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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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중소기업] 국회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악 합의를 개탄한다

1. 17일 국회정무위의 법안심사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제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은 경제원칙을 무시하고 재벌에게 금융자본을 지배할 수 있는 길을 열 어준 것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무위 법안소위는 차후에 그 결과 에 대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재벌소속 금융·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행사와 출자총액제한제의 예외인정 범위 확대와 적용제외 규정신설을 동시에 허용한 것은 금융·산업간의 동반부실화 위험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음을 밝혀두지 않을 수 없다.


2. 이미 밝혀진 대로 97년부터 2000년까지 30대재벌의 출자 행태를 조사·연구한 결과의 핵심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재벌은 적자계열사에 대한 출자를 통해 선단식 경영체제를 유지하려는 구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출자총액제한이 폐지될 경우 심각한 폐해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수익성분포에서 30대재벌의 4년간 총출자액 중 41%가 적자계열사에 출자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하위 재벌의 경우 이 비율은 더욱 높았다. 자산총액 5∼10조원, 5조원미만 재벌의 경우 동 비율은 각각 58%, 60%에 달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지난 4년간 우리나라 재벌은 수익성, 성장성을 무시하고 타 산업에 속한 다수의 계열사에 무분별하게 출자 하였고 선단식 경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적자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관 행이 여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출자총액제한제를 실질적으로 폐 지한 이번 개정안 의결은 논리적 타당성이 없을뿐만 아니라 재벌들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만을 보장할 뿐이다. 아울러 경영역량을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는 재벌개혁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결과이다.


3. 30대재벌 소속 금융·보험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행사를 허용은 출자총액제한 폐지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금융·보험회사의 자산은 대부분 고객의 자산이므로 의결권행사 가 허용되면 30대재벌은 앞으로 막대한 규모의 고객자산을 활용하여 계열 사에 대한 출자지원을 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되어 경제력 집중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과 재벌계열 금융·보험회사간의 이해상충으로 인해 정상적인 금융·보험업 운영을 왜곡시켜 부실화를 야기할 위험이 커질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재벌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사와 고객간에 이해상충이 야기될 우려가 있는 경우 의결권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재벌의 존재로 인해 이러한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행사를 허용하는 것은 금융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대단히 위험한 처사이다.


4. 더욱이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행사 허용이 출자총액제한 폐지와 함께 실시될 경우 그 부작용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달할 것이다. 재벌들은 모든 자금을 동원하여 우선적으로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하고 다시 이 금융회사의 자금을 이용하여 세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고객자산을 이용한 순환 인수로 경제력 집중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재벌 계열사간의 순환출자 구조는 더욱 심화되어 금융·산업간의 동반부실화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될 위험이 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무위가 정부안에 대한 개정을 합의한 것은 특별한 이유없이 정책 결정을 번복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을 결여하 고 있는 정부에 대해 감시기능을 스스로 던져버린 것이고, 충분한 연구· 검토없이 정책을 변경하는 등 정책집행상의 후진성을 드러내고 있는 처사 이다. 또한 재벌관련 규제에 대한 종합적 검토없이 여러 규제를 동시에 완화함으로써 부작용이 증폭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국회는 이런 점을 주지하고 이후 본회의에서 전체위원회를 소집하여 개정안에 대한 합의를 철 회하고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번 개정안을 철회하기를 촉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