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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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공기업 낙하산인사 후 선진화? 물 건너갔다

권영준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경희대 국제경영학과)이 지난 8월 11일 CBS’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에 출연하여 이날 오전 발표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특히 낙하산 인사로 인하여 공기업개혁과 민영화가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강도높게 비판하였습니다.


▶ 일시 : 2008. 8. 11, 오후 9시
▶ 진행 : 고성국 (CBS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
▶ 출연 : 경희대 국제경영학과 권영준 교수


============================== 이하 인터뷰 내용===================================


☞진행자: 오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발표됐는데?


☞권영준 교수: 선진화가 필요에 따라서 여기저기 달라붙는 경향이 있다. 정부에서 선진화라는 말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고,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 같다. 원래 공기업 민영화의 필요성은 그동안 20년 넘게 공기업 개혁과 함께 국민적 공감대가 다 이뤄진 상태다.


그래서 매번 어느 정부든 공약에서는 공기업 개혁과 구조조정 민영화를 큰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현실이다. MB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인수위에서, 그리고 출범 초에 전문가들의 세밀한 준비를 거치지 않고 정치적인 논리로 선언적으로 하다보니까 전기, 가스, 수도, 의료보험 등 서민생활에 집중되는 공기업조차 민영화하는 것으로 섣불리 전파되면서 국민적 저항을 불러왔다. 더욱이 촛불집회와 아울러 공기업 민영화가 거센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그래서 중간에 한나라당에서 4대 부문에 대해서는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산업은행 민영화안 자체만 여러 가지 혼선이 있어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많은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동안 수면 아래로 잠잠해지던 공기업 민영화 방안이 출범 초기에 이미 6개월 정도를 거치면서 시간에 많이 쫓겨있는 상태 같다.


모든 정부에서 정권 출범 초기에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를 하지 않으면 사실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 발표했는데, 발표한 내용을 보면 용두사미가 많은 것 같다. 특히 토공과 주공 같은 건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키고 토지 가격을 상승시켰던 주범으로 지목받던 공기업들이어서 두 개를 통폐합시켜야 한다는 얘기는 시장에서 수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보수정권이라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지방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공기업 본사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는데 토공과 주공이 각각 영호남 쪽으로 이전하면서 지방정부의 눈치, 지방 민심들의 눈치를 보면서 이것을 일단 지방으로 내려 보낸 다음에 통합하겠다는 건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행자: 지역민심을 감안해서 토공과 주공을 각각 내려 보내겠다고 해놓고 다시 통합하겠다는 건 불가능하다?


☞권영준 교수: 그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처럼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어 있는 나라에선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입에 바른 정책 플랜을 내놨다는 건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 아니라 오늘 발표한 40여 개 기관 중에 실질적으로 상당수의 기관들은 공적자금이 투입돼서 공기업이 되어 있는 것이지 원래는 민간기업들이다.


이 민간기업들은 당연히 공적지원이 투입된 걸 회수한다는 차원에서 매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나 쌍용건설 등 이런 많은 기업들은 당연히 시장에 매각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공기업 민영화에 포함시키는 건 숫자 맞추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오늘 발표한 것 중에서 정말 실질적인 공기업 민영화에 해당되는 건 다섯 개 정도가 된다. 한국문화진흥,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경북관광개발공사, 건설관리공사. 사실 국민들은 잘 들어보지도 못한 작은 규모의 공기업 회사들이다. 따라서 오늘 발표한 건 시한에 쫓겨서 그동안 준비 안 된 것들을 여실히 드러내는 발표계획이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상당히 비판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진행자: 공기업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한 국민적 합의는 폭넓게 형성되어 있는데도 그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이렇게 서둘러서 용두사미식으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급하게 발표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사정이 있나?


☞권영준 교수: 이미 인수위에서부터 출범 초기에 공기업 민영화를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언론에 터뜨렸다. 일종의 오버슈팅했다고 볼 수 있는데 산업은행 민영화를 포함해서 전기, 가스, 수도, 의료보험 등으로 역풍을 맞아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게 밝혀졌다.


그리고 촛불집회로 인해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민영화를 안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캠프에 있던 사람들에게 한자리씩 줘야 한다는 대단히 후진적인 관행으로 낙하산 CEO들을 내려 보냈는데, 전문성도 없을 뿐 아니라 정당성도 없고 때로는 아주 문제가 많은 인사들, 그래서 임명되자마자 한 달도 안 돼서 사표를 낸 사람들 때문에 내부적으로 상당히 반발이 많았다.


이런 상태에서 공기업 개혁을 한다는 게 가능하겠나. 내부조직에서 구성원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뿐 아니라 노조에게 발목을 잡힌 상태로 민영화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1차 발표한 내용을 보면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껍데기로 작은 규모의 다섯 개 기업만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진행자: 오늘 발표 과정에서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의 논의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한나라당 요구로 8개가 추가로 긴급 투입돼서 졸속으로 심사된 후 최종적으로 41개가 발표됐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권영준 교수: 오늘 오전만 해도 실질적으로 5개만 발표하는 걸로 되어 있다가 다시 오후에 숫자가 늘어난 것 같다. 그런데 숫자가 늘어난 내용을 보면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원래 민간회사였다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부실정리 차원에서 끌어안았던 회사들은 사실 공기업이라고 볼 수 없는 기업이다.


그런 것들이나 산업은행, 기업은행은 원래부터 우리가 다 알고 있었던 것이고, 다만 그 방향에 문제가 있어서 다시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의 비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보면 선진화한다고 하면서 후진적인 인사 관행, 낙하산 등으로 인해 자기가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 준비 안 된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 방안을 발표한 MB 정부의 후진적 관행에 문제가 있다.


☞진행자: 공기업 선진화는 이명박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하기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권영준 교수: 이미 상당히 물 건너갔다고 본다. 왜냐면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팔다리를 자를 수 있는 정말 검증되고 투명하고 도덕적으로 잘 준비되어 있는 CEO들이 시장에서 추대돼서 임명돼야 하는데, 그 과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기 때문에 공기업 민영화는 불가능하고 정당성도 없을 뿐 아니라 첫 단추를 잘못 끼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할 개혁적인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