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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공허한 그들만의 통일 구호_정재림 경실련통일협회 회원

공허한 그들만의 통일 구호

 

정 재 림 경실련통일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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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된지 70여 년을 앞두고 있다. 곧 통일할 수 있다는 기대가 어느덧 반세기를 넘어 6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통일의 기대보다는 체념과 순응이 더 가까운 것 같아 모두의 마음이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집권했던 정부가 통일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평화통일’을 약속하며 국민에게 호소했다. 안타깝게도 서로 ‘목적지’는 같았지만, 가고자하는 ‘방법’은 달랐다. 그래서인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은 늘 몸살을 겪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언급한지 100일이 넘었다. 신년회 인사에 이어 이산가족상봉, 유럽순방 다보스포럼 그리고 최근 드레스덴 선언까지. 대통령의 통일염원은 다른 정책에 비해 더 열정적인 듯하다. 일부 언론도 이에 화답하듯 통일준비위원회 구성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을 준비하는 모습이 어딘가 어색하다. 통일은 양쪽 모두가 하는 것임에도 지금은 한쪽만 밀어붙이는 형세다. 마치 떡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떡 달라고 떼를 쓰는 격이다.

 

서로 맞춰가는 분위기는 있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탈 많았던 개성공단을 다시 재가동했고 이명박 정부 당시 중단되었던 이산가족상봉을 3년 7개월 만에 이뤄냈다. 물론 장성택 숙청 등 북한내부권력사회가 급변한 탓에 김정은 스스로 리더십을 보여주려는 내부적 결속 다지기라는 평이 있지만, 이명박 정부보다 26% 늘어난 대북지원금 등 우리 정부도 북한사회 안정을 도모하려 노력했다.

 

서로 미래지향적이었던 분위기가 드레스덴 선언으로 금세 어두워졌다. 드레스덴 선언 이후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을 ‘아낙네’라고 비유하며 강하게 대응했다. 이후 실명비난에 이어 핵실험을 재개 한다며 연일 강한 엄포를 놓고 있다. 물론 드레스덴 3대 제안이 내용이 부실하거나 터무니없는 제안을 한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평이 있었을 만큼 상징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드레스덴 선언은 북한으로서 받아들이기에는 ‘일방적 제안’과도 같았다.

 

대화와 소통의 기본은 상대방의 의사를 들어보고 서로 맞추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명령과 불통은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는 것과도 같다. 바로 드레스덴 선언이 전자보다 후자의 느낌이 물씬 나는 셈이다. 드레스덴의 역사적 상징을 알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정권안정에 있어 큰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을 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보며 과연 진정성을 느꼈을까가 의문이다.

 

주한 영국대사인 스콧 와이드먼은 드레스덴 연설이 북한 내부에서는 체제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한다. 평양 주재 영국대사 마이크 기퍼트 또한 남북 간 이념적 전쟁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북한을 더 자극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로는 믿지 못하는 중국이, 아래로는 한·미 연합이 버티고 있으니 북한 당국으로서는 체제붕괴에 두려워하고 있는 셈이다.

 

통일은 대박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은 많은 이들에 공감을 받았다. 그러나 드레스덴 선언으로 그 진정성에 고개를 갸웃하게끔 한다. 정말로 통일을 이루고자 한다면 해외까지 나가 북한을 자극하기 보다는 북한 당국과 직접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5·24 조치 해제를 언급하며 대북 관계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난데없는 무인기 출현에 실행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분명 통일은 대박이다. 하지만 양측이 통일을 위해 무언가 헛돌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렇게 수정해야할지 모르겠다. 서로 ‘준비된’ 통일이 대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