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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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건강이야기] 포괄수가제는 시민들에게 이득인가, 손해인가?

 

포괄수가제는 시민들에게 이득인가, 손해인가?

 

김철환 상임집행위원
인제대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금연클리닉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전국민보험이며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단일보험이다. 국민, 정부, 의료단체 등이 공동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라는 합의체가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이다. 여기에는 정부 관료뿐만 아니라 의료공급자와 시민, 노동단체가 모두 참여한다. 만약 정부를 뺀 나머지 단체 파견 위원들이 함께 연대해서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거나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면 정부의 의지와는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 정부가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의료수가도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인 의료단체가 협상을 거쳐서 정하지만 협상이 깨지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가를 정할 수 있다. 법적, 제도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현재의 법이 있고 사회적인 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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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진료’ 과연 그럴까?

의료공급자, 특히 의사들은 이런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환경을 매우 못 마땅해 한다. 아직도 과거 자유롭게 진료하고 부르는 게 값이었던 시절을 얘기하는 의사도 있다. 의사들은 우리나라의 보험제도를 경험이 있는 의사나 부족한 의사나 똑같은 값을 받는 제도, 그 값도 원가에 못 미치는 것을 받도록 정해놓은 제도, 붕어빵 진료, 사회주의 제도라고 폄하하면서 정부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내가 만난 많은 일반 시민들과 학자들 중 특히 미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를 매우 칭찬한다.
  최근 언론 이슈 중에 하나가 올 7월부터 시행될 포괄수가제 시행과 관련된 논란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산부인과·안과·외과·이비인후과 의사회는 정부의 포괄수가제 실시에 반대해 ‘수술 거부’를 강행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포괄수가제가 실시되는 7월 1일부터 산부인과 등 4개 과는 각각 상임이사회, 임시총회 등을 거쳐 ‘1주일 수술 거부’를 하기로 결정했으나, 안과의 경우 일단 1주일 간 수술 거부를 한 뒤 추이를 봐가며 그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6월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민주노총, 소비자를위한시민모임, 참여연대, 한국노총, 한국농업경영인연합, 환자단체연합 등 8개 시민사회노동소비자단체는 의협의 수술거부 사태와 관련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공정위에 고발했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의사협회 등의 수술 연기는 의료법 위반행위일 뿐 아니라 사업자단체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위법사항이므로 공정위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위법행위가 발생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을 촉구하는 신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아울러 복지부 측에도 ‘업무개시 명령’의 즉각 발령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전달하였다. 이렇듯 시민사회의 강경 대응과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지난 달 29일 의협은 수술거부계획을 철회하여 ‘수술거부’는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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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괄수가제는 치료과정이 비슷한 입원환자들을 분류하여 일련의 치료행위를 모두 묶어서 하나의 가격을 매기는 의료비지불방식이다.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로 입원환자는 진료비의 2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상급병실을 이용하거나 백내장 수술과 함께 난시교정 수술도 같이 받는 특별한 경우에는 그 비용을 전액 환자가 지불해야 하지만 통상적인 백내장 수술에 필요한 검사와 수술비 및 재료대 모두 미리 정해놓은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예측 가능하고, 심평원과 같은 의료비 심사기관에서는 진료비를 일일이 심사하지 않아도 되므로 편하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병원은 비용이 정해졌으므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효과가 높은 치료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들지만 대다수 의사들이 이미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으니 손해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지금의 보험제도에서도 거의 모든 의료행위와 재료대를 이미 정해놓았고, 포괄수가제는 이를 중요한 수술별로 모듬으로 미리 값을 정했지만 단계별로 차등이 있고 또 보험에서 아예 빠지는 예외도 인정하고 있는데 의사협회와 대한안과의사회를 비롯한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외과개원의협의회 회장단이 왜 반대할까? 그리고 수술포기라는 실력행사를 하려고 했을까?

  그 이유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있지만 시민의 이익을 우선 생각해야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이런 투쟁도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포괄수가제를 막아서 결국 국민의 이익을 위한 싸움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런 말을 믿을 시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제왕절개수술이나 맹장수술과 같이 당장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은 제외한다고 했지만 다른 수술은 급하지 않은가? 백내장, 탈장, 치질 수술은 급한 수술이 아니고 편도선술, 자궁적출술도 미뤄도 되는 수술인가? 더구나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수술 포기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하니 이것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싸우겠다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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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수술 인하, 빈도높은 안저검사는 인상

 

  포괄수가제가 갑자기 시행되는 제도도 아니고 이미 오랫동안 시범사업을 통해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제도이다. 안과 백내장의 경우 현재도 이미 89%의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번에 10% 감소한 백내장 수술비도 정부가 정한 것이 아니라 의사협회와 안과 의사들이 협의해서 정한 것이다. 마치 정부가 수술비를 깎은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7월 시행예정인 백내장 수술 수가가 10% 인하된 이유는 의협과 학회가 스스로 정한 상대가치(의사행위량)의 조정 때문이다. 행위별 수가 상대가치 조정으로 백내장 수술가격은 낮아지고 안저검사 등 빈도가 많은 검사가격은 높아졌다. 백내장 수술을 많이 하는 의사가 과거보다 손해를 본 것은 분명하지만 이익을 본 안과의사들이 더 많다. 이런 상대가치를 정부가 정한 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정한 것인데 이를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국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포괄수가제는 저질의료를 양산하는 나쁜 제도라고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진료하는 의사들이 수입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저질의료를 행할 수 있을까? 이미 수가가 정해진 치료를 하고 있는 모든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 질을 등한시하고 있단 말인가? 더구나 포괄수가제 하에서 질이 낮아지면 합병증이 많아져서 비용은 더 들고 환자들의 민원에 시달리는데 왜 의사들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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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도 ‘경쟁체제’ 도입해 질 높여야

 

  나는 포괄수가제는 서비스 제공자인 의료기관에게 의료비를 나누는 방법의 한 가지 방법일 뿐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우리 의료 수준을 높이는데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의료비를 나누는 행위당수가제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한 제도이지만 포괄수가제나 총액계약제, 총액예산제와 같은 제도로 보완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세계적인 보건의료경제학자들의 주장이고 다른 나라의 선례이다. 따라서 최근 포괄수가제에 대한 논란은 멈추고 더 큰 의제를 다루기를 부탁하고 싶다. 우리에게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국민들이 지불가능하면서도 최대한 질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수준의 국민의료비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정부는 원가를 보장하는 의료보험 수가를 책정하고, 의료기관은 의료의 질과 만족도를 현재보다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을 더 경주해야 한다. 현재 의료보험 수가가 원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의료기관은 과잉진료, 비보험진료, 과도하게 많은 진료 시간과 환자수 등의 방법으로 수입을 보전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국회와 정부는 보험재정을 더 확보해서 원가를 맞추어주고 아울러 보험 급여를 더 확대해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과 함께 의료기관의 질을 잘 평가해서 잘 하는 곳은 더 주고 못 하는 곳은 덜 주고 정도에 계속 미달하는 의료기관은 퇴출하는 경쟁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국민들은 제 값을 내고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를 원한다.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는 의료보험의 보상은 정확히 하되 그에 따른 진료의 질을 높이기를 꾸준히 요청해왔다. 그래서 보험급여 확대를 주장했고 지금까지 이 방향으로 변해오도록 하는 운동을 해왔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