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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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경실련-오마이뉴스] 남북교류협력 사용설명서9 “탱크 체험하면서 남북 교류, 모순적인 통일 교육”

“탱크 체험하면서 남북 교류, 모순적인 통일 교육”


[남북교류협력 사용설명서9] 최혜경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 인터뷰

경실련통일협회는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남북경협 재개와 남북교류협력 정상화를 위해 ‘남북교류협력 사용설명서’라는 타이틀 아래 남북교류협력-개성공단-사회문화교류-금강산관광-인도적 지원-대북정책 등에 대한 기사와 심층 인터뷰를 12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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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위기까지 갔던 남북관계가 8.25 합의로 극적인 타결을 이룬 후, 민간 평화통일단체들 사이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6개 합의항 중 ‘남북민간교류 활성화’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MB정부 이후 최근까지 남북의 민간교류협력은 대부분 중단되어 있다. 그렇다면 8.25 합의 이후 민간평화 단체들은 향후 평화와 통일에 대해 어떤 전망과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대표적인 민간 평화통일단체인 어린이어깨동무의 최혜경 사무총장을 심층 인터뷰해 보았다. 
남북 어린이의 몸과 마음의 키를 맞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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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 대북 인도적 지원의 첫발을 내딛는 데 함께했던 어린이어깨동무도 창립20주년을 맞아 성인이 되었는데요. 감회가 새로울 거 같습니다. 간단하게 어린이어깨동무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말씀하신 대로 1996년 중반 북한이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원조를 요청하면서 대북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통일운동은 정치·군사 의제 중심이었습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다른 여타의 통일운동과 다르게 ‘어린이’를 평화와 통일의 주축으로 삼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의제 역시 정치·군사적 의제보다는 어린이들 간의 문화적 교류를 중심축으로 삼았습니다. 

사실 어린이어깨동무 대북지원단체라기보다는 어린이 평화운동단체로서의 특징이 더 강합니다. 어린이어깨동무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첫 번째는 남과 북 아이들의 ‘신체적 키’를 맞추기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과, ‘마음의 키’를 맞추기 위한 평화교육사업입니다.”

– 남북 어린이들의 ‘마음의 키’를 맞추기 위한 사업이 눈길을 끄는데요. 남북어린이들의 마음을 키를 맞추기 위한 사업은 어떤 사업이 있나요?
“어린이어깨동무의 출발을 알린 ‘안녕? 친구야!’ 캠페인이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남측 어린이들이 북녘 아이들에게 자기소개와 얼굴그림을 그려서 편지를 보내는 사업입니다. 단 한 번도 북녘에 또래 친구가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아이들이, 북녘 땅에 있는 또래 친구를 생각하면서 친구가 되겠다고 손을 내민 것이죠. 

아이들이 북녘 친구들에게 전한 메시지 속에는 정치·군사·이념을 넘어서는 순수함이 담겨있습니다. 1997년 우리 아이들이 북녘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파주 경모공원에서 평화전망대까지 행진을 한 통일대행진이라는 행사가 있었어요. 평화전망대 위에 올라가서 풍선에 메시지를 적어 날리면서 ‘애들아 힘내~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눈빛이나 울음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은 많은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함께 참여한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아이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자극을 받아 ‘평화 감수성’을 키우는 의미 있는 사업이었죠.

기억 남는 사업을 또 하나 말씀드리면, 2004년 아이들과 함께 첫 평양 방북을 성사 시킨 일입니다. 평양 어깨동무어린이병원 준공식 당시 평화지킴이라는 이름으로 11명의 남측 아이들이 방북을 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자면 당시 방북했던 한 아이는 평양의 한 소학교를 갔는데 처음에는 북녘 친구들이 말도 잘 안 하고 대답도 안 해서 ‘얘가 나를 싫어하는 건가?’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들과 교류 프로그램을 마친 후 헤어질 시간이 되어 북녘 친구가 남녘 친구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 주면서 손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어린이는 방북 후기에 ‘그 친구가 제 이름을 기억 못해도 그 친구가 남녘 친구가 생겼다고만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얼마 전 콘퍼런스에서 이런 발표를 하더라고요. ‘북한 지하철에서 북녘 아이를 만났어요.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었죠. 헤어지고 나서 생각해 보니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묻지도 않았고, 나는 누구인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사진만 찍었다는 후회가 들었어요. 그 아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구요. 20대가 된 지금 생각해 보니 남측에서 온 아이와 사진을 찍은 것으로 그 아이가 혹시 피해는 입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라고요. 아이들은 남한에만 있었다면 몰랐을 북녘 아이들에 대한 평화적 공감을 경험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소아과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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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어깨동무에서 진행한 대북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1996년 1차 대북지원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총 326차 지원을 했습니다. 저희 사업은 어린이들을 위한 의료·영양·교육 사업을 전문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대북지원 사업으로는 어린이 병원 건립, 콩우유 공장 건립, 학용품공장 건립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문인들의 교류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의 의사 30~40명이 한 달에 걸쳐 총 4차례에 북한 평양의학대학 어깨동무소아병동 의사들과 교류를 가졌습니다. 평양의학대학병원은 북한에서도 유일하게 소아과가 있는 종합병원입니다. 당시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던 북한의 한 아이가 치료에 별다른 차도가 없었는데, 남측 의사 선생님이 이 아이 질환의 원인을 정확히 발견해 낸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까지 남북의 의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료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나의 작은 통일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대북 지원 사업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남북이 만남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폭넓은 의사소통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어린이어깨동무의 사업은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평화가 만들어집니다. 이처럼 대북 인도적 지원은 단순히 북한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남북이 하나로 통합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입니다.”  

구호는 있지만 실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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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대북지원사업의 상황을 듣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남북관계가 장기간 경색국면에 빠져 있고 5.24조치 이후 대북지원이 금지된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원래 인도적 지원은 흔히 말하는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즉 북한의 자생력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MB정부는 개발지원 사업은 철저히 배제하고 소모성 단순지원 사업만 승인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북한 영유아 및 취약계층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제로는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어 있어서 지원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어깨동무는 북녘에 아이들 급식을 위한 콩우유(두유) 공장 여러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콩우유 생산을 위한 원료 지원은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죠. 드레스덴 선언에서 “씨뿌리기에서부터 추수까지 전 과정에서 남북한이 협력한다면, 그 수확물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까지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밝혔지만 농업 사업을 위한 비료 지원조차 승인은 안 해주는 것이 현실입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북한에 과도한 증명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이 1년 정도는 남측의 요청에 응하다가 2014년 4월, 남측민간단체와 지원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지원 사업이 중단되었습니다. 그 후 통일부가 모니터링 규제를 완화하는 등 개선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북한이 남측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남한이나 북한이나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남과 북 모두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대북지원 단체들도 자기반성을 합니다. 지난 20여년간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치중하느라 남한 내에서 지원 사업에 대한 공감대 확보를 위한 노력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향후 지원사원은 지원의 명분과 대북지원의 효과까지 내실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 지원을 통해 남북통합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까지 내다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죠.”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새롭게 할 때

– 끝으로 어린이어깨동무가 강조하는 평화와 통일의 감수성을 확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정책적 제언이나 내용을 부탁드립니다.
“수업을 나갔던 경기도 모 학교에서 안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탱크와 총을 쏘는 체험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하면서 동시에 우리는 북녘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참 모순적입니다. 학교에서는 북한에 대해 균형적인 시각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하지만 안보 중심의 통일교육만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평화교육을 하면서 만나는 아이들을 보면 종편에서 말하는 북한을 그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북녘을 어떻게 인식하는 것이 남과 북 통합을 준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인지 긴 안목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북지원이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대북지원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맺어진 신뢰관계입니다. 이 신뢰관계는 남북의 긴장관계를 해소시키는 열쇠였고, 남과 북의 통합을 준비는 과정이었습니다. 남북의 만남을 통해서 안보를 뛰어넘는 평화 감수성을 공유해야 합니다. 단체의 지원 사업 중 중단된 곳이 많습니다. 북한 주민과의 약속을 깨버린 셈입니다. 조속히 중단된 대북지원 사업이 재개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남북교류를 차단하고 있는 5.24조치를 뛰어넘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평화교육의 확대, 평화 감수성의 확대로 이어져

“북한은 적국이잖아요. 유아사망률이 높은 것은 고무적이죠.”

한 대학교의 북한 이해 시간, 북한의 유아사망률을 보여주었더니 한 학생이 했던 발언이다. 경악했다. 그만큼 최근 학교 교육에 있어서 평화 감수성을 키우는 일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어린이 어깨동무처럼 평화 감수성을 키우는 민간 평화통일단체들의 활발한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린이 어깨동무 사무실에는 빈 자리가 많다. 다들 학교 등 현장으로 평화교육을 진행하러 나가기 때문이다. 최혜경 사무총장은 “평화교육의 효과는 즉각적이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획일적인 안보교육과 달리 균형 잡히고, 다른 차원의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아이들이 그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선택권을 만들어주는 것이 활동가의 임무”라며 우리 사회에 여전히 미비한 평화 감수성의 확대를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