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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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개발, 인권에 기반해야 한다 (김혜경)

인권 감시와 발전전략을 동시에 모색하는 국가간 협력체제가 중요


김혜경 경실련 국제위원장


지난 8월 16~20일까지 몽골 울란바타르에서는 ‘동북아 인권옹호가(Human Rights Defenders: HRD) 포럼’이 개최되었다. “경제사회문화권 및 개발권의 향상 – 동북아시아에서 인권옹호가의 역할 강화”라는 제목의 이 포럼은 ‘포럼아시아’가 인권옹호가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동북아에서 처음 개최한 것이다.


네팔, 몽골에 이어 캄보디아에서 소지역포럼을 가진 후, 11월에 태국에서 아시아지역 포럼을 개최하게 된다. 이번 포럼에는 북한을 제외한 동북아 6개국에서 60여명이 참석하였으며, 캄보디아에서도 7명이 참가하였다.



제1차 동북아 인권옹호가 포럼 참석자들


인권에 관한한 동북아는 상당히 발전이 더딘 지역으로, 아직 인권에 대한 지역 내 협의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일본과 한국 및 중국, 남북한, 중국과 대만 등 국가간 갈등이 복잡다단한 지역이며, 경제적 차이도 크다.


그만큼 동북아에는 상존하는 인권문제도 다양하다. 각종 자유권이 심각하게 제한받는 문제뿐만 아니라, 낙후된 경제와 빈곤으로 인한 생존권 문제도 심각하다. 소수민족과 난민문제, 이주노동자, 여자와 어린이들의 인신매매 등을 비롯해서 자연자원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 강제이주, 열악한 노동환경 등의 문제들이 얽혀 있는 곳이다.


몽골이 동북아에서는 유일하게 국가간 갈등이 없는 국가라는 점과 몽골의 ‘인권개발센터’가 포럼 유치를 적극 희망했다는 점이 개최지를 몽골로 정한 배경이다. 한편, 몽골은 한국과 나란히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함으로써 인권향상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천명하였으며, 내부적으로 인권에 대해 심각한 도전이 많은데도 잘 해결해내고 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박경서 대한민국 인권대사의 기조강연을 경청하는 참석자들


워크숍 첫날 오전에는 몽골의 국회의원, 국가인권위원장, 유엔조정관 등의 인사말과 대한민국 인권대사인 박경서박사의 기조강연이 있었다. 1970년대 강원용목사님의 권유로 크리스챤아카데미 부원장으로 차세대지도자 교육을 맡고 있다가 군부정권의 탄압으로 아카데미 문을 닫은 후, 18년간 제네바의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활약했던 박경서박사께서는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WCC에서 어떻게든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재정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애썼던 세월들, 가난에 찌든 아시아를 돌면서 어떻게 도울까 고민했던 세월들, 북한의 어려운 실상을 목격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기 위해 애끊는 마음으로 뛰었던 세월들이 박사님의 뇌리에 주마등같이 지나갔을 성 싶다. 한때 국제인권단체들의 성토대상이었던 한국이 이제는 아시아의 인권향상을 위해 앞장서게 되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몽골의 자연자원개발과 인권


첫날 오후에는 현장체험이 잡혀 있었다. 참석자들은 쓰레기하치장에 사는 도시빈민들, 길에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는 곳, 채광현장 중 한 군데를 골라서 갈 수 있었다. 필자는 최근 몽골사회의 골칫거리로 부각되고 있는 광산방문을 선택했다.



올란바토르 외곽 110 km에 위치한 캐나다 기업의 금 채광현장


몽골은 구리, 몰리브덴, 금, 석탄, 형석 등이 풍부한 세계10대 자원부국이다. 몽골에서 광업은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GDP의 17%, 수출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몽골에는 광물 탐사와 개발권이 6,171개나 허가되어 있는데, 이는 몽골국토의 45%를 커버한다.


이중 채취권은 아직 999개로 전국토의 1.3%에 불과하지만, 탐사권이 대부분 채취권으로 자동 연장되기 때문에 탐사 결과에 따라 광대한 국토가 채광지역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러한 자연자원의 개발이 몽골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짐으로써, 몽골국민들의 인권 증진에 사용되게 하는 것이 몽골인권단체들의 중요 관심사이다. 과연 광산개발이 그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인권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광산 현장체험의 목적이었다.



채광현장과 매립지를 둘러보는 현장체험 참가자들


현장은 울란바토르에서 110km 떨어져 있으며, 버스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25명 정도를 태우고 오후 2시에 떠난 버스는 5시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광산을 둘러보고 주민들이 사는 지역을 찾아가 면담을 끝낸 후 8시에 출발한 버스가 중간에 고장이 나서, 결국 새벽 3시나 되어서야 숙소에 돌아오는 잊지 못할 체험을 하게 되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광산현장에는 1층짜리 가건물들이 서 있었다. 회사직원들이 현장규칙이라면서, 참가자 전원에게 주황색 형광조끼와 플라스틱 헬멧, 보안경을 쓰게 하였다. 안전을 위해 일부참가자에 대해 음주측정까지 했다. 내부 벽에는 업무 및 직원들의 복지에 관한 안내문들이 부착되어 있었다.


허리둘레가 1미터가 넘을 것 같은 캐나다 부사장이 회사 안내를 시작했다. 그는 5천명 직원 중에 36%가 지역주민이며, 매년 지역발전을 위해 20만불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몽골정부가 3년간 면세해주고 다음 3년은 절반의 세금만 내면되는데, 3년이 지나도 세금을 내라는 고지가 없어 아직 세금을 못 냈다고 한다.


현장에서 안내를 하는 예쁘장한 몽골여직원은 연방 생글생글 웃으며 유창한 영어로 회사의 친환경적인 정책과 복지정책을 강조했다. 금을 캐는 광산현장은 – 터널로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 구릉을 단계별로 깎아내리는 노상채광이었다. 원석에서 금을 적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물은 지하수와 지표수를 섞어서 사용하는데, 사용 후 폐수를 내보낼 때에는 독성이 없고 오염도가 기준치보다 낮은지를 검사한다고 했다.


채광이 끝난 찌꺼기 돌과 흙을 매립하는 현장도 보여주었다. 한참 듣다보면 회사의 환경, 직원들의 복지,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대단히 높다는 생각이 들게끔 안내를 매우 전략적으로 했다.


그런데 게르(몽골의 전통 천막주택)에서 만난 주민들과 행정직원들의 이야기는 서로 엇갈렸다. 그 지역 민주당 대표라는 청년이 회사를 비난하기 시작하자, 머뭇거리던 주민들이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광산개발이 우리가 살던 지역을 빼앗아 갔다. 회사가 내 아들과 며느리, 누구도 고용하지 않았다. 결국은 울란바토르에서 직원들을 데려다 쓴다. 회사가 지역발전기금을 주어서 소액대출을 해주지만 우리는 담보가 없어서 돈을 빌릴 수 없다. 우리에게 오는 혜택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몽골참가자들과 함께. 앞줄 왼쪽에 계신 몽골노인은 향년80세로 무차별 광산개발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행정직원들의 이야기는 좀 달랐다. 회사가 개발을 시작할 때 정당한 토지사용비를 지불했으며, 회사가 지원한 지역개발비로 행정건물도 새로 짓고 여러 가지 복지프로그램도 했다는 것이다. 회사 직원 중에 1,500여명이 그 지역 출신이라며 광산개발이 지역에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이다.


은근히 회사를 감싼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주민들과 행정직원들의 대화가 부족하고, 광산 개발이 주민들과 행정직원들 간의 불신과 불화를 빚어내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몽골의 자연자원 개발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부 부패한 정치가들이 뒷거래를 하고 탐사 및 개발권을 허가해준다는 점이다. 개발이익이 몽골의 경제사회 발전과 몽골인 인권 향상에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가들의 목전이익을 위한 근시안적인 행태가 국민들의 복지를 외면하는 것이다.


설사 합법적으로 개발권을 허가하더라도, 노련한 다국적기업들과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몽골정부의 역량이 더욱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몽골기업의 경우 선진국 기업보다 열악한 근무환경, 환경 훼손, 지역개발에 대한 지원 부족 등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몽골의 ODA


몽골정부에서 원조를 총괄하는 부서는 재정부의 ‘차관 및 원조 정책조정국’이다. 도르즈칸드 국장은 연간 GDP의 16%를 차지하는 약9천만불의 원조를 받고 있는데, 세계4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중 일본 지원이 55%를 차지하고, 그 외에 미국, 독일이 10%를 상회한다. 최근 밀레니엄개발목표(MDG)에 초점을 맞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덕분에 교육, 보건, 사회안보에 대한 지원이 늘고 있다고 한다.


몽골은 다른 저소득국이나 심지어 고소득국들에 비해 원조에서 차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서, 2004년 말 채무규모가 1억3천만 불에 달한다. 그는 향후 ODA의 1% 증액이 GDP의 2.7% 증액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원조증액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어서 바트오윤이 현장조사에 토대한 ‘ODA 평가 및 효과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바트오윤은 앞서 발표한 재정부 국장이 측은하리만치 정부의 무능력을 질책하였다. ODA 1% 증액이 GDP의 증액으로 이어지려면 정부의 탄탄한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잘못하면 몽골이 “원조의존국 세계 1위”의 오명을 안을 것이라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ODA가 진작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면, 지금쯤 빈곤층이 16% 정도로 줄었을 텐데, 아직까지 36%를 웃돌고 있다면서 정부를 비난했다. 조사 결과, 시골 유목민들은 원조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ODA가 정부나 원조기구의 의도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로 ODA의 기획이나 집행에 참여해본 인구는 2%를 밑돌고 있다.


ODA의 집행상 문제점도 다수 지적되었다. 실제로 조사해보니 ODA가 수혜대상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중간에 지방정부나 행정부서에서 오용하거나, 외국인에게 컨설팅비용을 지불하거나 비싼 가격의 물품을 구입함으로써 낭비되고, 심지어 ODA에 의해 제공된 기기들이 엉뚱한 곳에서 사용되는 경우도 발견되었다. 수혜대상이 잘못 선정되었거나 중복되게 사업을 지원하는 경우도 발견되었다.


원조기구들 간의 공동협력이 부족해서 관련인력들이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워크샵이나 각종 회의에 소비해서 실제 수혜자들에 대한 지원활동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사후관리가 잘 되지 않아 ODA 지원이 끝나자마자 무용지물로 방치되는 사업도 있었다.


바트오윤은 몽골정부가 올바른 중장기 개발전략과 우선순위를 가지고 ODA의 지원사업과 지원방식을 통제해야하며, 원조라고 무조건 받을 것이 아니라 선별해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부채규모나 늘리는 비효율적인 차관은 아예 들여오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트오윤의 주장은 그동안 원조를 주는 입장에서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해오던 한국NGO들의 문제 제기와 주장을 실제로 현장에서 입증해주는 것이었다.


인권에 기반한 개발 (RBA)


동북아에서 시민정치적 인권도 문제지만, 낙후된 경제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사회적 인권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사회적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낙후된 지역의 사회발전이 도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개발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으며 과도한 개발과 잘못된 개발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인권에 기반한 개발(RBA)이란 개발의 계획, 정책과 절차에 인권의 규범과 원칙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토대에 의해 인간이 존엄성을 갖고 살도록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전략에 있어서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에 역점을 두고, 인권향상에 대한 정부와 국제사회의 책임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선진국이나 원조기구들이 시혜적인 입장에서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제공하던 원조방식을 지양하고, 인권에 기반한 원조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개발방식을 바꾸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개도국정부가 부패한 독재정권이라던가 해외원조에 크게 의존하는 입장이라면 인권에 기반한 개발은 더더욱 어렵다. 인권을 감시하는 인권옹호가들의 역할과 국가간 협력체제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 내의 인권과 개발문제를 공유하고 대응함으로써 인권에 기반한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데 전략을 모색하고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국가로 아시아 여러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몽골에게 한국은 ‘무지개의 나라’로,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와있는 노동자들이 3만명을 상회하고 있다.


아시아를 여행하다보면, 아시아의 민주화와 발전을 위해 한국의 역할을 고대하는 아시아친구들을 자주 만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우리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할 때라는 것을 다시금 절감했다.






포럼아시아(Forum-Asia)는?


포럼아시아는 아시아지역에서 모든 형태의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인권단체이다. 1991년에 마닐라에서 설립된 포럼아시아는 1994년 이래 방콕에 사무처를 두고 아시아 각 국 25명의 인권운동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2006년 현재, 포럼아시아는 13개국에 31개 회원단체를 두고 있으며, 제네바에 소재한 팩스로마나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한국인 이성훈씨가 사무총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동북아 HRD 워크숍의 목적은 첫째, 인권옹호를 위한 투쟁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동북아의 인권옹호가 및 NGO들의 상호연대와 협력을 확대하며, 둘째로 경제사회권과 개발권에 초점을 맞춘 UN의 메커니즘에 대해 훈련하여 인권옹호가들과 NGO들의 역량을 강화하며, 셋째로 동북아의 중요한 인권 이슈에 대해 공동의 관점과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2008년은 유엔인권선언이 환갑을 맞는 해이다. 또한 인권옹호가(HRD)선언을 채택한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HRD는 인권 옹호를 위해 일하는 기존의 인권운동가나 옹호가들을 통일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HRD선언은 UN이 HRD를 구별하여 인지하고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포럼아시아는 기념비적인 2008년을 앞두고 아시아의 인권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HRD를 키워내고 아시아 HRD 및 NGO들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 이 글은 8월26일 ‘시민의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