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토지/주택] [기획]건축비 거품, 정부가 부풀린다(下) 실패한 연동제, 분양원가 공개만이 대안

 

정부의 건축비 거품 조장으로 건축비를 규제해 분양가를 낮추겠다던 원가연동제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실제로 20%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던 원가연동제는 첫 적용된 동탄신도시에서 보듯 가시적 효과를 내지 못했다. 택지공급가가 계속 오르는 데다 정부가 산정한 건축비에도 거품이 끼어있기 때문이다. 또 원가연동제가 공공택지에만 적용돼 주변 민간택지 아파트와의 시세차익을 조장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2004년 6월 동탄신도시 시범단지 분양 때 청약희망자들이 모델하우스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판교에서도 수억원의 시세차익으로 극심한 청약과열 현상을 빚을 전망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분양원가공개 대신 원가연동제=2004년 서울 상암지구의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40%의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 확인된 뒤 분양원가 공개운동이 확산됐다.

집값 폭등으로 내집마련의 꿈을 미뤄야만 했던 소비자들도 원가공개를 희망했다.

KBS가 2004년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행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인 86.9%가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의 설문조사에서는 전체(1,335명)의 74%가, 유니에셋이 1,260명의 부동산 중개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88%가 원가공개를 지지했다.

그러나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원가연동제를 도입했다. 열린우리당도 총선공약이었던 분양원가 공개를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상태에서도 관철시키지 않았다.

당시 건교부는 “분양원가 공개 목적이 분양가 인하를 위한 것인 만큼 직접적으로 분양가를 규제할 수 있는 원가연동제가 더 효과적”이라면서 “원가연동제로 분양가는 20%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지비·건축비 상승으로 유명무실=그러나 원가연동제가 첫 적용된 동탄지구의 분양가(2005년 11월, 우미건설 평당 7백35만원)는 같은 지구에서 바로 이전에 분양된 아파트(2005년 9월, 포스코건설 7백73만원)에 비해 5%밖에 낮아지지 않았다. 2004년 6월에 분양된 동탄 시범단지보다는 오히려 평당 10만원 정도 비싸졌다.

원인은 분양가 책정기준이 되는 택지비와 건축비가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토지공사가 시범단지 때 공급한 택지비는 평당 3백63만원. 그러나 원가연동제가 적용된 택지의 가격은 평당 4백26만원이었다.

그러나 토지공사가 이들 택지를 조성한 가격은 평당 2백68만원으로 똑같다. 조성원가가 같더라도 택지공급 시기마다 가격을 재감정하기 때문에 공급시기가 늦을수록 땅값은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공급시기가 늦어질수록 토지공사가 가져갈 개발이익은 커지고 분양가는 올라가는 셈이다.

건교부는 지난해 이 문제에 대해 “공급시기에 따라 택지비가 상승함으로써 과도한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축비는 사실상 원가연동제를 도입하면서 2배 가까이 올랐다. 결국 원가연동제로 건축비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업체의 채산성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건축비는 물가상승률 등 상승요인에 ‘연동’하기 때문에 언제나 일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경원대 홍종학 교수는 “원가연동제는 원가를 제대로 제어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건설업체 수익을 위해 건축비를 올려줌으로써 당초 기대에 못미치게 됐다”면서 “기술경쟁으로 원가를 낮춘 업체에 택지를 공급하는 원가입찰제 도입 등 전반적인 원가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용적률을 감안할 경우 동탄신도시 원가연동제 택지는 이전 시범단지 때 택지보다 평당 1백만원 정도 비싸졌다”면서 “결국 택지가격이 같았다면 20% 가까운 분양가 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원가연동제의 실패 요인은 택지비 문제라고 주장했다.

 

◇공공택지만 적용되는 반쪽 대책=원가연동제가 동탄이나 판교 등 공공택지에만 적용됨으로써 민간택지와의 시세차익을 조장하는 것도 문제다. 원가연동제가 효과를 발휘해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향후에는 주변 민간 아파트 가격 이상으로 집값이 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판교신도시 분양가는 중소형 4억원대, 중대형은 6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판교신도시 청약경쟁률은 수천대 1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등 벌써부터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무엇보다 당첨만 되면 인근 분당의 집값 수준까지 올라 최소 3억~4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10년간 전매금지’란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수억원의 불로소득을 노린 탈법·불법 거래까지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립대 서순탁 교수는 “실효성 없는 절름발이 원가연동제가 공공과 민간의 시세차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투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판교분양 이후 건설업체의 뜨거워진 청약열기를 이용해 그동안 미뤄왔던 고분양 아파트를 쏟아내면 분양가 폭등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김효정 사무관은 “공공택지의 경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택지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만큼 분양가도 규제할 수 있지만 시장원리에 움직이는 민간 영역까지 일률적으로 분양가를 규제하기는 힘들다”면서 “그렇지만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저렴한 주택공급이 많아지면 민간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실련-경향신문 공동기획 I 기획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