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경제, 정말 위험하다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경원대학교 경제학과


한국 경제가 위험하다. 각국 중앙은행의 자금지원에도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의 위험도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말레이시아나 태국보다 더 나쁘게 평가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시장의 규모가 크고 외국인 비중이 높은 탓에 대규모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


대통령 제대로 보고 받는지…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언론이 마비되었다. 일부 언론은 정부의 낙관적 전망만을 반복하고, 방송을 장악하려는 정부의 기도로 공영방송은 기능을 상실했다. 위기의 순간에 언론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 처음 폴슨 대책이 나왔을 때 언론이 문제점을 지적했고 시장의 부정적 반응으로 이어져,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과 서민 지원을 포함하는 개선안이 조속히 제시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경직된 경제관료들과 마비된 언론기능으로 인해 위기대책의 공론화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서슬 푸른 정부의 살기가 휩쓸고 간 국책연구소장들도, 정부 눈치 보기에 바쁜 경제학자들도 모두 조용하다. 대통령은 제대로 보고를 받고 있을까?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한국 경제 정말 위험하다.


외환위기와 미국의 경험은 공적 자금 투입시 시장원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국내 은행의 외채를 보증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정책이지만, 은행 스스로 자금을 구하도록 액수에 따라 차등 보증료를 부과하는 대책은 빠졌다. 높은 금리로 무제한 자금을 공급하고 그것이 부족하면 정부의 자본확충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교과서적 위기대처 방안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원칙이 무시되면 건설회사의 미분양주택을 구입하는 것도 특혜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덧없이 국민의 세금을 퍼주는 한국 경제, 위험하고 또 위험하다.


현재 선진국들은 상호 통화 스와프 규모를 무제한으로 늘리는 한편 은행의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이라는 시장 안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자국 통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기 때문에 통화 스와프의 혜택을 받기 힘들며, 따라서 국제적으로 새로운 신용공여 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통화 스와프가 어렵다면 조속히 긴급신용공여를 개별국가나 국제공조기구에 요구해야 한다.


새로운 신용공여를 확보하기 이전까지 환율 방어는 정책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책금리를 올려 외국자본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낮췄다. 만약 외환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심각한 정책 실패가 아닐 수 없다. 정책 판단능력에 의구심을 들게 했고, 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는 한국은행 때문에, 한국 경제는 위험하기만 하다.


서민경제 살려야 쉽게 대처


현 시점에서 증시 부양책은 외국인의 자금이탈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이 있다. 신뢰를 받는 정부라면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보장하여 국내 투자자의 동요를 막을 수 있다. 금융위기를 맞아 부자와 재벌만을 위한 감세와 종부세 완화, 금산분리 완화를 외쳐대는 정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신뢰를 잃은 정부 하에서 예상치 않은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경제는 크게 동요한다.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은 결국 서민에게 달려 있다. 서민들이 버텨주면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쉽고, 서민경제가 회생하는 순간 위기는 종식된다. 1가구 1주택자의 대출에 대한 세금 혜택을 강화하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상쇄하여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다. 서민을 위해 재정지출을 하면 중소기업도 살고, 대기업도 살고, 부자도 살 수 있다. 합리적 대안과 서민의 아우성에는 귀를 막아버린 정부가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