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기타] 개혁촉구시민운동 – 다시 개혁을 촉구한다

김대중 정부의 개혁이 시작된 지 사실상 10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을 두고 우리는  제2의 국난이라고 까지 하였다. 대통령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대통령후보들까지도 IMF와의  협약을 지킬 것을 서명해야 하는 치욕을  감수하면서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였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적 절박감은 금모으기 운동으로 시작되었고 이 운동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우리 국민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구조를 개혁해야 하며 모두가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위에서 국민  개개인에게 다가오는 실업의 고통과 자산감소의 아픔을 감내해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한 바탕위에서 김대중 정부의 개혁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지금 그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 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늘과 같은 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새로운 사회운영의 패러다임을  세우는 것이다.  관치주의로부터 자기책임의 원리가 적용되는 사회를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개혁정책이라는 이름아래 진행되는 현상은 하나같이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정책들이다. 빅딜이 그렇고, 기업구조조정이 그렇고,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금융정책이 그렇다.우리는 모든 개혁에 우선하고  다른 개혁을 모범적으로 선도해야  할 개혁이 정부개혁이라는 점을 다시 천명한다. 공기업과 정부 산하단체까지 합한 총액예산이 GDP의 55%를 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경부고속전철은 초기에 5조8천억원으로 건설한다는 것이 작년  계산으로 17조6천억원이 소요된다고 하고 있고 건설이 완료될 때는 30조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같은 방식의 건설을 고집하고 있다.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인 복식부기조차 도입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고 있으니 왜 나만 당해야 하느냐는 회의가 경제주체들에게 일고 있다. 


 정부개혁이 땜질개혁에 그치고 있다면 재벌개혁은 그  본질을 전혀 건드리고 있지 못하다. 재벌은 그동안 대부분 차입자본을  기반으로 내부거래, 상호지급보증, 상호출자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계열구조를 공고히 해오며 재벌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를 구축해 왔다. 재벌개혁의 본질은 계열구조를 해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유구조와 경영지배구조를 개혁하여 총수의 전횡과 경영세습을 금지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마치 구조조정이란 단어가 재벌개혁과 동의어인양 사용되고 있다. 더구나 정부와 재벌총수들이 만나 협의함으로써 개혁을  희화화하고 있다. 재벌이  개혁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도록 준칙을  만들기 보다 중복투자를 재벌들간의  협의에 의해 해결하려 함으로써 개혁보다는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또한 경제구조개혁의 중요한 분야인 금융개혁의 핵심은 관치금융을 시장경제의 틀로 바꾸는 것인데도 오히려 과거와 같은  관치의 형태로 개혁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그마저 5개 은행을 퇴출시킨  것을 끝으로 금융개혁을 마무리하려 하고 있어 진정 개혁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국고로 정리해야 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정부  추산으로 65조원에 달하며 국제기준으로는 이의 몇 배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금융구조조정만을 위해서 국민은 1인당 150만원 상당의 세금부담을 떠안게  되어 있다. 공식실업자만 200만을 육박할 예상이다. 정부는 고통분담을 호소하면서도 금융소득종합과세등 부익부 빈익빈을 완화할 제도개혁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누가 흔쾌하게 고통을 분담하려 하겠는가? 


 그렇다고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지도 의심스럽다. 개혁에 대한 비판적  언사가 사회적 공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당, 언론의 충성경쟁으로 언로가 차단되어 있다는 정서가 지식인사회에 형성되고 있다.


 모든 개혁의 성공여부는 개혁을 끌고가는 주체의 상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정치권이어야 하며 국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치개혁의 본질은 의정활동의 투명성확보와 정보공개,  그리고 공정경쟁으로 요약된다.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 지가 유권자들에게  소상하게 알려져야 하며 이를 근거로 유권자들이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 소위원회의 속기록 작성을 포함하여 국회의 모든 회의 기록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어야 한다. 의정활동의 공개를 기초로하고 공정한 공직후보의  경선절차를 도입함으로써 정치자금을 매개로 한 매직이 아닌 공정경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우리 정치권이 진정으로 개혁에 관심이 있는  지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 국회가 보여 준 모습은 정쟁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제 정쟁으로 밀쳐놓았던 개혁과제들을 다루는 정기국회의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에 많은 개혁입법과제들을 다루어야 한다. 이마저 만약에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를  만든다면 제15대 국회는 두고두고 나라를 망친 국회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은 개혁이 아니고는 우리  사회의 침체를 막을 방법이  없거니와 새로운 세기에 국가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실업의 고통이나 자산감소라는 희생을 치르면서도 진정으로 개혁이 이루어져  다시 우리 사회가 도약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치인과 관료와 재벌과  금융부분이 책임져야 할 경제위기지만 우리가 어차피 겪어야 할 고통이라면 이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국민정서이다. 그럼에도 이같이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하다면 고통을 전담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를 막을 길이 없다. 


 개혁정책의 성공적 수행은 광범위한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해야만 한다. 이점에서 현정부의 인사정책은  지역적 편파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현정부야 말로 인사정책의 지역적 차별성이 극복된 탕평책을 쓸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인사정책의 호남위주 편향성은 매우 우려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국민통합을 해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개혁실패는 단지 김대중정부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는 6.25이래 최대의 국난이라 불린다. 반면에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호기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단순히 정권적 문제가 아니라 하늘이 우리에게 준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실련은 이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개혁촉구를 위한 시민운동에 나선다. 경실련은 김대중정부가 다시 개혁의  고삐를 잡을 것을 촉구함과  동시에 개혁을 촉구하는 국민의 요구를 조직할 것이다. 김대중정부 들어서 시민운동이 재벌개혁을 촉구하는 가운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으며 우리 정치권에 국민의 분노를 조직하여 경각심을 전달하는 데도 성공하였지만  개혁을 바라는 시민의 요구를 적절히 대변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자기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실련은 그간 수없이 쏟아진 시민들의 격려와 질책을 거름으로 개혁촉구 시민운동에 나선다. 오늘 경실련은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시작함을 선언하면서 국민 모두가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


   1998년 10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