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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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그린벨트 해제가 능사 아니다

하성규 중앙대 교수·도시계획학 / 경실련도시개혁센터 이사장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내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50만가구씩 10년간 모두 500만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이 가운데 150만가구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 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해양부는 중장기 주택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동안 개발이 제한됐던 그린벨트 308.5㎢를 풀기로 했다. 해제키로 한 그린벨트는 서울의 절반이 넘는 엄청난 면적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이해된다. 가장 중요한 이유로 주택을 대량 공급하려면 택지가 부족하다. 도시지역에는 주택을 대규모로 건설할 택지 마련이 불가능하며 택지난 해결은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린벨트로 지정된 상당 부분의 땅이 이미 비닐하우스 등 그린 공간이 아니며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상태라는 점이다. 아울러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은 한계가 있으며 주택 공급에 그린벨트 해제가 가장 손쉬운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대량 공급에는 몇 가지 심각한 현실 문제의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16만채가 넘는다. 서울 강남지역을 비롯한 아파트 가격은 정점에 달했던 2006년에 비해 30%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주택가격 하락은 세계적 추세이다.


집값이 하락하면 내 집 마련에는 유리하겠지만 금융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경제대국 미국을 덮친 금융 쓰나미는 주택가격의 급락이 금융기관의 부실, 소비 둔화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즉 주택 모기지 등 대출 연체는 금융위기로, 그리고 결국 경기침체의 늪으로 빠지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음이 현실로 나타났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집값 하락의 도미노 현상이 이어지는 현실에서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대량으로 짓겠다는 주택정책을 펴는 것은 현실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분석력을 의심케 한다.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상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에서 현대 도시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도시계획이란 제멋대로 나아가려는 도시에 토지 이용의 질서를 유지하고 살기 좋은 장소로 만드는 작업으로 ‘빈 공간’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제안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때로는 시름에 잠겨서 발길 닿는 대로 산책도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공간을 보존하거나 회복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도시의 빈 공간은 바로 그린벨트이다. 이미 숨이 막힐 정도로 도시는 만원상태다. 도시 주변의 그린벨트라는 녹색의 빈 공간은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 보존하고 회복해야 할 공간이다. 현 세대를 위해서도 그리고 미래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도 보전이 필요하다.


그린벨트 지정 이후 오랜 기간 이를 유지해온 것은 그린벨트 보존의 특장점을 시민들이 사회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녹지기능을 상실한 곳이 많기에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 역시 문제가 많다. 녹지기능을 보다 강화하는 공원화 작업이 필요한 곳도 적지 않다. 만일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일정 면적의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주택 공급은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은 문제다. 이미 국민임대주택은 그린벨트를 풀어 그곳에 공급되고 있고, 그린벨트 해제 총량이 남아 있다. 집 문제 해결은 그린벨트를 풀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먼저 찾아야 한다. 집값 하락 추세에 구체적인 그린벨트 해제기준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제 총량만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 이 글은 10월10일 세계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