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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건설 거품을 빼자] 특혜백화점 ‘민자고속도로'(下) – 타당성 예비검토 생략

 

민자사업이 국민의 세금으로 재벌 건설사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또다른 ‘특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민자사업의 타당성이나 경제성을 검증해야할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공개 등 투명성 확보 장치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등은 세금인상을 말하기 전에 정부의 세출구조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의 공사현장 모습. 다른 민자사업처럼 사업추진 과정 곳곳이 허점투성이여서 대형 건설업체를 위한 특혜사업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김문석기자 

 

◇뒤바뀐 사업절차

 

건설교통부와 민자사업자가 2004년 3월 맺은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실시협약(정부와 사업자간 계약)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1조4천억원이다. 실시계획(공사에 착수하기 위한 설계도 등을 포함한 최종 공사계획)은 협약일로부터 1년 이내에 제출하도록 명시돼 있다. 결과적으로 정확한 공사비를 산정할 수 있는 단계 이전에 이미 공사비와 정부 지원금이 정해진 셈이다. 일반 국책공사에서는 정부가 실시계획을 수립한 뒤 공사 예정가격을 산정한다.

민자사업자는 실시협약을 체결할 때 공사비를 부풀린다. 정부가 시장원가보다 높은 공사가격 산정기준(품셈)을 유지하고 있어 상당한 이윤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다.

경실련 신영철 정책위원은 “정부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사업진행절차를 개선하지 않는 한 민자사업자가 제시한 사업비를 검증절차도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건교부 관계자는 “실시계약 이전에 나오는 기본계획만으로도 충분히 공사비 산정을 할 수 있다”면서 “약정 사업비는 일종의 상한선 개념이라 민자사업자는 실시계획단계에서는 사업비를 이보다 낮게 책정한다”고 말했다.

 

◇생략된 사업성·환경성 검토

 

국가 재정이 5백억원 이상 들어가는 국책사업의 경우 1999년부터 본 타당성 검토 전에 예비 타당성 검토를 받도록 돼있다. 그러나 민자사업의 경우 수천억원의 정부 재정이 들어가도 이 과정이 생략된다. 이로 인해 정부가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여 재정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 또 정부 재정이 민자도로건설 사업 등에 무상으로 지원되더라도 국회 동의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민자사업은 현재의 재정부담을 미래로 전가시키는 것이어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부담액을 추정해야 한다”면서 “민자사업은 확정된 형태의 정부지원과 최소 운영수입 보장이라는 우발채무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성 검토도 마찬가지다. 정부사업은 사전환경성 검토를 거친다. 그러나 기업이 이윤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민간투자사업에는 이를 거치지 않아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

 

◇요식절차로 전락한 위원회

 

민간제안 사업을 투자 대상으로 지정할 때는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의 민간투자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위는 ▲민자사업의 지정과 취소 ▲사업기본계획 수립 ▲실시협약 내용 및 재정지원 심의 등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심의가 진행됐던 적은 거의 없다. 정부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일례로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정부가 직접 건설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가 2001년 민간제안이 들어와 민자사업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건교부는 위원회에 사업변경 판단 근거나 자료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

당시 건교부 심의위원이던 신모 변호사는 “고속도로 사업비를 산정한 구체적 근거나 자료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면서 “제대로 된 기준도 없이 사업을 결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민간사업자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공무원에게 놀랐다”고 말했다. 기획처 심의위에서도 민자사업자와의 실시협약을 승인하면서 18명의 위원중 14명에게 면담 회의가 아닌 팩스로 동의서를 받았다.

 

◇국민부담으로 사업리스크 축소

 

고속도로 완공 이후 실제운영수입이 정부와 약정한 운영수입에 미달할 경우 정부는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고 있다. 보장 규모를 정하는 주요한 기준이 교통수요 예측이다. 이 때문에 민간사업자는 이를 부풀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감시해야 할 정부도 사업 타당성 확보에만 열을 올려 사실상 ‘교통량 거품’을 방조한다. 기획예산처가 2004년 감사원의 지적으로 올해 들어서야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를 손질했다. 그러나 이미 발주된 민간사업의 경우 보통 20년간 운영수입을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 엄청난 혈세 낭비의 책임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된 셈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실시협약 단계에서 사업자 제안의 타당성을 전문가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면서 “민자가 아니었다면 착공조차 못한 도로사업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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