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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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건설족의 쿠데타, 대통령마저 짓밟다

홍종학 경실련 정책위원장(경원대 경제학과)


2006년 11월 10일 마침내 경실련은 부동산 시국선언과 함께 부동산값 거품빼기 국민행동을 선포했다. 이 대한민국의 땅에서 항구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종식시키기를 원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물려주기를 원하는 10만 아파트값 거품빼기 서포터즈를 모으기 위해 경실련은 새로운 역사의 장에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렇다. 우리는 단순한 부동산 가격 안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시는 우리의 아이들이 부동산 투기로 암울한 나날을 보내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부동산 투기라는 괴물을 항구적으로, 영원히 쫓아내기 위해 우리는 나섰다. 우리는 반드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성공하지 못할 때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가 너무도 암울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저 분노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라


16 꼭!!! 성공해야 합니다. 꺽이면 희망이 사라집니다
87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더 이상 싫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88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바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듭시다
345 분노를 변화의 힘으로 바꾼다니 너무 기쁩니다
380 정상적인 사고가 승리하는 세상을 위하여
434 한치도 물러섬없이 또박또박 나갑시다
436 우리아이들을 위해 이건 아니쟌아~~
454 당신은 착한 서민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내 작은 힘을 당신께 드립니다
757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세상 만듭시다
764 또 하나의 시민혁명이 될 것 같네요
770 내 눈물에 피눈물이 그칠 그날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홈페이지는 분노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로 넘쳐난다. 그러나 그건 또한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이며 또다시 희망을 노래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10만 국민이 모일 때 무엇인들 하지 못하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당신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건설족들은 숨을 죽이고 경실련 홈페이지를 주시하고 있다. 과연 아파트값 거품빼기 서포터즈가 얼마나 모일지 지켜보고 있다. 이제 부동산 정책의 성공여부는 정부나 국회, 청와대의 능력 밖으로 벗어났다. 오직 국민들의 참여에 의해서만 결정될 것이다. 역사는 경실련의 홈페이지에서 그 경로를 결정할 것이다. 우리의 작은 운동이 역사를 바꿀 수 있을 것인지, 가슴이 벅차 오른다. 건설족을 분쇄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이여, 행동에 나서라.


합리적 대안, 합리적 국민행동


경실련은 국민행동을 시작하면서 ‘항구적인 부동산 가격 안정과 주거복지 실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3대 원칙과 4대 대책을 제시하였다.


3대 원칙
1. 공공개발 택지부터 항구적인 부동산 투기 추방
2. 근로소득자의 1주택 소유에 대해 적극 지원한다
3. 소비자 위주의 주택시장 정상화


4대 대책
1. 공공보유주택 20% 확충
2. 아파트 후분양제 전면 시행
3.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담보대출제도 개혁
4. 재개발·재건축의 공공성 회복


필자는 경실련 정책위원장으로 경실련 3대 원칙과 4대 대책을 정리하는데 참여하였다. 필자는 이러한 원칙과 대책이 정착되어 한국의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고 부동산 투기가 종식되는 그 날을 꿈꿔 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의 의미에 대해서 우리 국민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에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이러한 대책의 의도와 의미,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하고, 이 글에서는 분양원가 공개 운동의 의미와 그동안 제기되었던 다양한 오해부터 풀고자 한다. 사설이 길어져서 논점을 흐릴 것 같지만, 그 전에 몇 가지 사전 해설이 필요할 것 같다.


경실련 부동산 드림팀


그동안 경실련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수년간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고 이론적 논의를 거듭해왔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정말 드림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것은 행운이었다. 건설전문가, 보유세 전문가, 금융전문가, 개발이익전문가, 도시계획전문가, 중소기업전문가 심지어 헌법전문가까지 모였다. 우리는 정책 하나하나가 헌법정신에 맞는가까지 검토했었다.


무엇보다도 시민단체 참여 전문가들로 시민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특정집단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민경제 전체의 입장에서 논의했다는 것이 좋았다. 이렇듯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부동산 문제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고, 그것이 지난 수년간 경실련이 일관된 태도를 지켜온 힘이 되었다.


그 수없이 많은 논의 과정에서 경실련의 대책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그만큼 경실련의 대책은 실사구시적이고 매우 유연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부동산 대책이라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시장경제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부동산 대책의 기본은 ‘투기수요자가 주택을 소유할 때는 가급적 비용을 많이 들게 하고 수익은 적게 하되, 실수요자의 주택구입에 대해서는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한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단 하나의 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고 믿지 않으며, 단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믿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경실련은 결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과소평가하거나 폄하하지 않는다. 참여정부 역시 원칙에 충실한 훌륭한 대책을 많이 수립하였다. 특히 필자와 경실련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 중 보유세 강화와 복지형 임대주택 건설 확대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그것은 과거 경실련 부동산 대책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것들이었다. 그 외에도 부동산 시장의 투명화를 위한 정책도 매우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줄곧 실사구시적 태도를 견지한 경실련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두 가지 정책을 현실경제에서 성공시키고 확고히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부수적 정책이 요구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국가들 그 외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부동산 제도를 갖추고 있다는 국가들과 우리의 실정을 비교하면서, 경실련의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기를 종식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고 그것이 4대 정책이라는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따라서 경실련의 4대 대책은 참여정부 정책의 보완책이지 결코 참여정부의 정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의 견해로는 만약 거품이 형성되기 이전에 즉, 가격이 안정적이던 90년대 중반기에 참여정부의 정책이 시행되었다면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거품이 형성된 이후에는 높은 보유세(보유세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이미 주택가격이 너무 높아서 높아진 보유세)에 대한 저항이 크게 되고, 근로소득자들이 집사기를 포기할 정도로 높아진 가격 하에서 복지형 임대주택의 공급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비효율적인 정책으로 전락할 위험에 빠지게 된다.


전술적으로 보유세 강화와 복지형 임대주택 확충이라는 어려운 정책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했던 시점에, 경실련이 전면적으로 참여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 과오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사실상 비판을 하는 경실련으로서도 결코 마음 편치 않았으며, 참여정부에 대해 큰 빚을 진 느낌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그러나 경실련으로서는 단 한 번만이라도 국민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경실련의 4대 정책에 대해 논의해 달라고 그렇게 간청했음에도, 토론조차 허용하지 않는 참여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보유세 강화와 복지형 임대주택 확충이라는 정책에 대해 신화라고 불릴 정도의 도그마에 빠져 있었는지, 아니면 그나마 지키기 위해 건설관료들과 야합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단순히 무능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논의를 허용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참여정부의 2대 정책, 경실련의 4대 정책이 전부가 아니다. 추가적으로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대체적으로 이러한 7대 대책을 잘 정착시킨다면 부동산 투기근절은 확고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왜 분양원가 공개가 핵심의제가 되었나


많은 사람들이 경실련하면 분양원가 공개를 떠올리듯이 분양원가 공개가 경실련의 상징처럼 되었다. 경실련에서 활동하던 선배교수들께서도 가끔 전화하셔서 ‘아니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데, 정말 경실련이 그걸 주장한단 말이야?’하고 묻는 일이 있을 정도다. 다행히 그렇게 질문을 해 주신 분들은 우리의 해명을 듣고는 대부분 이해하셨다.


그러니 대통령께서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단지 그들은 경실련의 설명을 듣고자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과학적인 훈련을 쌓고 합리적 논의를 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경실련이 왜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는지부터 들어봐야 한다. 왜 그런 주장을 하지 않는지도 들어보지 않고, 아파트의 원가공개를 주장하면 마치 양복의 원가공개도 주장하고 아이스크림의 원가공개도 주장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지적 가벼움이었다. 아마 그들은 원가공개에 함축된 의미를 애써 무시하려 들었는지도 모른다.


경실련의 4대 정책 중에 분양원가공개는 포함되지 않는다. 4대 정책에는 후분양제가 포함되어 있다. 분양원가 공개는 단서조항으로 들어가 있을 뿐이다. 전세계적으로 주택을 선분양으로 공급하는 나라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에서도 투기억제를 위해 대규모로 공공분양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철저한 분양가 규제하에서 선분양을 도입한 것이다. 따라서 분양가규제를 자율화하면서 당연히 후분양제를 도입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분양가 규제를 자율화할 때 소비자 권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양가 규제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아서 분양가 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선분양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건도 보지 않고 물건 값을 내는 것은 소비자의 자유의사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분양받지 않으면 된단다. 그런 주장은 정보경제학의 기본을 모르는 한심한 주장이다. 외국에서 선분양제가 없는 것은 직접적인 규제가 있거나 아니면 선분양 당시 정확하게 어떤 주택이 공급될 것인지에 대해 엄청난 분량의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면 밤낮으로 소송에 휘말려 사업을 할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경제학의 상식이 번번이 무시되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단면이다.


선분양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도 후분양을 하면 분양가가 높아진다는 둥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며 건설족은 후분양을 철저히 반대하며 그 건설족에 휘둘리는 건설관료들은 훌륭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 주며, 건설업자들에게 연구비를 받는 학자들이 시장주의를 들먹이며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 해 온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닌가? 그렇게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며 선분양을 해야 한다고 하니, 경실련은 그렇다면 한발 물러서서 굳이 선분양을 하려면 원가공개를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선분양을 할 때 소비자와 건설업자는 어떤 계약을 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자기가 자기 땅에 건설업자를 불러 집을 짓는다고 해 보자. 그러면 철저하게 설계도면에 입각해서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떤 집을 짓겠다는 계약을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아파트는 그런 절차가 전부 생략되어 있다. 소비자는 단순히 평면 도면 하나 보고, 혹은 모델하우스 한번 둘러보고 계약을 한다. 건설업자는 가급적 비용을 적게 들이며 소비자를 속이려 들기 때문에 부실공사로 인해 수없이 많은 분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믿을 것은 정부밖에 없다. 정부가 소비자 편에 서서 소비자의 권익을 철저히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면 이러한 선분양의 부작용은 많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정부가 노력해서 부작용을 없애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법적인 규율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 더 낫고, 무엇보다도 후분양제로 전환하면 쉽게 해결된다. 그런데 과연 정부는 소비자 편에서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바다이야기보다 수백배 더 큰 도박시장이 되어버린 건설시장


바다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수없이 많은 시민들이 가산을 탕진했는데, 그것은 모두 문화관광부와 국회의원들이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 준 탓이다. 도박에 빠진 국민들이 피해가 엄청나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데도, 그 어느 사정기관이나 감독기관도 나서지 않았다.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왜 그랬을까? 필자는 언론도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한 사회가 까막눈이 될 수 있었을까? 그 전모를 밝히기 위해 수사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바다이야기로 인해서 도박기계 제조업체와 상품권 업체들이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의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면 아마 정부의 전 기관이 마비되어 버린 그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바다이야기는 도박으로 발생한 문제이므로 시민들이 도박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바다이야기로 인한 부패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다이야기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아마 도박이라는 주제와 관련되지 않았다면 부족한 시민의식에 원인을 돌리거나 아니면 공식적인 도박장을 더 많이 만들지 않아서 그랬다는 시장주의자들의 주장이 활개쳤을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는 부동산 투기열풍도 그렇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재경부, 건설교통부, 주택공사, 토지공사,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지방자치단체, 국세청, 감사원, 검찰, 법원, 여야 정치권등 어느 한 기관이라도 제 기능을 발휘했다면, 부동산 투기로 인한 폐해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어떻게 국가의 전 기관이 한결같이 마비되었을까?


최근 주변에서 하루 아침에 수천억 원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물론 건설업자다. 수없이 많은 건설회사들도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대형 건설사들은 한술 더 떠 지난 몇 년간 수조원 대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훌륭한 주택건설을 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번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좋은 물건을 싼 값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서 그 결과 돈을 벌고 사세를 확장해 가는 시장경제의 기본이 한국의 건설시장에서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아서 선분양하는 순간 수천억원의 수익이 생기고 공사는 헐값에 하도급으로 한다.


이렇게 생긴 수익으로는 그들은 엄청난 광고물량을 공급하며 언론을 장악했다. 그들은 관료들을 장악했고, 정치인을 장악했고 학자들을 장악했다.


검찰과 감사원은 뭘 하나


그 사이 분양원가공개는 건설족의 이해와 시민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대척점이 되어 버렸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경실련의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게 그것은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한 부분에 불과했다. 그런데 건설족들이 완강하게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필자가 뭔가 놓친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찜찜해 졌다.


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대놓고 분양원가 공개가 반시장적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큰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이 들었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경실련에서 그동안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허위신고 문제를 많이 폭로했다. 건설업체들은 분식회계로 악명이 높다. 복잡한 하도급으로 인해 그 어느 산업보다 비자금을 조성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사원이나 검찰이 나서질 않는다.


언젠가 검찰관계자를 만나 왜 건설비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청와대가 건설경기부양에 저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검찰이 나설 수 있느냐고. 건설경기부양을 위해서 건설비리 척결을 하지 못한다면,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서 부동산 투기는 계속 조장되어야 한다. 선분양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기 위해서 부동산 투기는 지속되어야 한다.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만하면 부양책을 남발하던 경제관료들,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 대공황이 온다고 겁주던 언론들,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정상가격이라고 우기는 시장주의자들을 과연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건설업자들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건설족의 쿠데타


지난 9월 말 대통령은 마지못해 분양원가 공개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본인은 아직도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이 원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주는 발언이었다. 그래도 대통령의 발언 아닌가? 그런데 해괴한 소문이 들렸다. 건교부 관료들이 자신들은 분양원가 공개라는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은 단지 지금까지 공개하던 것에 항목을 조금 더 늘려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어쩌다 참여정부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더욱 해괴한 일이 생겼다. 건설산업연구원에서 10월 25일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 타당성 검토 및 분양가 인하를 위한 정책대안’이라는 보고서를 낸다. 대통령이 한 달 전에 결론을 냈는데도 건설산업연구원에서는 그 결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단 말인가? 그 보고서는 철저하게 건설회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었다.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분양원가의 정확한 산정과 공개가 어려움’이라고 밝히면서, 대신 ‘①제3기 서울권 신도시 건설과 같은 주택공급 확대정책과 ②택지비 인하방안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그 방안으로 ‘민·관 경쟁방식으로 택지 공급방식 전환, 2) 개발밀도규제의 완화, 3) 택지개발시 지나친 교통시설 건설비용 부담 완화, 4) 토지개발에 따른 부당이득 금지 규정 강화, 5) 토지보상 전문기관 신설’을 들었다.


건교부 장관의 검단 신도시 발표 그리고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던 때, 정부는 또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필자는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그건 건설산업연구원의 10·25 보고서를 그대로 복사한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분양원가공개는 첫 번째 고지


이제 필자는 분양원가 공개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건설족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그것, 대통령의 발언까지 묵살하고 부동산 장관회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의제인 분양원가 공개가 투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분양원가 공개라는 첫 번째 고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없다.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족이 좌지우지하는 정부를 거부하는 국민저항운동이다. 분양원가 공개에는 그런 엄청난 함의가 숨어있다. 그 함의를 꿰뚫어 보는 국민들이라면 분연히 일어서라. 새로운 역사에 동참하라.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죄를 짓지 않는 길이리라.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