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활동가이야기] 걱정과 고민
200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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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중의 15%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걱정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사람들이 걱정하는 일의 40%는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선배, 저 고민 있는데…?


불쑥 회사 후배가 말을 꺼냈다. 이제 입사한 지 갓 3개월 된 신입이다.


그래, 그럼 한번만 더 곰곰이 생각해봐라 지금 고민이 정말 고민인지 아니면 걱정인지…, 정말 고민이면 퇴근 후에 소주 한 잔….


평소에 곧잘 친구나 동료,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던 이 친구는 회사 후배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후배는 직장생활에 적응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처음 한 달 간은 신입답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착실했으나 점점 업무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배는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친구는 한 잔, 두 잔, 소주잔을 비우며 후배의 얘기를 듣고는 말문을 열었다.


고민을 한 게 아니라 걱정을 했구나…. 처음부터 걱정만 했지 고민은 안했어.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걱정. 만약 이런 것들을 걱정하지 않고 고민을 했다면 아마도 회사생활에 훨씬 빨리 적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걱정은 걱정으로만 그치거든.?


그러나 친구의 회사후배는 고민 끝에 사직서를 내고 다른 회사로 옮겨 갔다고 한다. 


친구의 말에 고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본인은 월간경실련에서 정책실로 발령을 받았다. 그것도 내부 인사가 있던 당일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으니 오죽 혼란스러웠겠는가. 애정을 가지고 24개월 간 만들어 왔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라는 생각에 심한 배신감마저 느꼈었다. 그래서 며칠을 집에서 고민해야 했다. 사직서를 제출해야 하나…, 아니야 오히려 더 많은 걸 배울 기회가 될지도 몰라… 이 두 가지 생각은 머릿속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는 내게 회사후배 얘기를 꺼낸 것이다.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


비가 와도 걱정이고 안 와도 걱정이다. 더 나아가 취업이 어려워 걱정이고 경제가 어려워 걱정이다. 그러나 앞서 얘기했듯 걱정은 걱정일 뿐. 걱정이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어니 J 첼린스키의 느리게 사는 즐거움(Don?t Hurry, Be Happy)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들 중의 15%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걱정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사람들이 걱정하는 일의 40%는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또 30%는 이미 일어났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22%는 지나고 보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사소한 일이었고, 걱정하는 일의 4%만이 걱정을 하면 대처할 수 있는 진짜 걱정거리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걱정 중에서 96%는 사실상 불필요한 걱정이다.


지금 경실련은 아파트원가공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한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만약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면서도 왜 정부는 민생은 뒷전이고 권력다툼만 하는가 라는 걱정만 한다면 시민운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회 부조리를 바로잡으려는 열정과 고민은 올바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고민은 시민운동에 생명력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전적으로만 본다면 걱정과 고민은 특별히 다른 의미가 있지는 않다. 이 두 단어는 매우 비슷한 쓰임새를 갖고 있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 분명 고민은 좀 더 생산적이다. 내 말에 동의한다면 생각해 보라. 당신은 지금 걱정하고 있는가. 고민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 어렵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물음을 생각해보자. 조각가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걱정하는 것일까. 고민하는 것일까. (2004년 7월15일)


양세훈 (정책실 정치입법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