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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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경실련 입장

  오늘 1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확정․발표됨으로써 한국경제는 이제 민간․공공부문을 포함해 전면적인 구조조정과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공기업을 현재 상태로 놔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전 감사원의 특감결과에서도 밝혀졌듯이 공기업은 조직관리, 인력운용, 예산편성 및 집행 등에서 이미 민간경제부문 못지않은 방만한 경영으로 엄청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이러한 부실화된 경영행태는 결국 국민들의 아까운 돈을 낭비한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공기업은 어떤 형태로든지 혁신되어야 한다.


  오늘 발표를 시발로 해서 정부는 그동안 한번도 성공한 적 없는 공기업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에 경실련은 오늘부터 진행될 공기업 개혁과 관련하여 경실련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공기업, 왜 혁신되어야 하는가?>

1.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방만한 경영

  우리나라 공기업은 정부에 의해 임명된 사장에 의해 전문지식 없이 정부의 경영통제나 지시에 따라 독립성과 자율성이 결여된채 방만하게 경영되어 왔다. 재벌의 방만한 차입경영이 기업경쟁력의 악화를 가져온 것과 마찬가지로 공기업 또한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부실을 키워왔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의하면 한국전력공사는 97년 말 6개 통신회사에 사전에 충분한 검토없이 1068억원을 출자하여 연 128억원의 금융이자만 부담하고 있고 한국전기통신공사는 전송망 사업에 3130억원을 투자했다가 97년 말 2034억원의 누적적자만 보고 말았다. 이 뿐만 아니라 한국산업증권, 대한석탄공사, 주식회사 한양 등도 방만한 경영으로 엄청난 적자를 냄으로써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2. 방만한 조직과 높은 임금에 비해 현격히 낮은 생산성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153개 공기업은 지난 5년간 수익성이 51%나 줄어들었는데 비해 부채는 240% 증가되었고, 임직원 임금은 정부가이드라인보다 최고 3.5배까지 인상되었다. 많은 공기업들은 인원구성이 방만할 뿐만 아니라 고위직이 하위직보다 더 많은 기형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포항종합제철을 포함한 16개 기관의 조사결과, 지난해 말 현재, 직원은 93년에 비해 11% 줄었으나 3급 이상 상위직은 오히려 2% 늘어났다. 전직관료들의 은신처가 되어버리다시피 한 공기업은 이외에도 과도한 퇴직금과 본사 퇴직인력의 자리보장을 위한 자회사 설립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부실을 키워왔다.


3. 과도한 예산낭비

  공기업은 접대비, 기밀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과도한 예산을 낭비하고, 감독부처의 숨은 예산을 대리 편성․집행해왔다. 대부분 독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는 공기업들이 민간기업들보다 더 많은 비용을 섭외비로 지출했다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낭비의 예이다. 어느 곳에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이러한 섭외성 경비지출로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해왔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위와같이 비효율적 경영으로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의 수준을 낙후시켜왔다. 물론 개중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영효율을 높인 기업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여러 가지 행정, 정치, 경제적 특혜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경영과 낭비, 비효율과 무책임으로 공익성을 간과한채, 제몫찾기와 나눠먹기, 그리고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었던게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기업의 혁신은 필수적인 것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의 기본원칙>

1. 공기업으로서 존재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있는 공기업만 빼고 모두 민영화하거나 퇴출시켜야 한다.

  공기업 혁신의 핵심은 경쟁원리를 도입한 민영화이다. 공기업 부실의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는 경영의 비효율성은 민영화를 통해 극복될 수 있다. 공기업 내부의 경영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키울 수도 있겠으나 민간경영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면 민간에 넘겨야 하고 민영화에 앞서 일단 경제,사회적 여건변화로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기관은 과감하게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가 공공성이 있다고 해서 정부가 100%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인 발상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과욕이다. 비록 공공성이 있는 재화라도 민간부문에서 경쟁적으로 공급하는 경우 효율성은 시장논리에 따라 제고될 것이고 정부는 필요한 경우 아웃소싱(Outsourcing)과 불공정거래의 규제만 하면 될 것이다. 민영화는 경제위기를 극복할수 있는 대안이기도 한다. 공기업의 매각은 외화수입의 증대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2. 공익성이 강한 공기업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효율을 제거하고 자율․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관련이 있거나 공익성이 강한 공기업은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직과 인력을 축소․개편하고 이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하여야 한다. 공기업의 경영혁신은 운영시스템을 변화시켜 보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기업이 운영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인사․예산개혁 등 전반적인 쇄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비전문인의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정치적 논공행상식 인사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공기업의 경영개선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현재 대부분의 이사장들이 비전문가들인 군출신, 전직관료, 공천탈락자들로 채워져 있다. 비전문가출신들의 공기업 이사장 임명은 기업운영과는 무관한 정치편향적인 경영행태를 초래하기 쉽상이다. 6공에서 산업은행장에 권정달씨를 임명한 것과 5공에서 광업진흥공사이사장에 김복동씨를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개혁적인 인사들로 경영진을 수혈하는 한편, 사외이사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비전문가에게 공기업을 맡겨서는 안될 것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의 방법과 기준>

1. 중립적인 공기업 구조조정 전담집행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민간인 전문가의 참여폭을 넓힌 중립적인 공기업구조조정 전담기구를 설치하여 이를 통해 공기업 민영화 등 제반 공기업정책을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관리하여야 한다. 애초 기획예산위원회에서 공기업 개혁에 관한 전반적 계획과 집행을 전담했지만 현재는 계획은 기획예산위원회에서 하고 집행은 재경부와 주무부처에서 담당토록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특성이 주인없는 정부단체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의 로비에 쉽게 흔들려 공기업의 구조조정 계획이 변절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주무부처의 공무원과 공기업의 임원들은 YB와 OB의 밀착관계에 있으면서 제식구 봐주기식으로 개혁을 왜곡․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의 기업인만큼 공기업 개혁은 이해당사자들을 배제한 중립적인 기구에서 담당해야 한다. 지금까지 공기업 개혁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가 바로 내부인에 의한 개혁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2. 공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모든 자료와 평가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이미 퇴출기업과 퇴출은행의 선정과정에서 정부는 그 선정의 불공정성으로 인해 많은 저항에 직면했었다.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정부에 의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에는 항상 불공정 시비와 로비의혹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공기업의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노동계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공기업 구조조정계획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민영화 과정에서의 인력감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공기업 개혁은 그 모든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3. 재벌의 공기업 인수는 일정조건이 갖추어진 이후에 허용되어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관련하여 재벌의 공기업 인수가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미 국내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구가하고 있는 재벌이 공공성있는 공기업을 인수했을 때 발생되는 폐해들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재벌의 공기업 인수를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되지만 인수시에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재벌들이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과다차입에 의한 기업경영에 있다. 순수한 자기자본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서 돈을 빌려 국민의 돈으로 방만하게 기업을 경영하여 부실을 키워왔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재벌의 공기업 인수는 순수한 자기자본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부당내부거래의 금지, 결합재무제표의 작성, 부채비율의 축소 등을 제대로 시행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체제를 확립한 기업에만 공기업 인수를 허용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벌에게 공기업 인수를 허용하면 재벌특혜나 경제력 집중의 문제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4. 외국인의 공기업 인수에 대비한 관련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현재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쫒기고 있는 상화에서 공기업 매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공기업 매수는 외국인에 의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공기업을 외국인에게 매각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수긍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을 매수하는 외국자본은 불건전한 자본이 아닌 순수한 투자자본이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공기업의 공공성을 감안하여 설령 경영권이 이양되더라도 특별주 하나만에 의해 공익에 필요한 규제를 얼마든지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이 공기업 매수 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공익성에 반하는 불공정거래를 한다면 정부는 철저하게 규제,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외국자본에 의한 공기업 인수는 외자도입과 기술이전, 그리고 선진경영기법의 도입 측면에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5.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되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관계전문가들에 의해 정기적이고 공개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되는 공기업이 예전의 부실경영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후에 엄격한 경영평가가 수행되어야 한다. 현재의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는 형식적 과정에 그쳐왔다. 앞으로 공기업에 대한 진단은 국민의 이익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만큼 관계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간평가단을 구성하여 객관적, 공개적,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6. 예상되는 실업에 대해 정부의 고용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노동계에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해고의 위험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의 실업자가 양산된 상태에서 기업과 금융권의 본격적인 구조조정 그리고 공공부문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실업자는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국가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지만 정부는 이들의 고용불안에 대한 대책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실업자수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을 해야 할 것이다. 공기업 매각대금의 일정부분을 실업기금으로 충당하여 실직자들의 직업훈련 및 직업알선비용 등을 조달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 개혁은 정부조직개혁의 시발점이자 마지막 기회이다.
정부는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공공부문 개혁을 단행하라


  현재 우리는 경제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IMF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각계 각층이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면서 경제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기업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설령 IMF 체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공기업은 개혁되어야 할 1순위였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경영혁신은 정부의 개혁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헌재 기업과 금융권은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내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공공부문에 대한 스스로의 개혁을 철저히 단행해야 할 것이다.


  공공부문의 개혁은 정부의 개혁의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부는 수십년간 쌓여온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쟁력을 강화시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민영화할 수 있는 기업은 과감히 매각하고 공공성이 강해 민영화가 어려운 공기업은 철저한 경영혁신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또한 공공부문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해집단의 이기주의를 배제하고 독립적이고도 중립적인 전담기구에서 공기업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경실련은 이번 기회가 정부조직과 공공부문을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판단하며 때문에 공기업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앞으로 진행될 중앙정부조직, 지방정부조직 구조조정에도 시민의 힘을 모아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공공부문 개혁 촉구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다.(1998.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