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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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형적 주택담보대출, 경제위기 불러올 수 있다

1. 경실련은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경실련은 이미 수년전부터 단기 변동금리 위주로 되어 있는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이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형적 대출이며, 주택시장이 경색될 때 경제전반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대출임을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재경부 등 경제, 금융, 건설 관련 당국자들은 이러한 경고를 무시한 채 급증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방관해 왔다.


  이에 경실련은 향후 주택담보대출의 대규모 부실로 인한 시장혼란이나 경제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그 모든 책임은 한국은행과 금감원, 재경부와 정부정책을 통괄하는 청와대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또한 경실련은 사전에 미리 경고된 부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막상 사태가 터지면 공적자금으로 충당하는 잘못된 정책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을 해소하는 데에 단 한 푼의 공적자금도 투입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해당 사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소재를 밝혀 처벌해야 한다는 점도 밝혀두고자 한다.


2.  기형적 주택담보대출은 필연적으로 경제적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현재 한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3년 만기 단기 대출
 (2) 이자만 상환하다가 원금을 갚는 대출(balloon payments)
 (3) 높은 변동금리 비중
 (4) 소득상환능력에 따른 신용상태보다는 주택의 담보가치 위주의 대출(asset-backed lending)


이러한 대출형태는 현대적인 신용평가에 의한 대출이 이루어지는 선진금융체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형적 대출이다. 소득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고 담보가치에 의해 대출이 이루어지면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투기자금이 무한정 공급되어 거품을 부풀리는 부작용을 야기한다.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담보가액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대출액도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이른바 담보인정비율(LTV, Loan to Value Ratio) 규제를 하고 있으나 이는 근원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규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측면에서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소비자의 부담 측면에서 주택담보대출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가격이 상승할 때는 이자부담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거품이 붕괴되는 순간 이자는 물론 원금상환도 힘들어져 부실채권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건전성이 위협받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자금회수에 들어가게 되고, 그 결과 자산가격은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소비자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고 소비는 극심한 침체에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전형적으로 이루어지는 주택담보대출은 과거 선진국에서 1930년대에 연쇄적인 자산가격 하락과 은행도산 등 금융불안을 심화시켜 대공황의 피해를 가중시킨 위험한 대출로 꼽혀 이제 선진국에서는 통용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대출형태를 유지해 오던 일본에서 유사한 담보대출로 인해 거품이 발생하였다가 붕괴되어 장기 불황을 겪기도 하였다. 즉, 현재 한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대공황이나 장기불황을 촉발하거나 심화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형태의 대출로 선진국에서는 이를 극히 경계 및 규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국가에서는 대공황 이후 이런 대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모기지론(mortgage loan)으로 전환하였다. 모기지론은 20년 이상의 장기대출을 위주로 하고, 매달 원리금을 납부하여 만기가 되면 상환이 완료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출액을 소득수준에 연계시켜서 소득의 1/3이상이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는 점이다.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소득이 없다면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 유럽 국가의 경우에 다소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측면이 있지만, 장기 모기지론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유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3. 주택담보대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저금리 정책이 불안정성을 심화하였다.


한국은 담보가치 위주의 단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큰 반면 선진국은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론의 비중이 현저히 높다. 고정금리 모기지론이 보편화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금리를 인하하면 즉시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금리가 인하되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의 대출금을 갚고 대신 원리금을 덜 내는 모기지론으로 전환한다. 전환 후에는 매달 부담하는 원리금 액수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가처분소득이 증가하여 소비가 증가한다.


이런 이유로 이들 국가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모기지론이 증가하고, 주택가격도 상승하지만 동시에 소비도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단기의 이자부담만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 증대효과는 미미한 반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하는 효과만 부각된다.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여 오히려 이자부담이 늘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효과까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이자율 상승기에 한국의 금융 불안정성은 급격히 심화된다. 고정금리 장기 모기지론의 비중이 큰 국가에서는 이자율이 상승하더라도 소비자가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은 늘어나지 않고, 금리상승으로 인한 손실은 금융시장에서 흡수된다.


반면 한국과 같이 변동금리 단기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큰 국가에서는 소비자에게 이자율 부담이 그대로 전가되고, 이자율 변화가 커질 때는 주택의 매도물건이 다량 출현하여 거품의 급격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대로 통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제2금융권의 대출에서부터 이러한 위험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한국의 기형적 주택담보대출제도가 서구 선진국의 제도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재경부는 선진국의 저금리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였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대출제도의 차이로 인한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방만한 통화관리로 일관하였다. 금융감독원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소비자의 부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금융기관의 건전성만을 고려하는 안이한 자세를 유지해 왔다.


또한 모든 정책을 통괄해야 할 청와대는 경실련이 수차례 현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여러 차례 마련된 부동산 대책에 주택담보대출의 근원적 해결책은 포함시키지 않으며 그 위험을 과소평가해 왔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으로 인한 경제의 불안정성은 심화되었으며, 이렇게 된 데에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책당국자들의 무사안일에 전적인 책임이 있음을 밝혀 둔다.


4. 경실련은 주택담보대출이 대규모로 부실화될 시 반드시 금융기관과 금융감독원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만약 주택담보대출이 대규모로 부실화되면 1차적 책임은 사전에 예견된 위험을 과소평가한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출경쟁을 벌이며 미끼금리를 이용하거나 변형 대출을 일삼아온 금융기관의 책임도 결코 그에 못지 않다.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위험은 체제적 위험(system risk)이며, 이러한 위험은 그 속성상 금융기관이 부실화되기 이전에 경제의 불안정성 심화로 정부의 개입을 불러온다. 이 점을 악용하여 금융기관들은 안전한 수익기반으로 생각되는 주택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경실련은 거듭되는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방안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법규를 위반해 가며 대출을 증가시킨 금융회사의 반사회적 영업행태를 규탄한다.


  또한 경실련은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될 때 직접적인 책임은 금융기관에 있음을 명확히 하며, 이로 인해 부실화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법에 의거 적기시정조치하고, 궁극적으로는 퇴출이 이루어져야 함을 천명한다.


경제전체에 큰 피해를 입혔던 부실카드사 구제와 같이 잘못된 금융감독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되며, 이미 사전에 충분히 예고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문제가 현실화될 시 금융기관과 금융기관의 채권자들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핑계로 또다시 예고된 인재를 덮고 넘어가려는 어떠한 시도도 분쇄하고, 반드시 금융기관과 그 채권자들에게 책임을 지울 것이다.


  경실련은 사전에 예고된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을 대처하기 위해 단 한푼의 공적 자금도 투하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카드사태 때와 같이 산업은행이나 자산관리공사 등 정부가 지배하는 기관을 통한 편법적 지원에 대해서도 국민들과 함께 거부할 것이다.


5. 경실련은 근로소득자를 위한 장기 모기지론으로의 전환을 요구해 왔다.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투기꾼에게 무제한의 자금이 공급되는 단기 담보대출을 근절하는 대신 근로소득자의 내집 마련을 위해 소득상환능력에 따른 장기 모기지론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모기지론을 받는 근로소득자에 대해 과감한 세제혜택을 주어야 한다.


모기지론 금리를 무리하게 내리면 주택금융공사의 건전성을 해칠 위험이 있으므로, 정상적 금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저당채권의 유통을 활성화시키는 대신 수요자의 이자부담에 대해 과감하게 세제혜택을 부여하여 이자율을 낮추는 효과를 내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 이미 선진국에서 검증된 이러한 제도를 조속히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


  지금이라도 기형적 주택담보대출이 안고 있는 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가 선진국의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론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모든 주택담보대출을 소득상환능력을 고려한 장기 모기지론으로 전환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10년 이상의 장기대출을 위주로 매달 원리금을 납부하며 만기가 되면 상환이 완료되는 등의 방식이 고려되어야 한다. 반드시 소득수준을 고려한 대출이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6.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금융감독제도 하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이렇게 급증하게 된 데에는 담보대출의 위험을 과소평가한 데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현재 담보대출의 위험은 현재의 채무불이행 확률을 통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문제는 미래에 발생가능한 체제적 위험(system risk)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사항이며, 아직은 대규모 채무불이행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의 정상적인 금융감독은 체제적 위험(system risk)를 감안한 위험가중치를 부과,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간접적으로 대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대출의 위험성을 평가하는데 있어 소득상환능력을 포함한 신용을 사용하여 담보대출을 간접적으로 통제해왔다. 금융감독원도 소득상환능력에 의해 새로운 위험가중치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단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는 수단이 있다.


  경실련은 주택담보대출의 급증과 금감원의 대출 규제지도 등 일련의 논란들은 결국 금융감독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데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금감원의 각종 규제들을 솜방망이로 인식하고 등뒤에서 불법 및 편법대출로 자사의 이익만을 추구한 은행권에게도 상당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한다.


시비의 판단을 떠나 국민 경제 전반의 체제적 위험(system risk)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3년만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을 줄이고, 원리금을 함께 갚아 나가는 방식의 장기 모기지론으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모기지론에 대해서는 과감한 세제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위험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이며,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수단도 알려져 있음에도 합리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정부 당국자들의 직무유기를 전 국민에게 고발하며, 경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양식있는 인사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문의 : 경제정책국 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