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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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공무원 윤리강령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경실련 입장

  어제 노무현 대통령은 5.18 기념식이 끝나고 전남대에서 강의를 하는 중에 공무원 윤리강령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공직자 윤리강령을 만들어 천편일률적으로 할 생각이 없고 공무원들도 천편일률적인 그런 강령을 바라지 않는다”며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무원 윤리는 있어야하지만 각 부처에서 자기들끼리 토론해서 지킬 수 있도록 스스로 자율적으로 만들어 승복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부패방지위원회가 최근 윤리강령(안)을 만들어 각 부처에 권고하는 과정에서 아마 토론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면서 “그렇게 갑작스레 모든 것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내부에서 동력이 생겨 투명한 공직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위와 같은 대통령의 발언과 인식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우선, 이번 윤리강령은 대통령이 지적한대로 ‘어느 날 아침 뚝딱’ 급조해서 만들어진 조항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7월에 부패방지위원회에서 행동강령의 초안을 마련했고, 11월에는 행정자치부가 입법예고를 하였다. 이후 관계부처의 의견수렴을 통해 이번 강령이 마련되었다. 경실련에서도 지난해 12월 행자부의 입법예고안 대해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국민의 정부 말기인 지난 2월6일(인수위가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기간) 차관회의를 통과했으며, 같은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고, 이후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3월31일 `부패방지대책보고’ 형식으로 노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인수위 시절과 새정부 출범 초 이미 충분하게 보고되고, 관계부처·시민사회 등의 의견청취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었고, 부방위에서 별로 토론이 없었던 것 같다’는 발언이 도대체 어떤 근거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아직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는 국가청렴도 조사에서 10점 만점 중 4.0을 받아 코스타리타와 함게 공동 40위를 기록한 바 있다. 여전히 지수의 절반(5.0)을 넘지 못했으며, OECD 국가 중에는 사실상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윤리강령의 채택은 모범이 되어야 할 공무원의 윤리의식을 재고하여 각종 이권, 청탁과 관련한 부정부패를 근절키 위한 작은 출발점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윤리강령의 시행과 관련하여 “각 부처에서 자기들끼리 토론해서 지킬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만들어 승복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발언함으로써 제도 시행의 적극적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케 한다. 물론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공직사회 스스로가 自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공직사회의 개혁이 과연 스스로의 약속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상태에 있는지, 부정부패의 심각성으로 인해 국가신인도의 추락이 가져올 악영향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오늘부터 윤리강령은 발효되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의 첫 출발부터 맥이 빠졌다. ‘직무관련자 범위의 애매 모호함’, ‘각 기관의 구체적인 징계조항 부재’, ‘내부고발자에 대한 신분보장을 포함한 보호장치의 미흡’ 등 제도 자체가 가진 허점만으로도 제도 시행의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는 처지에 “부정부패” 척결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할 대통령이 제도 시행 하루 전, 제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발언을 공개적인 석상에서 밝힘으로써 공직사회는 많은 혼선을 빚고 있고, 부정부패 척결을 바라는 국민은 최초의 법적 효력을 갖는 ‘윤리강령’ 자체가 물 건너 간 것이라며 실망하고 있다.


  백번 물러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제도운영을 보다 잘 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할지라도, 이로 인해 빚어진 많은 혼란은 매우 심각하다. 아무쪼록 국정운영자로서 이번 발언으로 인한 혼선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하고 이번 윤리강령이 공직사회의 개혁을 위한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범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수행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