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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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국민 대통합 서두를 때다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


 


우리 국민들은 헌정 60년사에서 참으로 기이한 선거를 경험했다. 총선 따로, 경제 따로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선거경제(economies of democracy)’ 특수현상이 이번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선거 인플레이션도 없었고 통화량 증가, 소비 급증, 제조업 장애현상도 없었다. 증권시장도 선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그만큼 성숙 됐음을 뜻한다. 그러나 경기침체, 성장둔화, 성장기업들의 해외 이탈, 일자리 부족, 신용불량자 양산 등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작 경제이슈들은 정치 현안에 밀려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급조된 듯한 각 당의 경제공약들은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 百步)’ 일 정도로 엇비슷하고 재정조달 및 지출면에서 대부분 실현성마저 의문시된다.  지역 대표를 뽑는 총선인데도 대선 때나 볼까말까 할 정치이슈만 선거기간 내내 판을 쳤다. 마치 경제문제는 ‘나 몰라라’ 하듯 정치권이나 유권자들이 온통 국회의 대통령 탄핵, 60~70대 노인 폄하와 세대간 대결,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 거여ㆍ거야 견제론 등에 편갈려 입씨름 하느라 총선 15일을 지새웠다.


 


국론분열이 지나쳐 국민분열(國民分裂)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적잖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 속성상 씨앗을 뿌린 자가 그 결과를 거두지 않아 문자 그대로 국민만 죽어날 판이다. 그 근원은 탄핵정국의 출현이었다. 양쪽이 조금씩만 양보 타협했어도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고 국민분열 사태로까지 진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정치 10단’ 들의 전술은 적중했을지 모르나 그 상처와 후유증은 또다시 십수 년을 경과해야 치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3김(金) 퇴장으로 반세기를 넘긴 동서대립과 남북갈등 현상이 차츰 아물어가는 시점에서 새로 출현한 국민분열 현상은 참으로 개탄스럽기 그지 없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지금 우리 사회에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더불어 함께 사는 국민통합 무드를 일궈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총선은 끝났다. 멀지 않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결심(結審)도 있을 것이다. 전문분야가 아니라 여간 조심스럽지 않지만 헌재에서 탄핵안 이 가결될 타당성과 개연성은 대단히 희박하다고 본다. 그에 못지않게 노무현 대통령도 지금쯤은 ‘국민통합’ 의 과제가 얼마나 소중한 지 뼈속 깊이 다짐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내 제1당도, 여타 정당도 나라의 장래를 염려하는 경세가(經世家ㆍstatesman )들이라면 새 국회가 문을 연 첫날부터 국민통합 노력에 솔선수범할 것을 기대한다.



민주주의는 그 기본원칙으로서 정당한 절차(due process)를 강조한다. 이른바 3C 원칙이다.  모든 안건에 대하여 국민들의 상식(Common sense)에 비춰 해석하고, 이견이 있을 경우 지루할지라도 지속적인 공개토론(Conference) 과정을 거쳐 의견을 조정하고, 그래도 타결이 되지 않을 경우 서로 조금씩 양보해 화해와 절충 대타협(Compromise)을 한다.  이 3C 원칙은 민주주의의 발상국인 영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소간의 갈등문제를 해소해온 과정이다. 노사관계, 도농문제, 국제통상 문제 모두에 해당한다.



0(零)과 1(壹)이라는 두 숫자 중 택일하는 전무(全無) 아니면 전부(全部)식 흑백론이 아니라 0과 1 사이에는 0.1, 0.2, 0.03, 0.04 등 수많은 숫자가 있음에 착안한 최선의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다름 아닌 민주주의다. 더욱이 디지털 지식정보화 시대에 이르러서 세계는 0과 1을 적절히 배합ㆍ배열하는 수많은 방법과 새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발견했다. 즉 서로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이른바 상생(Win-Win)의 길은 이렇듯 0과 1 사이 의 새 합의점을 찾아내거나 이들을 적절히 배합ㆍ배열하는데서 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과 자연, 문명과 생태계 그리고 경제와 환경이 공생공영하는 지속가능한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어 나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시급하고 중대한 민생경제 살리기와 선진국 진입문제 역시 이 같은 디지털식 새 사고방식과 민주주의 3C 원칙이 준수될 때야 그 해결이 가능하다.



새 국회가 들어서고 노무현 정부가 복권돼 새로이 내세울 국정지표는 마땅히 ‘나도 살고 너도 사는’ 우리 모두의 세상을 위한 국민 대통합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sustainable growth)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


 


<이 글은 4월 16일자 매일경제 신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