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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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론의 ‘오만’

김진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국민연금기금의 주식 투자 확대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주장에 따르면 그동안 국민연금기금의 낮은 수익률은 주식 투자 비중이 낮은 데 원인이 있고,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면 수익률이 높아져 미래 국민연금 재정 적자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찬 내용이 주요 골자다.


그리고 주식 투자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기금을 독립적 민간기구에서 운용토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민연금의 미래 재정 적자는 낮은 수익률이 원인이고, 국민연금기금을 주식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크게 향상될 수 있는데, 답답한 현재의 기금운용위원회가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재정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니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적 민간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주식 확대가 수익률 확대라는 공식이나 이를 위해 독립적 민간기구가 기금을 운용케 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무리 봐도 논리성을 찾을 수 없는 이상한 주장이다.


정말 국민연금기금을 주식에 투자하기만 하면 수익률은 오르고 국민연금 재정 적자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도대체 그동안 국민연금기금 운용을 책임지고 있던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본부는 주식 투자 제한이 이미 철폐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는 외면하고 엉뚱한 짓을 해서 국민에게 연금액을 크게 삭감하는 고통과 앞으로도 국민연금의 재정 적자와 기금 고갈이라는 불신을 야기했다는 것인가.


게다가 주식 투자 확대를 위해 독립적 민간기구를 통해서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참으로 아리송하다. 국민연금기금을 독립적 민간기구를 통해 운용하도록 하는 것은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 민간기구는 이미 주식 투자를 확대한다는 결론이 이미 내려져 있다. 독립적이 아니라 종속적 민간기구라고 해야 맞는 이상한 주장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주식 투자 확대로 인한 우려로서 단순히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고자 할 때 나타나는 공격적 투자의 높은 위험성은 말할 필요도 없는 기본 상식이다. 또한 현재 230조원의 거대한 기금은 유연성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더구나 거대한 자금이 갑자기 움직일 때 나타나는 증시에 대한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기금이 2040년에는 2600조원이 될 것을 예상하면 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한다. 기금의 높은 수익률에 대한 압력은 투자 대상을 선별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자에 따른 부동산 가격 폭등이나 인수·합병(M&A)에 투자될 때 우려될 수밖에 없는 도덕성 문제를 포함한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것들이다.


또한 국민연금의 국내 증시에 대한 지배력은 엄청나게 강화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증시 영향력 강화는 국민연금기금이 단일 최대 주주가 되는 종목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많아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구나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제기되는 경영 자율성 침해는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볼 수 있는 ‘국가의 기업 지배’ 현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 재정적자 시점에 나타나게 되는 보유 주식 처분은 국내 증시에 큰 충격으로 나타날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주식 투자 확대가 마치 모든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될 때 국민은 정부를 의심하게 되고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불신만 커지게 된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선동적 태도가 아니라 기금 운용에 대한 좀더 진지하고 겸허한 자세를 보일 때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신뢰는 회복될 것이다. 정부가 좀 더 성숙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 이 글은 문화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