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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교통혼란? ‘적응하라 그게 대책이다.’

서울시, 교통대란은 초기현상일 뿐이다 


“청계천 복원에 따른 서울시내 최악의 교통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측정한 결과 오히려 혼잡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의 교통영향 평가가 과소평가 되고 있어 시뮬레이션 측정 결과는 신뢰성이 떨어진다.”
 
  청계천 복원 사업 교통분야 토론회가 5월 21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경실련 주최로 열렸다. 이 자리에 주요 논점은 앞서 언급한 서울시의 시뮬레이션 조사의 결과와 착공시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기춘(서울시 청계천 교통계획과)과장은 발제문를 통해 서울시가 지난 2001년 경찰청에서 발표한 교통량조사자료를 토대로 서울시 교통대책안을 적용했을 경우에 대한 시뮬레이션 측정 결과를 제시했다.


“서울시 교통대책대로라면 고가철거 뒤 오히려 속도 향상”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측정을 통해 청계천복원 공사에 들어갈 경우의 속도변화는 도심 21.0km/h, 시 전역 22.5km/h으로 각각 18.3km/h(2.7km/h 감소), 22.1km/h(0.4km/h 감소)로 주행속도가 감소될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서울시의 교통대책을 적용한 결과 도심 19.3km/h로 속도를 높일 수 있어 오히려 1.0km/h로 속도가 증대되고, 시 전역으로는 22.3km/h로 0.2km/h의 소통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측정 결과가 나왔다.

  또, 불법주정차 차량에 대한 대대적인 합동기획단속으로 평균 약 2km/h의 속도개선 효과를 얻기 때문에 도심 및 시내 주행속도를 청계고가 철거 이전의 속도로 회복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마장로에 왕복3차로까지 가변차선제를 시행하고 마장로와 을지로를 연결하는 도로를 신설하는 등 승용차 대책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외에 청계천 영향권을 운행하는 지하철 및 버스의 수송능력을 증대하면서 도심주차수요관리, 승용차 이용 줄이기, 시민 홍보, 기업체 유발교통량관리 협조요청 및 부담금제도 강화 등의 여러 대책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토론을 통해 밝혔다. 따라서 청계천복원에 따른 교통영향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으며, 특히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지금보다 더 불편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더구나 서울시는 7월에 서둘러 시행하는 이유로 청계고가도로의 안정성 문제와 더불어 7, 8월에 휴가철이 겹치면서 교통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혼잡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라도 7월이 적기라면 7월 착공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다.

  김 과장은 “처음에는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도심순환도로건설 때의 경우와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의 경험처럼 시민들이 차츰 적응하는 기간을 겪으면서 곧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과소평가 되어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오영태(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교통위원장·아주대 교통공학) 교수는 “다각적인 대책을 실효성 있게 해명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의 교통평가보다 실제 교통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첫 말문을 열었다.

  오 교수는 “청계천고가와 청계천로의 교통량 감소는 차량정체로 인해 속도가 감소되면서 통과교통량이 감소된 것일 뿐 오히려 더 증가 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시뮬레이션 측정결과에서는 서울시 곳곳에서 교통유입량이 증가될 것으로 평가했지만 주행속도는 단지 강북도심에서만 평균 2.7km/h가 감소된다고 제시하는 것은 신뢰성이 떨어지며 이보다 더 심각한 속도 감소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주행속도가 2.7km/h떨어진다는 수치가 직접 눈으로 보면 실제 엄청난 것”이라며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에 강한 의문점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제시하는 가변차선제, 일방통행제,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운영 및 신호운영개선 등에서도 오 교수는 안일한 대책이라며 다시 한번 질책했다.

  그는 “현 교통 대책이 세밀한 분석과정이 빠져있고, 직접 영향받는 지역주민들과의 의견수렴과정 역시 언급조차 안됐으며, 개선 과정을 위한 시간적 대책이 미흡하여 운영의 효율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현재의 대중교통 시스템에서 버스와 지하철의 수송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울시의 대중교통 이용 편이를 위한 대책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며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도심으로 가기 때문에 수요는 절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교통체증을 최소하기 위해서는 승용차 수요를 줄이는 방안 등,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사 중 교통처리대책이 아직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고 더구나 강북 전체의 신호체계개편이 시급한데 이마저 대책 없이 강행된다면 현재 서울시 교통정책을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임을 분명히 못박았다. 그러면서 “시범적으로 교통을 차단하여 영향을 살펴봐서 혼란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교통패턴에 시민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실효성 있고 탄력적인 교통대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 교수는 “서울시의 교통대책이 청계천 복원공사에 국한 지어서는 안되며 전체적인 큰 틀, 즉 서울시종합교통대책 안에서 논의되어야 마땅하다”며 발제를 마쳤다.  



“최선은 안 돼도 차선책은 마련해야”
  토론자로 나선 박용훈(교통문화운동본부)대표는 “문제 제기하는 시민단체에 서울시가 과민반응 하기 보다, 이런 건전한 비판과 견제가 시행착오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자세로 서울시가 임해줬으면 한다”고 말의 첫머리를 땠다.


  박 대표는 “승용차 중심의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것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중심의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교통 정책의 승패가 여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 “교통 정책은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청계천 복원 공사와 맞물리다 보니 시간에 쫓기어 졸속 대책이 우려되며 당장 7월 1일 철거해야한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감수하겠지만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청계고가도로 철거시기를 3~6개월 정도 늦춰 대안을 만들어 간다면 최선을 안 돼도 차선책은 마련할 수 있다”며 서울시의 융통성 있는 정책을 펼 것을 호소했다.


“반대는 소수, 신호체계까지 바꿀 필요 없어.”
  그러나 황기연(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사의 견해는 확연히 달랐다.
  

  “청계고가도로는 병으로 치면 응급환자요,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며 “절대로 7월 착공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미 시민위원회의 합의를 거쳐 청계고가를 땜질 방식으로 유지해선 안 된다는 결정이 났기 때문에 정당성마저 확보했고 대다수 서울시민들도 가구당 10만 3천원이라는 혼잡세금을 낼 수 있다고 설문조사에 답했다면서 결국 7월 착공에 동의하는 다수의 서울시민은 침묵하고 반대하는 소수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그는 “청계천 복원이 공사 규모는 크지만 신호체계까지 바꿔가며 실행할 필요는 없고 공사할 때 신호체계를 바꾼다는 것은 서울시에서 어떤 공사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7월 착공 연기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 “교통학을 한다는 학자들이 시뮬레이션 측정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근본적으로 교통학문을 부정하는 행위로 보이다”며 시뮬레이션 결과에 절대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거 아닌가”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손석기 의원은 “교통대책이 정치적으로 연관되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고, 지
금 서울시의 꿰맞추기식 정책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비칠 수 있음”을 명시했다. 그리고 “대책을 검증하고 미흡하다면 보완하면서 다른 의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당사자들과 협의가 선행되어야”
  교통신문 김흥식 차장 역시 “서울시의 교통정책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 당장 눈에 띄는 소통에만 치우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대중교통위주의 대책안이 나와야 하는데 청계천 공사와 연계된 9개 버스 사업자를 만나본 결과 1곳 빼고 모두 서울시의 일방적인 대중교통 정책을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을 보이기 때문에 사업자 동의도 없이 추진될 경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말하고 있어서 이해 당사자간의 설득이 우선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며 독단적인 서울시의 행정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준비기간 길다고 좋은 대책 나오나”
  이제원(서울시 도심교통개선반) 반장은 “시뮬레이션 측정의 결과는 모든 상황을 합리적으로 적용한 결과로, 교통대란이 우려된 지난 여러 대책들도 초기 혼란을 겪으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기 때문에 유사한 경우의 경험적 판단도 중요하다”면서 “미흡한 점은 계속 경찰청과 협의하면서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 앞에서 토론자들이 교통을 통제하여 상황을 살펴 가는 등의 시범실시를 해본 뒤 보안해 가자는 입장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차단은 혼란의 상황만 보이면서 안정화되는 단계는 못 본다는 결점이 있기 때문에 실행하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더구나 착공시기를 미루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준비기간이 길다고 좋은 대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대책기간이 짧아 졸속을 우려하는 것도 기우에 불가하다”며 “얼마나 오랜 기간 준비했는가보다 얼마나 밀도 있게 준비했는가가 중요하다”고 서울시 교통대책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청계고가도로 안정성엔 문제없다”
  경실련 서울시민사업국 박완기 국장은 “착공시기의 결정은 교통문제와 더불어 주변 개발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와 함께 결정되어야 할 사항으로 특히 교통문제는 서울동북부교통대책과 맞물려 착공에 들어가야 순서가 맞다”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중앙버스전용차선제, 버스체계 개편 방안 등이 보류되는 등 시의 교통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착공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서울시가 청계고가의 안정성을 문제삼아 착공시기를 잡은 것은 어불성설로 당장 무너질 거라는 진단이 나왔다면 지금이라도 착공에 들어 가야하지만 청계고가의 진단결과 C급판정으로 간단한 유지보수로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상태인데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며 무리하게 추진하는 빌미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의 복원이라는 청계천, 다시 사람들의 곁에서 쉼터가 되어줄 청계천 복원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자칫 자연과 인간이 모두 피해를 볼 수 있기에 좀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첫 삽질을 시작해야한다는 것이 7월 착공을 반대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날 열띤 토론에도 서로 입장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질 않았다.


  경실련은 이후 상인대책, 주변재개발 등 청계천 복원 사업 분야별 토론회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03.05.22) 

<취재 및 정리 : 홍보팀 양세훈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