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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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 근본적 철학 없는 개발정책으로 서민들 두 번 울리지마라

정부는 31일 당정간 협의를 거쳐 ‘2017년까지 총340만채의 장기임대주택공급, 건설재원 마련을 위한 임대주택 펀드 조성, 분양주택 공급확대를 위한 택지개발 규제완화 및 공공부문 역할 강화, 서민주거 금융비용 지원확대, 주택바우처 제도 도입’을 주용 내용으로 하는 ‘주택시장안정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공공부문 역할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그동안 발표된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의 정착과 성과를 기대한다며 이제는 부동산 정책의 중점을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복지 향상으로 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경실련은 정부가 밝힌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인식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며, 1.31대책이 근본적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방안과 의지도 없으면서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에 집착하여 서둘러서 발표된 허점투성이 선심정책이라고 평가한다.

첫째, 그동안 경실련과 시민들이 참여정부 이후 지속된 집값폭등에 대한 해법으로 요구해 온 근본대책들이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국민땅을 강제수용해서 추진하는 신도시에서 공동주택지는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모두 공영개발하여 공공주택으로 확충하라는 것, 소비자를 위한 후분양제를 즉각 이행하라는 것, 주택분양가격의 투명화를 위해 공공은 물론 민간까지 현행법에 있는 약 60개 항목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이를 계약서에 첨부시켜 소비자들의 법적인 권리를 보호하라는 것과 같은 요구는 언급도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투기근절과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근본대책도 제시되지 않은 채 임대주택의 양적확충만 언급하는 것이 정부가 근본적으로 서민주거불안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과 같다고 본다. 1.31대책은 2017년까지 주택건설 물량을 대량으로 발주하려는 부동산개발정부의 선심정책일 뿐이다.

둘째, 임대주택의 관리체계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대책에는 공급만 있고 지은 주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없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주택정책은 소유(분양)위주이다 보니 임대주택은 잘 짓지도 않았을 뿐 만 아니라 관리계획도 없었다. 때문에 임대주택은 저소득층, 무능력한 계층이 싼값에 사는 곳으로 여겨지고 기피하는 주택으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주택이 소유를 통한 자산증식 수단이 아니라 주거를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집을 잘 짓는 것과 함께 쾌적한 주거여건을 유지하도록 관리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럴 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장기임대주택사업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득 이하 국민들에게 저렴하게 살 아파트만 지어 주겠다는 것은 정부 정책자들의 오만함이다. 이러한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정부가 340만채의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관리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한심한 정책이다.

셋째, 건설재원 마련도 불투명하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07부터 2019년까지 약 연평균 7조원 수준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국민연금, 우체국, 농협 등 장기투자성 자금운용기관으로부터 융자를 받아 재원을 마련하다고 한다. 그러나 주택사업의 투자는 투자자가 판단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정부가 섣부른 정책에 투자자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 ‘국고채수익률+∝’까지 보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펀드자금은 사업시행자인 토지공사, 주택공사, 지자체에 출자하여 주택을 건설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사업시행자는 투자이익을 내기위해 현재처럼 원가를 부풀려 고분양가를 책정하여 국민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밖에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혈세인 국가재정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펀드는 정부가 무리한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과 평가없이 장기투자성 자금을 끌어다 쓰고 손해나면 재정으로 보장해 주겠다는 처음부터 잘못된 시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넷째,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이 또한 허점투성이 이다.

국가가 공인하는 부동산개발사업체인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그동안 땅장사와 집장사로 국민들을 상대로 수익사업에 몰두하여 공공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아왔다. 그럼에도 1.31대책에서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역할을 여전히 분양주택공급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을 뿐 공공주택 확충과 관리 등 공공부문을 정상화하기위한 언급은 없다. 또한 이제는 토지공사도 택지개발을 넘어서 주택사업까지 참여시키려고 한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으로 공기업의 존립목적, 업무 범위, 인력자원, 경영의 효율성 등에 대한 평가없이 일감만 안겨준다면, 이는 필시 공기업의 인력 충원의 근거로 활용되어 같은 사업을 중복적으로 담당하는 공룡을 만들 것 이다.

따라서 장기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건설하고 관리하려면 공공주택의 건설뿐 만 아니라 공급, 유지, 관리를 위한 정부의 ‘공공주택원스톱서비스’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경실련은 이의 대안으로 ‘주택청’ 신설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주택청은 토지공사(토지신탁)와 주택공사(뉴하우징), 국민주택기금, 주택금융공사, 그리고 건교부의 주택정책 및 계획 기능까지 포괄해야하며, 민간영역을 제외한 정부의 주거지원이 필요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서비스하는 기관으로 되어야하며, 공공주택 확충방안에는 이러한 주택정책 전담기구의 전면적인 개혁방안도 함께 제시되었어야 했다. 

다섯째,  공공택지의 민간판매 금지와 개발이익환수장치 마련이 전제되지 않는 공공주택 확충은 실현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진행된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사업도 당초 목표인 연간 10만호 건립계획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유는 재원이나 택지확보의 어려움, 슬럼화를 우려한 지자체 반발 등 때문이다. 특히 강제수용한 신도시내 공동주택지의 절반이상을 민간에 매각하거나 분양주택으로 할애하는 것을 고집하면서 한편으로 그린벨트를 파괴해 택지를 확보하는 방식에 대한 전면개선없이는 260만호는 커녕 기존 100만호 국민임대주택 건설도 불가능하다. 재원마련을 위해 국민연기금 등을 활용하겠다는 것도 자칫 국민연기금 부실우려 논란만 부추기면서 현실적으로 이행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이미 정부가 추진하는 신도시 개발사업에서 수조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개발이익환수장치 미비로 제대로 환수되지 못한 채 공기업, 건설업자와 투기꾼이 나눠먹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국민연기금을 활용하기 이전에 막대한 개발이익을 공공주택 확충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발이익 환수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여섯째, 택지개발사업에 대한 민간참여 허용은 민간건설업자에 대한 특혜일 뿐이다. 

정부는 임대주택 확충과 함께 분양주택 공급확대를 위한 대책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공공이 주도해왔던 택지개발사업을 민간‧공공이 공동개발할 수 있도록 택촉법을 연내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강제수용권까지 민간에게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명백한 특혜이다. 지금까지 택지개발사업은 국민땅을 강제수용하는 특권을 토주공 등 공기업에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기업과 건설업자만 개발폭리를 독점하였을 뿐 국민들에게는 고분양가와 집값폭등만 안겨주면서 공공성을 크게 상실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택지개발사업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전면적인 택촉법 개혁없이 강제수용권을 민간건설업자에게 까지 허용하겠다면 정부가 나서 국민의 재산권과 주거권은 뒷전인 채 건설업체 폭리만 보장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일곱째, 공공주택 확충방안의 목표도 꿰맞추기이다.

정부가 발표한 총 340만채 중 현재 계획된 물량외에 실질적 증가는 155만채이다. 그러나 이중 비축용 장기임대주택 50만호는 10년후에는 순차적으로 매각하도록 하여 실질적인 임대주택이 아닌 10년짜리 무늬만 임대주택이다. 최소한 장기임대주택은 현행법에 있는 국민임대주택의 임대기간인 30년으로 해야 임대주택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는 5년 민간임대사업을 10년 임대로 유도하겠다는 것도 최근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공급한 민간임대아파트의 부도사태로 저소득층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정부가 발표한 260만호 장기임대주택 공급 방안은 그동안 시민들이 요구해왔던 선진국수준인 공공주택 20% 확보라는 숫자에 꿰맞추기 위한 포장술이다.

참여정부가 경기부양에 부동산정책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지난 30일 노무현대통령이 지방언론사편집국장과의 오찬에서 ‘지방경기활성화를 위한 11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고, 연이어 정부가 ‘260만호 임대주택 확충’ 을 발표하는 것은 개발계획을 발표하여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들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발표하는 정책들마저 합리성이나 구체성이 결여되어 실현가능성도 의문스럽고, 대선을 앞두고 발표되는 선심성 정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경실련은 집값안정과 주거안정을 위해 참여정부가 섣부른 정책을 남발하기 보다는 투기근절과 집값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전념해주길 촉구한다. 이것이 그동안 참여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상처받은 국민들을 또 다시 울리지 않는 것 이다.

[문의: 시민감시국 02-766-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