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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강제차등점수제는 건설업체의 불법로비만 부추길 뿐

 

■ 로비경쟁력만으로 수주할 수 있는 턴키입찰제도를 즉각 폐지하라

■ 설계현상공모를 통하여 우수한 건축설계를 채택하라

■ 모든 입찰과정 및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주택공사는 지난 6일 판교신도시 중대형아파트 12개 블록 6,055가구에 대해 1조745억원 규모의 턴키공사를 발주한다는 내용의 입찰공고를 하였고, 오늘 입찰업체에 대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또한, 서울시도 청계천복원사업, 은평뉴타운 1,2지구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은평뉴타운 3지구 아파트 건설공사에 대한 총 9,079억원의 턴키공사를 발주한 상태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턴키․대안시장의 규모가 13조원에 이르고, 각 지자체개발공사들의 발주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턴키공사는 평가방식이 가격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설계심의과정에서 부당한 로비와 가격담합의 문제점이 빈번하게 제기되어 왔으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더군다나 주거안정을 위해 강제수용한 공공택지는 공영개발하겠다는 정부가 ‘품질저하에 대한 우려불식’이란 명분하에 경쟁체제를 기대할 수 없는 턴키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이에 경실련은 기술․가격경쟁이 아닌 로비의 각축장으로 전락한 턴키발주방식의 즉각적인 폐지를 거듭 촉구하며 다음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쓸모없는 로비경쟁력만을 키우는 턴키입찰방식을 즉각 폐지하라

 

2002년 11월경 중견기업 수십개 업체들은 연대서명을 통하여 부정부패만을 부채질하는 턴키․대안입찰제도의 폐지를 건의하였다. 국가청렴위원회(당시 부패방지위원회)는 2002년 12월 6일 일괄입찰(턴키)과정에서 부당한 로비와 전문성 및 가격담합과 관련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므로, 이를 해소하고자 상설 설계심의기구 설치, 심의내용 공개, 참여업체간 가격경쟁 강화 등 제도개선안을 마련하여 이를 반영토록 권고하면서 「先 설계 – 後 가격․공사수행능력 평가」(Pass-Fail)방식으로 낙찰자 선정방식을 개편토록 하였다(조치기한: 2006년 6월 30일).

하지만 어떠한 개선방식도 도입되지 않았으며, 특혜와 부패로 점철된 턴키․대안입찰제도로 인하여 끊임없는 부정행위들이 언론보도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설계기술발전, 공기단축 및 비용절감을 위하여 턴키제도를 도입하였지만, 어떠한 효과도 거두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혈세낭비의 주범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턴키․대안공사가 대형건설업체들만의 수주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재벌급 건설업체들만을 위한 제도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표> ‘00년~’02년 500억이상 턴키․대안공사 수주현황

                                                                                                   (단위: 억원, VAT포함)

건설사

2000년

2001년

2002년

합계

시장점유율(%)

현대건설

2,992

6,725

5,538

15,255

16.2

대우건설

1,895

3,557

7,257

12,709

13.5

삼성물산

4,860

3,347

4,731

12,938

13.7

대림산업

1,822

3,931

3,958

9,711

10.3

현대산업개발

1,695

3,120

1,522

6,337

6.7

SK건설

2,308

1,551

2,068

5,927

6.3

지역업체(A)

2,465

5,147

4,717

12,329

13.1

소 계

18,037

(76.7%)

27,378

(73.4%)

29,791

(88.8%)

75,206

(79.7%)

79.7

LG건설
(현GS 건설)

0

1,522

0

1,522

1.6

한진건설

0

1,006

598

1,604

2.4

쌍용건설

0

0

2,238

2,238

1.7

동부건설

0

1,375

0

1,375

1.5

두산건설

477

817

0

1,294

1.4

기타업체(B)

4,242

4,786

645

9,673

10.2

지역업체(C)

766

432

267

1,465

1.6

소 계

5,485

9,838

3,748

19,171

20.3

총 계약금액

23,522(18건)

37,316(33건)

33,539(22건)

94,377(73건)

100

                                                   (출처: 2002년 중견건설업체 연명 턴키폐지 건의서 중)

비슷한 예산이 책정된 공사라도 턴키공사의 낙찰금액이 가격경쟁방식(최저가낙찰제)공사의 낙찰금액보다 2배 가까이 높게 결정되고 있는데, 그 차액만큼의 국민혈세를 퍼주어 재벌회사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형건설업체들의 이익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설계비와 그 몇 배의 로비자금을 감당할 수 없는 중견건설업체들이 입찰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짐으로써 건설업체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군다나 주거안정을 위해 국민땅을 강제수용한 판교신도시에서 조차 ‘턴키공사를 하면 품질이 제고된다’라는 입증되지도 않은 명분하에 재벌을 위한 턴키공사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와 주택공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경실련은 지금이라도 당장 판교의 턴키공사 발주를 철회할 뿐 아니라, 쓸모없는 로비경쟁력만 키우는 턴키․대안입찰제도 자체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

 

둘째, 강제차등점수제는 가격담합을 더욱 부채질하며, 그 결과 건설업체의 불법로비경쟁만 부추길 것이다.

 

턴키공사가 왜 건설업체의 로비경쟁만 부치기고 폐지되어야 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은 낙찰자 선정방식인 ‘강제차등점수제’이다. 서울시가 은평뉴타운 2지구와 3지구에서 턴키공사에 입찰한 업체에 대한 낙찰자 결정방식은 ‘강제차등점수제’이다. 이는 설계점수산정에 있어 2등업체 이후부터는 무조건 1등업체 설계점수에서 10%씩 강제로 감점하는 것으로 일반국민들로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희한한 제도이다.

설계점수 순위

1위 업체

2위 업체

3위 업체

강제차등점수

점 수

95.0점

85.5점

(=95.0-9.5)

76.0점

(=85.5-9.5)

95점×10%=9.5점

설계점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만 하면, 가격을 아무리 높게 입찰하였더라도 최종 낙찰자로 결정되는 것이다. 예를들어 설계점수 2위 업체가 1위 업체보다 1점이라도 낮으면, 자신의 설계점수와 관계없이 무조건 1위 업체 설계점수보다 10% 낮게 점수가 매겨지고, 가격점수를 볼 필요도 없이 낙찰에서 탈락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이와 같은 ‘강제차등점수제’는 설계점수 순위가 낙찰을 결정짓게 되므로, 모든 입찰참가자들을 설계심의위원에 대한 로비경쟁을 부추기게 하며 건설경쟁력이 아닌 자금력과 조직력이 월등한 재벌급 회사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특정 집단만을 위한 특혜인 ‘강제차등점수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려고 추진중에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은평뉴타운에 이어 판교신도시에도 적용될 예정이며 향후 공기업들이 발주하는 턴키공사에서도 이러한 ‘강제차등점수제’에 의한 낙찰자 선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공정하지 못한 낙찰자 선정방식이 확산될 경우 건설업체들은 기술과 가격경쟁에는 관심없고 오직 설계심의위원회에 대한 로비경쟁에만 몰입함으로써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경쟁력강화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셋째, 설계현상공모를 통하여 최우수 설계를 채택하라

 

정부는 2005. 12. 20. 보도자료를 통하여 판교신도시 중대형주택 22개블럭(8,852세대) 중 12개블럭(6,097세대, 전체의 70%)을 턴키방식으로, 나머지 10개블럭을 현상공모로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왜 어떤 블럭은 현상공모라는 경쟁체제 방식을 사용하고, 어떤 블럭은 턴키공사를 발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위치, 규모, 설계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라는 애매모호한 문구만 제시했을 뿐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건축의 품질은 설계 뿐 아니라 시공과 감리강화 등을 통해 결정되는 것인 만큼, 품질제고를 우려한다면 당연히 1단계인 설계는 현상설계, 2단계인 시공은 우수한 품질의 설계내용대로 시공할 수 있는 건설업체를 국민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인 가격경쟁방식으로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것이 바로 국가청렴위가 권고한「先 설계 – 後 가격․공사수행능력 평가」(Pass-Fail)방식인 것인바, 건교부는 즉각 턴키입찰 추진방안을 철회하고 현상공모를 통하여 최우수 설계내용을 채택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로비경쟁력만을 측정하는 턴키방식으로 강행한다면, 단순히 수주했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부당이득을 얻을 수 있으므로 설계심의위원에 대한 전방위적 로비는 그치지 않을 것이며, 아울러 가격담합에 따른 퍼주기식 사업진행에 대한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넷째, 모든 입찰과정 및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정부는 2002. 12. 28. 배포한 판교신도시 입찰공고 보도자료를 부랴부랴 회수하였는데,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정부가 보여온 행태로 보아 매우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1월 6일 발표한 입찰공고문에도 낙찰자선정방식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16일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는 건설업체에 배분한 ‘입찰안내서’에 의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한, 턴키공사뿐 아니라 일방경쟁입찰(현상공모) 입찰방식을 취하면서도 턴키공사를 해야 하는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는 등 전반적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판교신도시와 은평뉴타운 모두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영개발 사업인 만큼 그 입찰과정 및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다.

경실련은 2005년 한해만도 수십조원의 부동산 거품이 발생하였고, 그 중심에 판교신도시 개발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려왔다. 대통령과 정부가 집값안정을 수차례 언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끊임없는 투기열풍이 몰아치는 근본이유는, 주택을 거주목적이 아니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삼아야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든 정부의 잘못된 주택정책 때문인 바, 대다수 국민들로서는 불로소득을 좇아 투기열풍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누구의 잘못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정부는 공공보유주택의 확보를 통하여 집값안정과 서민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뒤로하고, 여론에 밀려 농민들로부터 강제수용한 택지를 예전과 같이 팔지 못하자 이제는 턴키발주를 통하여 특정집단에게 과도한 불로소득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예전에는 땅장사를, 이제는 집장사를 하고 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개발이익을 소수의 집단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있는 셈이다.

경실련은 판교신도시와 은평뉴타운 3지구를 포함한 모든 주택공급방식에 특혜로 얼룩져 있는 턴키입찰방식을 즉각 철회하고, 국제적인 설계현상공모를 통하여 가장 우수한 설계를 채택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별첨> 강제차등점수제 적용시 문제점 (턴키입찰방식)

구 분

A 업체

B 업체

비 고

입찰현황

평가점수

입찰현황

평가점수

설계점수

95.0점

95.0점→

42.75점

93.0점

85.5점주1)

38.475점

2개 업체만 입찰하였을 경우

가격점수

91%

30.769점

80%

35.0점

합계 점수

 

93.519점주2)

 

93.475점주3)

순 위

1 위

2 위

 

 

주1) 85.5점 = 95.0점 – 9.5점(95.0점의 10% 강제차등)
주2) 93.519점 = [ 42.75 + 30.769 ] + 20점(수행능력 만점 적용)
주3) 93.475점 = [ 38.475 + 35.0 ] + 20점(수행능력 만점 적용)

1. A 업체

○ 설계점수 = 95.0점 × 45% = 42.75점

○ 가격점수 = 30.769점
         평점 =  입찰가격평가배점한도 x (최저입찰가격/당해입찰가격)
                =   35 x (80% / 91%) = 30.76923 (소수 다섯째자리에서 반올림)

2. B 업체

○ 설계점수 = 85.5점 × 45% = 38.475점

○ 가격점수 = 35점 (만점)
      평점 = 입찰가격이 추정가격의 100분의 80일 경우의 평점
             = 입찰가격평가배점한도 x (최저입찰가격/당해입찰가격)
             =  35 x (80% / 90%) = 35

 

※ 위 예제의 경우와 같이 ‘강제차등점수제’를 적용할 시, 설계점수 2위업체가 가격점수를 만점을 받더라도 설계점수 1위업체보다 높은 합계점수를 받을 수 없음. 이 때문에 가격경쟁은 무의미해지게 되므로 불가피하게 가격담합을 할 수밖에 없으며, 그 나머지 높은 설계점수 획득을 위하여 설계심의위원에 대한 무한경쟁식 로비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음.

 

[문의 : 시민감시국 766-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