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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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경실련 체험기] 역지사지의 자세로…
201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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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체험기]


역지사지의 자세로…


도시개혁센터 인턴 송기석


  2009년 여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2년간의 롱~롱~타임을 마쳤다. 2년간의 공백 뒤에 돌아온 학교는 더욱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그 곳에 적응하기 위해 정신없이 지냈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의 한 학기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었고, 기말고사가 다가옴과 동시에 겨울방학이라는 재충전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방학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만족하며 마냥 친구들이나 만나며 쉬고 있었겠지만, 이제는 내외적으로 그럴 수 없는 처지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군대 내에서 계속 책을 보며 갈망했던 직장생활에 대한 체험을 하고 싶은 마음도 커져있었다. 그래서 학교에 인턴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되었고, 곧 ‘경실련’이라는 단체에 연결이 되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경실련 뭐하는 곳일까. 어디선가 들어 본 듯 한 이름이지만, 제대로 어떠한 단체인 지 들어본 적도 없었다. 바로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키워드를 쳤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거 뭐야, 막 피켓 들고 시위하는 그런 곳 아니야?!” 불안한 예감과 함께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역시나. 그런 곳이었다. 전경으로 군 생활을 했던 나는 시민단체에 유쾌하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자칫하면 나를 따르던 사랑스러운 후임들과 적으로 만나겠구만…’ 혼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전경생활을 하면서 공공의 입장을 주로 대변하는 관점에 익숙해져있었기 때문에, 반대편에서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역지사지의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좋은 기회였다.

 
  얼마 뒤 치열했던 기말고사를 마치고, 약간의 휴식 뒤에 처음으로 경실련을 방문하게 되었다. 내가 배치된 부서는 도시개혁센터. 상근활동가이신 남은경 부장님과 인사하고, 앞서 염려했던 부분을 묻고 나서야 안도감이 들었다. 다행히 시위 같은 건 안 나가는 것 같았다. 내가 맡은 주요 임무는 도시개혁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재개발 ․ 재건축신고센터에 접수된 재개발 ․ 재건축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문제 내용들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님들에게 전달하고, 다시 회신을 받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역할이었다.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부였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하는 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게다가 우리 동네에서는 이미 재개발이 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비롯해 주변에서도 계속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계속 보면서 많은 궁금증도 있었던 터였다.

 
  일단 중간의 전달자 역할이지만, 주민들이 도움을 청해왔을 때 덜 떨어져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며칠은 계속 책과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공부했다. 생전 처음 보는 법령도 찾아보면서 법관들은 왜 이렇게 어렵게 말을 만들었는지, 평소에 가족들과 대화할 때도 이렇게 말하는 지 묻고 싶었지만, 참아가며 묵묵히 읽어보았다. 그랬더니 점차 흐름이 머리에 들어왔다. 어느 정도 흐름이 읽었을 때는 신고센터에 접수된 이전 사례들을 읽어보았다. 와.. 재개발 사업은 생각보다 많은 허점들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각종 이권 집단에서 주민들의 몫을 가로채려고 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경실련에서 일한 지 일주일정도 되었을까. 드디어 나에게 첫 번째 신고접수가 들어왔다. 차분히 봐둔 대로 정리하여 진행해나갔다. 변호사님의 답변이 일찍 돌아와 5일 뒤에는 다시 신고 주민께 회신해 드릴 수 있었다. 주민께 회신되었다고 연락드리는데, 주민께서 감사해 하시고 좋아하셔서 괜히 내가 더 뿌듯해졌다. 아 이런 분들, 정말 몰라서 당하시는 분들을 많이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달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 달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