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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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국민연금 기금은 정부가 함부로 ‘동원’할 돈이 아니다

청와대는 25일(화), 소외 계층의 새 출발 기반을 마련해주는 ‘뉴스타트 2008’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본인이 낸 국민연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 금융권 채무를 상환, 신용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번 정책이 경쟁에서 탈락한 신용불량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청와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국민연금 기금의 취지와 법률이 정한 기금운용의 원칙을 무시한 채 이를 단기적인 처방에 동원하겠다는 발상에는 전면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투자여부와 규모, 시기 등은 수익성과 안정성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한 기금운용위원회의 자체 판단에 따라 추진되어야 할 사항이며, 여타의 정책목적은 배제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국민연금에 납부한 돈을 담보로 금융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신용회복기회를 갖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신용불량의 어려움과 회복의 기회는 이들의 노후 보장을 포기함으로써 제공하는 것이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신용회복은 재기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통한 대출상환의 가능성은 IMF때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10%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90%는 단지 기회를 제공 받는 대가로 노후보장을 포기하여야 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둘째, 대출 상환 불능자에 대한 국민연금 수급액 삭감은 제도적 모순이다. 국민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나중에 상환하지 못한 경우에 국민연금 지급시 이를 환급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국민연금의 수급권 보호를 위한 국민연금법 제58조 (수급권 보호) ①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② 수급권자에게 지급된 급여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하의 급여는 압류할 수 없다.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신용불량자 중 대출 상환을 못한 계층에 대해 국민연금계산식에 따라 연금을 계산하고 대출액을 삭감할 경우 실제 연금액은 거의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국민연금법 제58조 2항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제도적 모순이 된다.


 


셋째,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불신 증가 문제이다. 현재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매우 높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과거 정부의 기금 운용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정부는 아직도 기본적인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성격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국민들의 돈이지 정부가 함부로 운용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부가 과거에도 연금기금에 대한 무리한 차용으로 연기금 부실을 초래한 경험이 있음에도 이를 교훈으로 삼지 못하고 또다시 연기금을 함부로 운용하려는 것은 과거의 오류를 답습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넷째, 국민연금제도의 왜곡된 인식과 경시 태도가 증폭 될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노후보장을 위한 강제저축제도이며, 고소득계층과 저소득계층 간의 소득재분배를 통하여 적절한 노후보장을 이루는 제도이다. 특히 소득재분배는 가입자가 임의로 가입여부를 결정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가입의 기본 요건이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정부가 시대에 따라 단기적 시각에서 국민연금에 납부한 보험료를 임의로 반납 받거나 또는 대출을 받도록 함으로써 국민연금의 강제적 가입 성격을 무시하는 결정인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이미 IMF 때 국민연금납부액을 돌려준 바 있고, 이번이 두 번째이다. 이렇게 국민연금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는 앞으로도 경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정책은 앞으로 국민염금 납부 보험료를 언제든지 되찾아 쓸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함으로써 공적연금의 정착과 발전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다.


 


다섯째, 국민연금제도의 가입 거부 태도가 확산될 것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개혁으로 연금수준을 30% 이상 삭감하도록 하였다. 이와는 반대로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기초노령연금은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납부율이 50%에 머물고 있는 문제와 연관하여 사각지대의 문제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더구나 현재 10년 이상 가입을 조건으로 받게 되는 국민연금 수준은 줄어들어 노후소득의 의미를 상실하는 만큼, 될 수 있으면 가입을 회피할 것이고 결국 국민연금의 궁극적 목적과 정반대의 가입 및 납부 거부가 확산될 우려가 커질 것이다.


 


이에 경실련은 청와대가 이번 신용회복 대책에 대해 얼마나 신중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며, 이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단기적 시각에서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국민연금 제도 불신과 국민 불안을 야기하여 소탐대실이 되지 않도록 근본 대책마련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끝.


 


[문의 : 사회정책팀 02-3674-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