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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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고압송전탑 건설관련 갈등현장에서





고압송전탑 건설관련 갈등현장에서

이강원(사)갈등해소센터소장

 

 

정부와 한전이 전력공급을 위해서 설치하는 송전탑, 송전선로, 변전소 등 송·변전 설비 건설을 둘러싼 정부, 한전 및 주민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 안성 서운면∼삼죽면 송전선로 건설사업, 신안성변전소∼신가평변전소765k 송전선로 건설사업 등 송·변전 설비 건설과 관련해서 갈등이 표출되거나 갈등이 해소되더라도 갈등이 장기화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송·변전설비를 둘러싼 갈등은 2006년 106건에서 2009년 7월말 기준으로 1,143건 발생했으며 연도별로 증가 추세이다. 이처럼 갈등이 증가하는 것은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주민들의 재산권, 건강권 욕구가 여러 제도적인 미비점과 사업추진과정의 문제점으로 인해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압송전선로 등 송·변전 시설의 설치에 따른 갈등사례를 분석해보면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의 타당성, 경과지선정의 절차상문제, 전자파 피해 및 지가하락 등을 두고 정부, 한전 및 주민 간 논란과 대립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변전 설비를 건설함에 따라 발생하는 지가하락 등 재산상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보상수준을 둘러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정부와 한전은 고압송전선로 등 송·변전 설비를 건설할 때 시설에 직접 편입되는 토지 등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기초하여 2인 이상의 감정평가사가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하여 100%보상하고 있다. 그러나 고압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선하지(토지나 임야등)와 주변지역은 법적 근거없이 한전 내규에 의해서 보상이 이루어짐에 따라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동안 한전은 고압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선하지는 송전선로 최 외측선으로부터 수평거리 3m이내 직하면적을 대상으로 감정평가액의 약 25∼35%을 보상하고 있으며 송전선로 주변지역은 일정지역에 대하여 마을 대표와 협의를 통해 지역지원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한전내규로 집행되어 오던 보상은 정부가 관련 내용을 올해 법제화(전기사업법개정)하여 오는 10월1일부터 시행예정이다.

그러나 송·변전 설비건설과 관련한 정부의 보상제도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여전히 주장한다. 주민들은 송·변전 설비가 설치되는 반경 1km 이내로 매매거래가 중단되고, 지가가 하락되며 은행대출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 한전의 보상은 범위가 제한적이고 보상금액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들은 마을별로 지급되는 지역지원사업도 간접비 형태로 해당지역 개인이 취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송·변전설비 건설에 따른 재산권 보상에 기여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보상제도 마련을 요구한다. 사실 정부와 한전은 고압송전선로 등 송·변전 설비 설치에 따른 주민들의 지가하락 등 재산권피해를 일부분 인정하지만 피해규모 산정 및 보상을 위한 재원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관련 보상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또한 철도, 도로 등 동일한 공익사업과의 형평성 논란도 송·변전 설비관련 보상법제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지난 2008년 8월 이후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북경남 변전소간 765kV 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전국화되자 2009년 12월 11일 국민권익위원회의 현장조정으로 경실련(사)갈등해소센터의 중립적인 지원하에 ‘밀양지역765kV송전선로 건설관련 갈등조정위원회’가 전국최초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6개월 간 논의 끝에 주민과 정부(한전)이 제도개선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관련 보상법 마련이 탄력을 받게 되었다. 당시 ‘갈등조정위원회’에 참여하였던 지식경제부, 한전, 주민, 해당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들은 전국의 송․변전 설비 건설과 관련한 보상에 대하여 현행 법안으로는 합리적인 보상실현이 어렵고 앞으로 계속해서 발생할 송․변전선 건설 사업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상 관련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제도개선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결국 2010년 11월 26일 고압송전선로 및 변전소 등 전력을 공급하는 설비 건설을 두고 매년 발생하는 정부(한전)와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 한전, 주민, 전문가, NGO 등 이 참여하는 보상관련 제도개선추진위원회(이하 제도개선위원회)를 최초로 구성했다. 제도개선위원회는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한국전력공사, 주민대표, 경실련(사)갈등해소센터, 전문가, 소비자단체, 국회의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일차적으로 송·변전 설비건설에 따른 주민의 피해상황과 합리적인 보상 및 지원 방안마련을 위해서 공모를 통해 한국토지공법학회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제 9월 용역결과를 토대로 제도개선위원회의 논의 및 국회 공청회를 개최하여 송· 변전 설비 건설과 관련한 보상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 한전, 주민 등 관련이해당사자가 함께 협력하여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만성적인 ‘송· 변전 설비 건설에 따른 갈등 예방·해소’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경실련갈등해소센터는 지난 2년간 밀양, 국회를 오가며 고군분투해왔다. 보상수준, 재원마련 방안, 다른 국책사업과의 형평성 논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더욱이 올해 정기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법제화를 이룰 수 있는 시간적 여력도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값싼 전기를 손쉽게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송전탑이 꽂히고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의 주민들이 감수해야 할 건강권과 재산권침해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송· 변전 건설관련 보상법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