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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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연대 창(窓) – DDA와 칸쿤

추석연휴기간 중, 우리는 연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 제5차 각료회의에서 들려온 비보에 깊은 탄식과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9월 10일에서 14일 사이 열린 이번 제5차 WTO 각료회의는 말 그대로 2001년 11월 14일 카타르 도하(Doha)에서 열린 제4차 각료회의의 연장선상에서 그간 논의된 혹은 발전된 시장 개방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회의였습니다. 결국 이번 제5차 각료회의는 합의도출 실패로 결렬되었습니다만, 이미 농업부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국가 간 합의가 도출된 상황이어서 급격한 농업시장 개방의 물결을 향후 견뎌내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팽배한 상황입니다. 매일같이 이번 WTO 각료회의에 관련된 소식을 접하고 있음에도 그 용어 및 내용이 워낙 전문적이고 난해하여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되어 오늘은 DDA와 칸쿤을 중심으로 조곤조곤 하나하나 씹어보는 기회를 가지고자 합니다.


우선 DDA란 도하 개발 아젠다(Doha Development Agenda)의 준말로서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도출된 합의사항을 의미합니다. 일명 “뉴라운드”라 불리는 4차 각료회의는 상품(goods), 서비스(services), 지적재산권(Trade-Related Intellectual Rights) 등의 모든 영역을 논의 대상으로 포괄하고 있어, 주로 상품관세에 대해서 논의했던 우루과이 라운드보다 시장 개방도 및 이행 강제력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GATT 체제가 아닌, WTO 체제 발족이후 처음으로 열린 각료 회의에서(참고: 아시다시피, WTO 이후 처음으로 열린 1999년의 시애틀 각료회의는 결렬되었습니다) 각 국은 일괄타결방식(single undertaking)으로 오는 2005년 1월1일까지 협상을 종료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 때 일괄타결방식이란, 여러 가지의 논의 분야를 한꺼번에 처리한다는 것으로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 전체 논의 영역에 대한 협상 가운데 한 가지 분야라도 협상이 결렬될 경우, 전체 아젠다가 다 채택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올해 멕시코 칸쿤에서 DDA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 세부원칙(Modality)을 정하기 위한 제5차 각료회의가 열리게 된 것입니다. 이번 각료회의에 제출된 1차 초안은 사실 지난 7월 28일에서 30일 사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WTO 주요국 비공식 각료회의의 논의 내용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때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25개국 통상장관들이 참석하여 협의하였는데, 이처럼 WTO의 주요 결정 내용들이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비공식적, 다시 말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논의 구조를 통해 도출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이 WTO 논의구조의 배타성을 비판하며 포괄적인(Inclusive) 구조로 탈바꿈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번 칸쿤회담에 제출된 1차 초안은 크게 9개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여기에 지적재산권과 공중보건 문제, 농업 문제, 싱가폴 이슈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지적재산권과 공중보건문제는 선진국의 대형 제약회사의 지적재산권과 최빈국의 공중보건 보장 권리 사이의 다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기초 의약품, 특히 AIDS 치료약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자체적으로 생산 및 구매할 능력도 없는 최빈국가에서 대형 제약 회사의 지적재산권을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20년씩 보장하게 되면, 최빈국의 보건 상태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을 유지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지적재산권을 어느 정도 양보하여야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합의가 되어 있지만, AIDS 약품에 대해서만큼은 포기하고 있지 않아 최빈국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2) 농업분야의 시장개방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언론기관에서 다루었듯이, 기존 관세율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국제적인 상한선을 정해 평균 관세율을 일괄적으로 내리는 ‘스위스방식’으로 향후 농산물 수입 개방 방침을 어느 정도 협의한 상태입니다. 이는 농산물 수출국가의 입장을 크게 반영한 것으로서 선언문 초안에서는,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시장개방의 방식을 관세를 크게 내리는 방식으로 통일하는 대신 극소수의 품목에 대해서만 관세 감축폭을 최소화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허가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이번 칸쿤 회담이 결렬로 좌초되었지만 이미 어느정도 합의된 이번 초안의 내용은 향후 회담에서도 지속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여져 한국 농업의 위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하리라 생각됩니다.


3) 싱가폴 이슈는 바로 이번 칸쿤 회담 결렬 사유가 되었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싱가폴 이슈란 투자, 경쟁, 정부조달 투명성, 무역원활화의 4가지 이슈를 말하는 것인데 선진국이 애초에 원한 것은 이 4가지 이슈를 칸쿤회담에서 결정하여 다자규범(모든 회원국가들에게 다 적용되는 규범을 뜻합니다)으로 출범하는 것이었지만, 개도국에서는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였습니다. 싱가폴 이슈의 타이틀만 들어봐도 아시겠지만, 이 4가지 이슈 모두 개도국의 시장개방과 직결된 사안입니다. 특히 투자 시장 개방 문제는 이미 OECD에서 논의되다 전 세계 NGO의 강렬한 반대에 부딪쳐 좌초된 경험이 있는 영역이지요.


이번 칸쿤 회담이 결국 결렬되었지만, 협상의 결렬은 대개 국가 간 이해관계의 상충 때문이었다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WTO 회담에서 국가 요소 이외에 다국적 기업 요소가 아주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겠지요. 미국 최대의 농업 수출업체인 카길(cargill) 사나 초대형 제약업체인 파이저(pfiger) 사와 같은 메이저 그룹들은 앞다투어 초안문 작성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WTO 논의의 시작과 끝이 그들의 손에 달린 것은 아닐까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뱀의 꼬리 – 도하 개발 아젠다의 협상 시한이 2005년 1월1일로 정해진 것은 EU 무역 협의관인 Pascal Lamy 와 미 무역대표부(USTR)의 대표관인 Robert Zoellick 의 임기가 2004년 12월이기 때문에 이들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가시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 그리 되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요)


<글 - 국제연대 김도혜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