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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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김근태 의원의 선처를 바라는 전국 경실련 공동대표 탄원서

歎 願 書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는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 있는 김근태 의원이 선처를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지난해 김 의원은 엄청난 정치자금이 소요되는 정치 현실을 개혁하고자 본인의 경선 자금 내역을 공개하는 양심선언을 하고, 그 대가로 피고인의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사실을 애써 밝히며, 본인의 정치적 생명까지 건 모험을 택한 김 의원의 선의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이 탄원서를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오늘의 정치현실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돈에 의한 정치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정치인이 고비용의 정치구조에서 불법 정치자금의 유혹을 받고 있고, 드러나서 처벌만 되지 않았을 뿐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전합니다. 물론 이러한 정치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한 일차적인 책임은 응당 정치인의 몫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잘못된 정치관행의 악순환을 견제와 감시, 비판을 통해 끊어내지 못하고 지속되도록 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의원은 용기 있게 자신의 경우를 솔직하게 고백함으로써 고비용 정치구조에 경종을 울리고, 돈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관행을 바로잡아 깨끗한 정치문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는 김 의원의 고백이 그 동안 병들어 있던 우리 정치의 患部를 도려내고 깨끗한 정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랬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김 의원의 뒤를 이어 제2, 제3의 양심고백으로 국민의 용서와 이해를 구하며, 깨끗한 정치실현을 위해 애쓰겠다는 다짐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깨끗한 선거에 대한 실천 없이 공약만 남발하는 정치풍토에서, 동료 정치인조차 김 의원의 善意를 외면하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낡은 정치의 개혁을 위한 용기 있는 고발의 대가로, 김 의원은 법정에 서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는 지난해 김 의원의 양심선언이 공익적 차원에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시민들의 격려와 위로를 담은 ‘경제정의실천시민상’을 김 의원에게 수여한 바 있습니다. 비록 정치자금과 관련한 잘못이 있더라도 양심적인 고백은 깨끗한 정치와 신뢰받는 정치로 거듭나기 위한 시도로서 시민들의 위로와 격려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우리는, 권력층이 개입한 감사원 비리를 폭로하고 파면·구속되었던 이문옥 감사관과 군 부재자 투표의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중위 등 용기 있는 양심 선언자에게 ‘경제정의실천시민상’을 수여하며 시민들의 격려를 전한 바 있습니다. 이들의 공익적 고발과 양심선언은 분명 우리 사회의 진일보를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는 이번 공판 과정에서 김 의원의 양심선언이 처벌을 받는다면, 과연 누가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고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또한 양심고백에 대한 처벌과 침묵하는 비양심에 대한 묵인은 사회적 가치의 혼돈을 가져올 것이며, 건강한 양심을 가진 많은 시민들이 심한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양심선언의 뜻이 왜곡되고 바래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김근태 의원, 한 정치인의 정치생명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심 있는 국민들의 희망과 기대를 지키는 문제이며, 국민을 위한 정치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낡고 부패한 정치와 함께 심판 받아야 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우리의 간곡한 뜻을 널리 헤아려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호소합니다.


2003. 5. 12

경실련 3만여 회원을 대표하여 전국경실련의 공동대표가 대표 연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