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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건강 이야기] 가장 아픈 피부병, 대상포진

[건강 이야기] 가장 아픈 피부병, 대상포진

 

김철환 상임집행위원

(인제대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금연클리닉)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나 옆구리 등 한 쪽이 아파오는데 겉으로 아무 이상이 없고, 의사가 진찰을 해도 엑스선 검사 등 어떤 영상의학적인 검사에도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몸이 아픈 것이야 진통제를 먹으면서 참고 지낼 수 있지만, 깊은 잠을 잘 수도 없고 일을 하기도 힘들다. 이럴 때 경험있는 의사라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병이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VZV)라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이다. 이 바이러스는 어린이에게서 ‘수두’라는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다. 수두에 걸린 어린이들은 전신에 물집이 생기지만 별로 아프거나 가렵지 않고 1주일 내 흉터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이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 어린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병을 일으킨다.

 

과거에 수두를 앓은 적이 없는 성인이 처음 수두에 걸리면 전신에 매우 심한 수포가 생기고,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어릴 때 수두에 걸렸던 사람에게서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 특정 말초신경을 따라 내려가면서 피부염을 발생시켜 신경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큰 통증이 동반된다. 보통 피부병은 통증이 없지만 대상포진은 피부병 중 가장 아픈 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척추 주변에 있는 신경절에서 말초신경을 따라 병을 일으키다보니 처음 생기는 등 쪽의 피부 병변이 잘 보이지 않아 일찍 발견하지 못한다. 따라서 몸이 아프기는 한데 거울로 봐도 정상이고 피부병변이 생긴 후에도 초기에는 발견을 하지 못해서 치료도 늦는 경우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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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초기 1~3일까지는 매우 아프기만 하고 아무런 피부 변화가 없다가 피부 부위에 붉은 점이나 조그만 덩어리 같은 구진이 나타난다. 이후 조그만 물집(수포)으로 변하고, 여러 개의 수포가 합쳐져 더 큰 수포가 된다. 이런 변화가 3~5일 동안 진행되고 이후에도 짧으면 5일, 길면 보름까지도 수포성 병변이 지속된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수포 안에 염증성 물질들이 채워져서 노랗게 변하고 딱정이가 생기는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이때까지도 매우 아프다. 결국 딱지가 떨어지고 정상 피부를 회복하는데 보통 한 달이 걸린다. 노인이나 면역 상태가 나쁜 사람들은 더 심하게 앓아서 통증이 크고, 오랜 기간 지속되며, 피부 병변도 흉터가 생길 정도로 심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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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발견과 항바이러스제 복용이 중요하다

 

대상 포진의 특징은 여러 개의 물집이 몸 한 쪽에만 국한해서 넓은 띠처럼 분포하며 통증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몸 어디에나 생길 수 있지만 가슴과 배, 그리고 등 부위가 가장 흔하고 그 다음으로 얼굴, 어깨, 허벅지 등에도 생길 수 있다. 경험있는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보통 진료하는 의사라면 이런 특징적인 증상과 피부 병변의 양상과 분포로 대상포진을 쉽고 정확하게 진단한다. 대상포진은 특별한 검사가 필요한 병은 아니며 의사의 세심한 병력청취와 진찰로 진단하고 먹는 약으로 치료한다.

 

대상포진을 치료하는데 가장 중요한 약은 항바이러스제이다. 통증이 생기는 초기에 일찍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수록 통증이 빨리 줄어들고 경과도 가볍게 지낼 수 있다. 보통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데 ‘팜사클로비어’나 ‘발라사클로비어’라고 하는 특별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다. 이런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없었던 시절에는 입원을 해서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지금은 입원해서 치료하는 경우는 매우 심한 대상포진이 있거나 다른 합병증이 있거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신경차단술을 해야 하는 경우 이외에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대상포진을 잘 치료하려면 항바이러스제를 조기에 복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스테로이드제나 진통제를 잘 써서 통증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물집이 잡힌 부분은 특별한 약을 바를 필요도 없고 물집도 일부터 터트릴 필요가 없다. 다만 2차적인 세균감염이 안 되도록 깨끗하게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리식염수 혹은 알루미늄 용액으로 습식 드레싱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은 소독된 거즈에 생리식염수 또는 알루미늄액을 묻혀 수포가 생긴 부위에 놓았다가 10~20분마다 갈아주는 방법이다. 식 드레싱을 하면 통증도 줄어들고 피부에 진물이 고이지 않아서 이차적인 세균감염도 예방할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는 보통 하루 세 번씩 일주일간 복용한다. 진통제는 따로 쓰는 것이 좋은데 아플 때마다 복용하기보다는 일정한 시간마다 복용하는 것이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다. 보통 진통제로 호전이 없으면 마약성 진통제를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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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은 큰 고통을 주는 병이지만 일찍 발견해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잘 낫는 병이기도 하다. 문제는 늦게 발견하거나 너무 심하게 앓으면 그 후유증이 심하다는 것이다. 대상포진의 후유증은 피부 병변은 사라져도 통증은 계속 남는 ‘대상포진후 신경통’이라는 통증이다. 이는 한 달 이상 지속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몇 년 동안 계속 되기도 한다. 대상포진후 신경통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스테로이드제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항바이러스제를 일찍 투여하고 증상 호전이 잘 되면 이런 약은 필요 없다. 약이 잘 듣지 않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는 통증을 느끼는 부분의 감각신경에 주사기로 마취제를 주입해서 마비 시켜버리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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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통증 때문에 심근경색과 혼동할 수도

 

대상포진은 피부에 수포가 생기기 전 1~3일 사이 아플 때에는 진단이 어렵다. 따라서 통증을 가져오는 다른 병과 혼동하기 쉽다. 예를 들어 가슴이 아플 때 대상포진 초기 증상일수도 있지만 일시적이고 아주 가벼운 근육통이 시작됐을 때 신속한 치료가 뒤따르지 않으면 심근경색증이나 박리성 대동맥류와 같이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병까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의사들은 가슴 통증에 대해서는 매우 긴장하고 자세히 진찰하게 된다.

 

폐와 심장 자체는 통증을 느낄 수 없다. 흉통은 가슴 부위를 이루는 피부와 근육 및 근육막, 늑골, 늑막, 심낭, 동맥, 식도 등 많은 기관에서 유래된다. 또한 척추 부위의 신경 조직에 문제가 생겨도 그 신경이 지배하는 가슴에서 통증을 느낀다. 이는 비단 조직의 질병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인 원인에 의한 흉통도 흔한 원인이다. 갑작스럽게 가슴을 압박하거나 짓누르는 듯 통증이 시작되면 심근경색증, 폐동맥색전증, 박리성 대동맥류와 같이 바로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을 의심해야 하며, 지체치 말고 119를 불러서 응급실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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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슴을 조이듯 아프다고 모두 심각한 병은 아니다. 가슴이 갑자기 아픈 병 중에 공황장애(panic disorder)와 같은 심리적인 문제도 있다. 만약 “지난 6개월간 갑자기 놀라거나 불안하거나 대단히 동요되는 사건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혹은 “지난 6개월간 아무 이유 없이 심장이 뛰고 어지럽거나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두 가지 질문 중에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공황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몸 어느 부분이든 발생할 수 있는 대상포진에 의한 통증은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손바닥 하나에서 둘 정도의 범위로 한정되어 있고, 피부 표면에서 통증을 느끼며, 우둔한 느낌보다는 날카롭게 쏘는 듯한 통증이라는 점이 다른 원인에 의한 통증과 어느 정도 구분된다. 결국 대상포진을 일반인들이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므로 잠을 방해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아프다면 우선 평소 주치의처럼 알고 지내는 가정의학과나 내과 의사와 상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