다 국내 경제 상황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 ‘강만수 경제팀’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당연하다. 지금도 늦었다. 그를 교체한다면 금융시장에서 신뢰의 시그널로 인식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만수팀에 여전히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것은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 이상의 정책 목표가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통합적 정치를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초당적이면서 위기 관리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로 경제내각을 재구성해야 한다. 즉 거국적 비상경제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종부세 감세, 금산분리 완화,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과 같은 정쟁을 유발할 수 있는 정책을 삼가야 한다.”


▶ 우리 정부는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펴는 등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세계의 흐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MB노믹스는 레이거노믹스를 본뜬 것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감세정책과 금산분리 완화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의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극심한 고용 부진에 대비해야 한다. 혹시 필요할지도 모를 공적 자금을 비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재정이 적자가 되는 상태에서 재정 지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을 증대해야 하는데, 그 경우에는 실세금리 인상을 초래해 경기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은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재정 지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되도록 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 이번 금융위기가 대공황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공황 사태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1929년 대공황 때는 세계 공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G5, G20, IMF가 적극적으로 위기 대처에 나서고 있는 것은 퍽 다행스럽다. 미국 대선이 끝나면 위기에 대응할 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출현할 것이고, 대응책도 나올 것이다. 파괴적 금융자본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제3의 방안을 찾게 될 것이다. 아마도 세계가 공생할 수 있는 공동체 자본주의로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 경제다. 쇠고기 파동으로 국민의 지지가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세계 공조 차원에서 미국에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다가 무시당한 일까지 생겼다. 통화스와프처럼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을 설익은 채 발표해서 시장에 혼란을 줄 게 아니라 외환보유고가 많은 일본·중국 등과 일대일 스와프를 체결하도록 조용한 외교를 해야 한다. 중기적으로 한·미 FTA를 체결하기로 약속한 미국에 대해서 통상외교의 연장선에서 양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비밀 연석회담을 추진해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위클리경향 797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