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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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경제위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청원운동을 시작하며

 IMF 경제위기로 인해서 실업률이 8%에 육박하고 있으며 실업자 수가 160만에 이른다. 한참 일할 나이에 직장을 잃고 실의에 빠진 청․장년이 얼마인가 ? 가정이 파괴되고 티없이 커야 할 어린 자녀에까지 그 고통이 미치고 있다.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냉혹함은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부담과 고통이 경제적 약자층에 가중된다는 것이다.    


 5대 재벌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비웃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시장경쟁의 원리에 따라 이미 다수가  도산한 상태이다. 평생을 일궈놓은 사업을 망치고 많은 중소기업자가 폐인이 되었고 가정마저 저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조정은 정리해고와 동의어인양 해석되고 있으며 변변한 사회안전망 하나 갖추어지지 못한  차가운 현실세계로 실업자들이 내몰리고 있다. 


 금융구조조정 만으로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부담이 72조원, 금융구조조정 만을 위해서 국민이 일인당 150만원의 세금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어느정도 제도개혁에 성공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각 국민은 자신의 평생소득 중에서 7천만원을 손해봐야 한다는 계산이 나와있다.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다면 IMF이전의 소득추세를 따라잡는데  수십년(잠정계산 5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통탄할 일은 이런 엄청난 부담과 고통을 국민에게  안겨놓고도 아무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책임을 지는 자도 없다는  사실이다. 구조조정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모든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그 부실의 책임자 중 하나인 금융기관의 임직원 문책은 없고 하급직원들만 정리해고되고 있다. 또한 금융부실의 원인제공자인 5대 재벌은 이  위기에 대하여 무슨 책임을 졌단 말인가 ? 오히려 재벌은 구조조정을 통하여 부채를 탕감받고 국민의 세금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한 금융기관의 경영권을 지배하려  들고 있는 지경 아닌가? 


 이 모든 위기의 궁극적 책임자는 정부이다. 정부의  관치주의, 특히 관치금융이 이 모든 부실과 위기의 궁극적 원인이다. 정부는 주체하지도 못할 권력을 움켜쥐고 휘두르며 금융기관의 부실을 만들어 왔다.  다수의 국민이 경제위기의 고통에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에  부실을 초래한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관치금융의 본산인 경제부처 금융정책담당들 그리고 금융감독기관에서 직무유기를 한 자들은 아무런 문책
을 받지 않고 오히려 승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사회는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잘못된 점들을  따져 규명하고 책임져야 할 자를 가려 문책함으로써 ‘잘못하면  처벌된다’는 전례를 만들어놓도록 하고 그래서 다시는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전통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위기가 닥치면 요란하게 떠들다가도  위기극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논리가 불분명하고, 그러다가  위기가 지나가면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같은 위기를 되풀이하게 된다.


 금융개혁을 거부하고 관치금융의 권부에  앉아서 오늘의 우리  금융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던 자들은 책임의 경중과 사리를  분명히 따져서 문책되어야 한다. 금융감독의 책임을  맡았으나 직무유기한 자들,  그리고 금융기관에서 자리보전과 개인적 이해를   위해 기회주의적 행동을 한  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소수의 선택된 관료들은 정보를 독점하고 국민을  우매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아니면 아무 일도 이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료에 의한 국가권력 독점의 영구화가 이룩되어 왔다.
 
 IMF경제위기의 원인은 관치주의이다. 관치주의가 불식되고  국민이, 그리고 경제주체가 자기의 권리를 되찾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를 만들지 못하는 한 IMF위기는 결코 극복되지 못하며, 위기는 되풀이될 뿐이다. 아무도 이들의 잘못을 묻지 않는  망국적 상황을 개탄하며 경실련,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농연은 국민을 대변하여 국민과 함께 위기의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가려내 처벌하라는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고자 한다. 


 우리는 국회에 ‘경제위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바이며, 이 위원회에서 우리는 관련  전문가들에 의한 철저한 진상규명 작업과 이에 바탕한 경제청문회 개최와 책임자 문책, 그리고 다시는 IMF 구제금융신청과 같은 경제위기가 이 땅에  다시는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확고한  개혁프로그램의 제시 등이 이루어지기를 강력히 요청한다.  


 이제 경제위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캠페인을 시작하지만  이 작업은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밝힌다. 우리는 동일한 역사적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사회의 근본을 개혁하는 일을 중단없이 계속할 것이다.    


1998. 11. 6      경실련․민주노총․참여연대․한국노총․한농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