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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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건설사 폭리, 눈감아 주자는 건가”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 국장  


연초 당정은 ‘1. 1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여당은 대책 발표 이후 “획기적인 대책, 착한 아파트 정책이 정착될 수 있는 계기로 삼을만 하다”면서 자화자찬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1·11 대책이 여당이 말하는 ‘착한 아파트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번 대책 역시 개발관료들이 개발업자를 위해 내놓았던 과거 수많은 대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는 공공택지를 공영개발 하기는 커녕 여전히 민간에게 택지를 팔아 수 억 원대에 이르는 땅장사를 하겠다는 계획이 이번 대책에서도 그대로 살아 남았고, 그토록 말이 무성했던 환매조건부 주택분양이나 토지임대부 주택분양 등 공급방식의 개선도 ‘시범실시’ 수준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또 민간택지의 원가공개 역시 일부 지역으로 제한했고, 공개항목도 하나마나한 7개로 한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가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 외에도 이번 1.11 대책에는 또다른 문제점이 ‘숨어’ 있다. ‘숨어’ 있다고 굳이 쓴 이유는 정부가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번 정책 마련에 참여한 여당이나 이번 정책을 보도했던 대다수 언론 매체들조차 제대로 짚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필자는 속된 말로 ‘관료들의 꼼수가 이번에 제대로 통했구나’라고 생각했다.


감정가 기준 택지비 산정이 갖는 의미
  
1.11 대책을 찬찬히 살펴보다보면 감정가를 택지비 산정의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별다른 설명 없이 두어 문장으로 슬며시 끼워져 있는 내용이라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원가공개의 취지 자체를 무력화할 뿐만 아니라 건설사들이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막대한 폭리를 취해가던 관행을 합법화 시켜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원래 상품의 원가는 해당 상품 생산에 투입된 생산원가를 가리킨다. 또 판매가격은 생산원가에 이윤을 붙여 책정한 가격을 말한다. 아파트의 판매가격인 분양가 역시 택지비와 건설사의 이윤이 포함된 건축비로 구성된다. 여기서 말하는 택지비는 건설교통부 고시에 그 의미가 잘 나와 있다.


건교부 고시 ‘공공택지 조성원가 산정기준 및 적용방법’을 보면 택지비는 택지를 조성하는 데 소요되는 직·간접비와 투자비를 사전적으로 산출한 비용을 말하고, 공공택지를 분양받는 건설사에게는 택지공급원가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모든 공공택지의 민간아파트 택지비는 원칙적으로 택지공급원가, 즉 건설사가 한국토지공사 등으로부터 택지를 공급받을 때 지급한 가격을 가리켰다.


그런데 택지비를 감정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한 것은, 용지매입 보상비와 조성비 및 제세공과금 등 현재의 택지비 구성 항목에다가 건설사들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사업 리스크 비용은 물론, 분양계약 2-3년 후에 이뤄지는 아파트 입주 시 주변아파트의 토지가격을 감안한 가격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택지비를 공급원가가 아니라 주변시세를 반영해 건설사들이 책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필자가 예측하기에 1.11대책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택지비는 주변시세를 반영해 높게 책정될 것이고, 따라서 분양가 인하 효과는 매우 미미하거나 전혀 없을 것이다.








▲ ⓒ프레시안


건설사의 불법행위에 면죄부 준 정부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택지비는 공급원가가 기준이 돼야 하지만 건설사들은 관행적으로 감정가나 그 이상의 가격으로 책정해 온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는 막대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고분양가에 신음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청약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경실련이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건설사들의 택지비 부풀리기 실태를 폭로하고, 이를 검찰 고발과 함께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한 것도 바로 이런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1.11 대책이 시행되면 건설사들이 관행적으로 저지르는 불법행위가 이제는 합법화될 공산이 높아진다. 최소한 감정가를 기준으로 택지비를 책정해 오던 건설사들은 앞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부담감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있게 됐다.


감정가, 그 자체도 믿기 힘들다…”정부도 불신 피력했지 않나?”


한편 ‘감정가’라는 것 자체도 문제다. 분양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택지비를 감정가 기준으로 산정한다면, 그 감정가는 무엇보다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감정평가기관들이 보여준 모습들은 신뢰성이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건교부는 공시지가를 조사하는 감정평가사들에게 매년 400억 원의 조사비용을 지불한다. 이 비용은 감정평가사들에게는 안정적인 고정 수입원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감정평가의 결과는 정부의 의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 경실련과 건교부 사이에 벌어진 공시지가 현실화율(시세 반영률) 논쟁을 되짚어 봐도 알 수 있다.


정부는 2005년 공시지가가 전년대비 15% 올랐다고 하면서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91%라고 발표했다. 일년 뒤인 2006년에는 현실화율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공시지가가 17.8% 상승했다고만 발표했다. 이에 경실련은 당시 “건교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현실화율이 100%를 넘어섰다는 말이냐”라며 정부 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건교부는 이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2005년)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율이 91%라는 발표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자신들의 발표를 뒤집은 뒤 “공시지가는 감정평가사들이 조사해 정부에 보고하면 그대로 발표가 되는 것이며, 적정가격이라는 것은 원래부터 감정평가사가 비공식적으로 추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건교부는 또 “감정평가사들은 왜 현실과 동떨어진 가격을 공시지가로 산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시지가를 급격히 올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정부의 눈치를 알아서 본 것이 아니겠나”라고 답변했다. 즉 감정평가사들이 내놓는 감정가의 정확성을 정부 스스로도 의심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토지의 감정평가와 관련하여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시비가 있고 법적 처분에 의해 다시 평가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즉 감정평가의 적절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고, 이에 따른 다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이 결정한 대로 수조 원이 거래되는 아파트의 분양가의 원가로 감정가가 채택되면 어떤 국민들이 이를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건설업계의 이윤 보장을 위한 꼼수에 불과한 새로운 택지비 평가방식을 수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당정은 ‘분쟁을 방지하고자 분양공고문에 제시된 공개내용의 법적효력은 제한된다고 명시한다’고 발표했다. 분양원가 공개에 따라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하지만, 지금껏 설명한 것처럼 원가공개 방안 자체가 갖는 맹점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분쟁을 사전에 예측하고 마련한 것임에 틀림없다. 즉 정부는 건설사에게 엉터리 원가공개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 놓았음에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그들을 위한 안전판까지 마련해 준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1·11대책의 원가공개 방안은 그동안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원가공개 방안을 받아들이는 척 생색 내면서 그 내용에서는 건설업계의 주장을 대폭 수용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들로 포장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과연 이런 대책이 아파트 분양가의 거품을 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정부 관료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 이 글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