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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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의 목적과 역할까지 부정한 조직이기주의의 결과


주가조작에 대한 수사 효율성과 신속성은 뒷전

전문성 보장에 수반되는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조직이기주의적 행태

  금융당국은 오늘 오전, 금융위원회 주가조작 조사인력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주가조작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현행 사후약방문 형태로 굳어진 주가조작 수사와 처벌에 대해 금융당국이 신속히 발벗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공언한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주가조작 근절대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금감원의 조직이기주의와 전문성없는 금융위의 권한 강화라는 허점이 도사리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특별사법경찰권을 금융위 일부 인력에 부여하는 것은 주가조작 근절대책을 반쪽짜리 대책으로 전락시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금융당국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정당성은 현행 주가조작 조사단계가 효율적이지 못해, 수사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함에 있다. 현행 주가조작 조사는 한국거래소에서 의심거래 포착 후, 금융감독원에서 사전조사를 하고 이를 금융위에 보고하게 되고, 금융위가 검찰에 수사의뢰를 청해 수사에 나서게 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처럼 본격적인 검찰 수사 이전에 여러 단계를 거치며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수년에 걸쳐 조사가 진행되어, 수사의 신속성이 생명인 주가조작 범죄에 대해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금융위원회 주가조작 합동수사단(검찰+금융위+금감원+거래소) 일부 인력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의심거래 포착 후 바로 수사에 나서 검찰이 기소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근절대책은 현행 조사인력인 금감원 조사역에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 없는 금융위 인력에 부여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인력이 모든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가 조작 정황이나 의혹 포착시 즉각적인 수사 및 대응을 해도 현장성과 시의성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에서, 현장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금융위 조사인력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은 주가조작 근절 의지를 퇴보시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결국 위 대책은 특별사법경찰권을 단지 금융당국에 부여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반쪽짜리 대책이 나오게 된 경위에는 금감원의 조직이기주의적인 행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금감원 조사역이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게 되면 현행 민간 신분에서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되는데, 이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특별사법경찰권을 금융위 인력에게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 조직의 권한 강화 입장에서 금융위가 이를 거부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정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주가조작 수사의 전문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누구보다 주가조작 조사 시기와 방법 등을 잘 알고 있는 금감원 조사역이 조사 전면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금감원이 합동조사단 활동에 있어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가조작 수사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고자 하는 위 대책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금융위의 권한만 강화하는 셈이 된다. 이는 금융위의 금융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분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금융감독체계의 문제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현재 우려가 되고 있는 공무원 신분으로의 전환에 따른 조사역의 금전적 피해나 지위변경에 따른 불편함은 법률 개정 등 조정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기구의 특수성을 감안한 높은 급여와 함께 독점적인 감독권한까지 누리면서 공적인 책임은 회피하는 금감원의 이기주의적 행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위해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설립된 공적민간기구이다. 금융감독원은 본인들의 목적과 역할에 대해 자성하고, 오늘 발표된 주가조작 근절대책이 조속히 수정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