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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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중소기업] 과거 분식회계 유예, 참여정부의 新정경유착

과거 분식회계 유예는 新정경유착이며 참여정부 개혁정책기조의 상실이다


이해찬 총리는 지난 28일 경총 강연회에서 ‘금년 1분기 중 법개정을 해서라도 기업의 과거분식에 대해 일정기간 면탈해 주고, 이를 위해 한번쯤은 정부가 부담을 질 각오를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얼마 전 열린우리당 신임 지도부가 실용주의라는 명분하에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를 유예하겠다는 당정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나아가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책이 경제의 근본적 구조 개혁을 통한 체질강화가 아닌, 재벌들의 불합리한 요구를 수용하여 기업들의 불안감이나 부담을 덜어 투자활성화를 유인함으로써 인위적 경기부양을 꾀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경실련>은 이로써 참여정부의 대표적 개혁입법인 증권관련집단송제(이하 집단소송제)가 일부 재벌의 무리한 주장으로 인해 참여정부 스스로 유명무실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참여정부의 개혁기조가 집권중반기에 상실되었다고 판단하여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 총리의 발언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이 총리가 과거 분식회계에 한정하여 집단소송제의 적용을 면탈(시행유예나 연기)하겠다고 하였지만 이는 회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회계는 결산일을 기준으로 마감되고 이후에는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때문에 과거분식을 해소하려면 전년도 분식회계를 모두 해소해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분식회계는 계속 연장되어 지속되며, 나아가 과거 분식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분식을 해야 하는 고질적인 순환 분식회계가 이루어진다. 때문에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일시에 이를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다만 분식회계를 했던 주체가 분식회계를 정상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이 총리의 발언은 불가능한 것을 하겠다는 것이며, 이 총리의 뜻대로 면탈이 되어도 민사 및 형사상의 책임은 여전히 면책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이 총리는 분식회계 면탈을 고려하기 전에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분식회계 현황과 실태를 조사 공개하고, 현재의 시기에 기업집단의 분식회계를 면탈해야하는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한다.


기업집단들이 필요에 따라 또는 관행처럼 분식회계를 하면서 기업경영의 실상이 공개되지 않고 수많은 투자자를 속이는 등 기업투명성이 극도로 악화되어 IMF 환란위기를 겪었으며, 이후에도 기업의 투명성이 크게 향상되지 않아 기업투명성 강화와 소액 다수의 투자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때문에 기업집단의 회계를 정상화하자면 우선적으로 기업집단의 분식회계 현황과 실태를 조사하여 공개하고, 분식회계가 경제 활성화에 어떤 이득과 손해를 주었는지, 현재 시기에 기업집단의 분식회계를 면탈해야하는지를 명백히 밝히고, 국민들을 설득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기업집단이 자신의 과거 잘못된 행위에 대해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분식회계로 인해 이미 처벌받은 기업들과의 형평성을 어겨가면서까지 이를 집요하게 요구한다고 하여 받아들인다면, 이는 정부가 일부 재벌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이며, 법률의 구속력과 집행력, 정부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려 경제를 살리는 커녕 시장질서를 교란시키는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이를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기도 전에 총리가 면탈을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셋째, 분식회계를 하고 있는 기업집단들은 분식회계 현황과 실태를 고백하고, 재발방지와 과거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분식회계는 우리나라의 기업집단들이 다양한 필요에 의해 모두가 하고 있으며 관행화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의 회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집단소송제 도입과 무관하게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그러므로 2003년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면서 과도한 남소방지방안과 법 시행 1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기업집단들이 이에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럼에도 기업집단들은 그동안 집단소송제에 대비한 기업회계의 정상화노력은 게을리 하면서, 이 법을 무력화하고자 온갖 이유를 들면서 정부와 국회에 로비를 하였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분식회계의 면탈은 정당하지 않다. 오히려 기업집단들이 집단소송제 때문에 기업활동을 하지 못하겠다면 정부와 국회에 로비를 통해 이를 회피하려 할 것이 아니라, 분식회계 현황과 실태를 고백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여 적극적으로 분식회계를 정리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 또한 분식회계 면탈의 가장 큰 수혜자는 대규모기업집단이며, 피해자는 소액다수의 투자자들로 집단소송제 이전에는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개인적으로 소송을 하거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아예 포기하였다. 그러나 집단소송제 도입 이후에는 피해구제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스스로 권익을 보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분식회계를 하고 있는 기업집단들은 과거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도 합리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나아가 기업집단들이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면책을 요구할 때 비로소 논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총리의 발언은 순서가 뒤 바뀐 것으로 사리에 맞지 않은 것이다.


 넷째, 과거 분식회계는 우리사회 정경유착의 산물로 경제의 어려움을 빌미로 정치권과 기업집단들이 합심하여 이를 무마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분식회계는 기업의 필요에 의해, 또는 외부환경으로 인해 이루어 졌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벌들에 대한 정치권의 특혜부여와 그에 따른 정치자금 헌납이라는 유착관계를 통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맞추어온 것이다. 현재의 정치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과거 분식회계를 유예해 달라는 일부 재계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경제의 건전성 강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작은 이익을 앞세워 큰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결론적으로 경실련은 과거 분식회계의 면탈은 법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집단들이 분식회계의 현황과 실태 고백하고, 재발방지 약속, 과거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을 제시할 것을 주장한다. 아울러 이후에 정부가 이를 공론화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 경실련은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집단들의 무분별한 주장에 동조하고 지지하는 것을 예의주시할 것이며, 이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된다면 시민들과 함께 강력히 싸울 것이다.


<문의 : 정책실 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