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활동가이야기] 경제정의기업상, 실무자의 애환
2011.08.19
4,965





경제정의기업상, 실무자의 애환

 
권오인 경제정의연구소·부장

경제정의연구소에서는 매년 거래소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평가를 하여 우수한 기업에 대해 시상을 하고 있다. 시상식은 금년으로 20회를 맞이하였다. 이러한 시상식의 뒷면에는 매우 힘든 실무자로서의 고충이 따른다. 평가에서부터 시상식 개최되기 전까지는 물론, 시상식이 개최되고 난 뒤에도 늘 고충과 걱정이 뒤 따른다. 어떤 고충이 뒤 따르는지에 대해서 지금부터 자세히 설명해보고자 한다.


300개가 넘는 기업의 자료를 수집하다보면 눈이 빠질 것 같다
경제정의기업상 첫 번째 과정으로 평가대상기업에 대한 자료수집이 있다. 평가대상기업은 통상 300개사 이상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열악한 환경이 평가를 너무 힘들게 한다.
그 이유로는 먼저 인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현 경실련에서는 상근자 1인으로 구성된 부서가 많다. 경제정의연구소도 예외가 아니다. 부족한 인력을 인턴과 자원봉사자로 채워보지만 파트타임으로 나오고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끙끙대며 작업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점은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라 본다.
둘째로 평가를 위한 시스템의 부재이다. 요즘은 기업의 경영성과에 대해 일괄적으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즉 KISVALUE, FN 가이드 같은 프로그램들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마우스 몇 번의 클릭으로 방대한 기업 경영성과 자료들이 일시에 나온다. 그렇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을 왜 사용하지 못하는가 하면 비용 때문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편리한 반면 월 70만원 정도의 사용료가 부과된다. 시민단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액수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자본력이 되는 증권사 및 기업 연구소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는 경제정의연구소는 어떻게 하는가 하면 말 그대로 수작업이다. 공시된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찾아서 엑셀프로그램을 사용해 일일이 손으로 자료를 입력하는 수밖에 없다. 속어로 ‘삽질한다’ 라는 표현을 떠오르게 하는 작업이다. 가끔 이러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관에 아는 사람이 있어 경영성과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올 수 있을 때는 횡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쉽게 할 수 있는 평가작업도 시민단체의 열악한 상황 때문에 매년 눈이 빠지고 손이 빠져라 고생하는 것이다. 하루 빨리 이러한 여건이 개선되도록 기대 해 본다.
평가설문 회수의 고통 – 경제정의기업상은 대가성이 없습니다!
경제정의기업상은 공시된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지표에 따라 1차 정량평가가 끝나면 2차 설문평가를 실시한다. 설문평가는 1차 평가결과 상위 20%정도의 우수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통상 설문평가 대상기업은 60~70개사 정도이다.
설문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공시되지 않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자료를 해당기업들로부터 직접 얻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설문평가 대상기업들에게 설문회신 일시를 명시한 후 담당부서로 보낸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에서 시일을 엄수하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전화해서 설문을 회수해야만 한다. 물론 시민단체에 활동하다 보면 회원, 기자, 정부기관 등 전화작업을 하는 일이 많아 전화작업에 숙달이 된다. 하지만 경제정의기업상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화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고충도 따른다.
즉 설문을 회수하기 위해 전화를 하면 이렇게들 물어본다. “만약 수상을 하게 되면 얼마를 내야하나요?, 광고비는 얼마가 들어가나요?” 라고 물어본다. 잘 모르지만 통상 이익단체에서 하는 시상식은 돈을 주고 상을 줘서 그런지 시민단체인 경실련도 상에 대한 대가성이 있는 줄 알고 있다. 그럴 때면 다시 한 번 일일이 상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물론, “대가성이 없이 좋은 취지에서 합니다.” 라고 이야기 해줘야 한다. 한편 이런 답변도 듣는다. “시민단체와의 관계를 가지고 싶지 않고, 바빠서 설문을 해줄 수 없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솔직히 “이런 소릴 들으면서 까지 시상식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고 고민에 빠진다.
정말 힘든 수상기업 선정하기, 더 힘든 건 수상한 기업들의 사회적 물의
설문을 회수하고 나면 설문평가 후 1차 정량평가 점수와 합산해 최종점수를 산출한다. 그러고 난 후 점수가 높은 후보기업들을 대상으로 언론검색, 평가위원의 심사를 통해 최종 수상기업을 선정한다.
하지만 수상후보기업들 중 최종 수상기업을 선정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면 경제정의기업상의 평가대상기업들이 상장기업들이고 규모가 큰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속된말로 대부분 한건 씩 걸려있다. 즉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위에 제제를 받았거나 공정위에 조사 중인 기업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결격사유가 있는 기업들을 제외하고 몇 개 되지 않는 나머지 기업 중에 사회적 책임 활동을 잘하는기업을 선정하려고 하니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고충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상한 기업이 향후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이다.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라고 상을 줬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면 배신감도 들고, 상을 준 경실련의 위상도 추락할 까봐 걱정이 몰려온다.
끝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기업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시민단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대가성 없이 좋은 취지에서 시상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잘하라고 프로그램 기부 및 후원은 많이 해도 사고는 많이 치지마세요.”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