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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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구제역 사태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촉구한다

구제역 방역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살처분과 매몰로 인한 대규모 환경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345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마구잡이식으로 매몰하다 보니 전국 4600여 곳 매몰지에서 유출되어 나온 침출수가 2차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많이 진정되었다고는 하나 구제역 사태는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며 새로운 위험과 과제를 던져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말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이래 양돈산업의 붕괴와 대규모 환경오염이 닥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잇단 오판과 실기가 원인이다. 최초 안동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정밀진단장비인 간이항원키트가 아닌 간이항체키트 검사만으로 검사해 음성 판정이 나오자 이를 방치했고, 이후 4차례에 걸친 의심신고에서 역시 간이항체키트 검사만으로 음성판정을 내리면서 이동조치 제한 등 초기 방역대응에 실패한 바 있다.


12월15일 경기도로 구제역이 확산되었지만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부여하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 유지를 이유로 백신 접종을 미루다가 결국 12월25일 경북‧경기의 5개 시군 구제역 발생지 주변에 한해서, 바이러스 전파력이 약한 소에 대해서만 접종을 진행하였다. 이후 1월12일 정부는 전국적인 예방 백신을 시행했지만 이미 구제역은 전국으로 퍼져나간 뒤였다.


초기방역에 실패한 정부는 이후 구제역이 걸리지 않은 소‧돼지도 반경 500m~3㎞ 안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예외 없이 살처분하는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강력한 방역대책을 시행하였지만 결국 이마저도 실패한 대책으로 귀결되고 있다. 객관적 기준없이 진행된 마구잡이식 살처분은 구제역의 전국 확산도 막지 못했고, 환경오염 예방조치가 선행되지 않고 진행되어 환경오염의 대가를 전국민이 고스란히 지게 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매몰할 장소나 매몰 작업 인력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관련 매뉴얼을 무시한 채 단기간에 345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마구잡이로 식수원이나 하천 근처, 붕괴되기 쉬운 산비탈에 매몰하였다. 또한 침출수 차단막 설치도 한두 장의 비닐만을 까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면서 땅 위로 올라와 눈에 띄는 침출수만 처리할 뿐 정작 땅 밑의 침출수 오염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제 기온이 상승하고 비가 내릴 경우 전국 4600개 매몰지의 붕괴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정부는 뒤늦게 침출수를 폐수로 처리하고 매몰지에 대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의 정부의 뒷북 대응을 생각하면 기대보다 걱정이 더 크다. 정부는 아직까지도 전국 매몰지 현황 및 관리상황에 대한 정확한 공개를 하지 못하고 있어 사후 관리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전국에 걸쳐 2차 백신 접종이 모두 완료되었지만 곳곳에서 구제역 양성 반응을 보이는 돼지와 소가 나오고 있어 백신 접종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는 등 아직도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 사태와 관련, 피해액은 정부가 발표한 액수만도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제역 사태로 4만7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며, 낙농ㆍ한육우ㆍ양돈산업의 생산 감소 등으로 국민경제의 생산유발 감소액은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구제역으로 인한 물가 불안,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액, 구제역 가축을 살처분하는 데 참여한 축산인과 공무원이 겪는 정신적 외상 등을 고려하면 그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실련은 막대한 축산농가피해와 예산 낭비를 발생시키고 환경을 훼손한 구제역 사태의 발생 및 이후 확산 과정에서 보여준 방역 당국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국회가 구제역 사태 발생 및 방역 대응 전반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국정조사 결과를 토대로 잘못된 판단과 정책 집행을 통해 구제역 재앙을 몰고 온 관련 담당자들에게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구제역 사태는 진행 중이니 책임 추궁은 뒤로 미루자고 하지만,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눈감고 애꿎은 축산농가에게 책임을 떠넘겨온 지금의 방역 당국에게 더 이상 사후 처리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교훈을 얻고 이를 토대로 방역 체계를 확고히 정비함으로써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문의 : 경제정책팀 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