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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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공정위의 꼼수

문인철 (경제정의연구소 전임연구원)


 공정위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의해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은 2003년 12월에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3년 후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시장감시 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될 경우 정부 직접규율방식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3년이 지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총제를 폐지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시장개혁 로드맵이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공정위가 공개한 용역보고서에 의하면, 제도 및 운영에 의한 기업의 내부견제시스템 및 외부견제시스템의 제도적 수준은 2003년에 비해 개선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 내부견제시스템의 전반적인 수준과 외부견제시스템의 실제 작동수준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외부견제시스템의 작동수준은 2003년에 비해 개선된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수가 있는 재벌의 경우 총수가 없는 재벌에 비해 외부견제가 형편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그것은 공정위가 자초한 것이다. 시장개혁을 한다면서도 계속 출총제를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시장개혁 로드맵이 시작되는 2003년부터 출총제에 대한 예외인정 범위를 넓혀 출총제를 누더기로 만들어 갔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4월에도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예외인정을 확대하였다.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시장개혁의 목표와  반대방향으로 간 것이다. 재벌총수로 하여금 단지 몇 %의 지분만으로 거대 그룹을 개인기업 다루듯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를 확고하게 해준 것은 시장개혁과 전혀 맞지 않다.


 로드맵이 실패했다는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곧 출총제를 폐지하려는 기세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출총제보다 더 강력한 제도인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제도를 만들겠다 한다. 그동안 출총제는 빠져나갈 여지가 매우 많은 제도임에도 재벌들과 일부 정치권의 주장 때문에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출총제보다 더 강력한 제도를 만든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과거 정권별로 분석해보면 정권 말과 재벌혜택은 함수관계에 있었다. 즉, 정권말만 되면 재벌에 대한 혜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함수관계의 연속인가. 현 노무현 정권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출총제 폐지를 단정 짓고 있다.


 공정위의 꼼수다. 재벌에게 특혜를, 아니 국민경제와는 상관없는 재벌가문에게만 혜택이 되는 선물을 재벌가문에게 주려하고 있다. 국민과 여론이 재벌과 재벌가문을 구분해서 살피지 않는 정서를 이용하여 정권 말에 물 타기를 하려는 것이다. 


 재벌의 경쟁력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하다. 허나 특정 재벌가문의 과도한 사회적 지배는 후진국형 경제구조이다. 재벌과 연관되지 않으면 사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구조는 결코 선진국형 경제구조라 할 수 없다. 후진국형 경제구조를 위해 공정위가 꼼수를 쓰면서까지 제 일선에 나서는 일이 없기를 고대한다.


* 이 글은 10월24일자 Economic Review 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