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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 [기획]부동산 거품을 빼자 – 판교 중대형 턴키발주, 강제차등점수제는 재벌 배불리기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턴키입찰에 대형 건설사에 유리한 ‘강제차등점수제’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분양가가 올라가고 재벌 계열사 등 특정업체가 개발이익을 챙기게 될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13일 “턴키입찰(아파트의 설계와 시공을 한 건설사에 맡기는 방식)의 낙찰자 선정기준에 강제차등점수제를 도입키로 했다”면서 “16일 사업자 설명회에서 구체적인 방침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차등점수제란 설계에서 높은 점수만 받으면 공사비를 부풀려 입찰하더라도 최종낙찰자로 선정될 수 있는 제도다. 2위 업체의 최종점수는 1위 업체 점수의 10%를 강제로 감점당한 점수가 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정부 발주공사에서는 이례적일 뿐 아니라 주택부문에 적용되는 것도 처음이다.

 

◇분양가 상승 압력=턴키입찰에서 최종낙찰자는 0.1점차로도 결정난다. 그런데 강제차등점수제는 설계점수에서만 5점 이상 차이가 나게 한다. 예컨대 1위 업체 설계점수가 95점, 2위 업체가 94점이라도 2위의 최종점수는 9.5점(95점의 10%)을 뺀 84.5점이 된다. 결과적으로 가격경쟁은 의미가 없어진다. 공사비를 높여도 낙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사비가 높아지면 분양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주택공사는 턴키 도입을 위해 판교아파트 건축비를 평당 3백25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동안 주공이 발주한 건축비는 평당 2백70만원이었다. 최소 50만원 가량 높인 것이다.

김홍배 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공영개발로 집값을 낮추겠다더니 턴키방식으로 오히려 분양가를 높이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 배불리기=강제차등점수제는 대형 건설사에 유리하다. 턴키입찰제도는 많은 설계비용 탓에 중소업체가 입찰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강제차등점수제로 설계평가 비중이 높아지면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다. 게다가 설계평가는 심사위원들의 주관이 크게 작용한다. 결국 로비가 극성을 부리면서 자금력과 조직력이 크게 나은 재벌 계열사 등 대형 건설사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중견건설업체들이 강제차등점수제는 공정한 가격경쟁을 무시한 채 대형업체만 수주를 가능케 하는 불평등 기준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영철 경실련 정책위원은 “기술력이 필요없는 아파트 건설에 턴키 발주를 하기로 한 데 이어 강제차등점수제를 도입하는 것은 개발이익을 특정 업체에 몰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떨어진 주공의 자존심=주공이 판교아파트를 턴키 방식으로 발주하는 이유는 대형 업체의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자체 브랜드(뜨란채)를 사용했지만, 주공 아파트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주공 직원들의 반발은 크다. 판교신도시가 잘못 형성돼 있는 주공의 이미지를 바꿀 절호의 기회인데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정부가 예전에는 땅장사에 치중하더니 판교에서는 대형 브랜드로 집장사를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경실련-경향신문 공동기획 ㅣ 기획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