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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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김성훈 칼럼]나이 거꾸로 먹는 70객 정치인들에게 농민들 고통 쯤은…
201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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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하도 덥고 찌는 듯하여 영혼(정신)과 육체가 따로 논다. 생각과 말이 따로 놀고 정신 나간 헛소리가 자주 나온다. 정권 말기에 들어 정신 나간 소리, 유체이탈의 화법이 성행하고 있다. 농업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중경광역시의 모종산이라는 곳에 800년이나 된 자연석 석각(石刻)공원이 있다. 돌 조각 수효를 모두 헤아리며 돌아보려면 한나절 이상이 걸린다. 그 중 한 어미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석각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 아래 새겨진 당나라 때 시인 이태백의 경구가 예사롭지 않다. 이르되, “부은자 다(負恩者 多), 지은자 소(知恩者 小)”, 풀이하면 “은혜를 입은 사람은 많으나, 은혜를 아는 사람은 적다”라는 뜻이다. 이 글귀를 읽으며 조각을 우러러보는 관람객들은 새삼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숙연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 지난 4월 30일 상하이 서교빈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청와대

우리나라, 우리 국민들의 일상을 돌아볼 때 해방(광복) 이후 오늘까지 농업, 농촌, 농민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 정도의 발전과 부와 평화를 누릴 수 있었을까. 제 아무리 재물과 탐욕으로 눈이 어두운 물신(物神)주의자라 하더라도 이 땅의 산과 들과 내(川)와 강 그리고 호수와 바다 갯벌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러한 자연장관과 정주 휴식 공간, 공기와 생명수를 즐길 수 있었을까. 대자연과 농림업에 대하여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한한 은혜와 신세를 졌음에도 감사하기는커녕 돈벌이가 시원찮다고 내리치는 세태와 배은망덕의 정점에는 토건(土木建設) 세력이 있고 CEO 리더쉽이 있다. 이제는 복구는커녕 지탱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이 나라의 농업 농촌과 산하를 황폐화 시키고 환경 생태계를 파괴하였다. 돈(物神)밖에 모르는 토건족들이 ‘녹색성장‘이라는 딱지를 덕지덕지 4대강 언저리에 발라 놓아, 농토를 떠난 농민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아스팔트 농사(데모)나 지을 판이다. 토목건설과 FTA에 올인한 오직 1%만을 위한 반농업정책을 획책하는 곳에 위정자들의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현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항하는 농투성이 백성들을 되레 호통치고 불법사찰하고 찍어 누른다. 멘붕(멘탈붕괴) 농정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며 으뜸이라 했는데…

공자는 나이 일흔(70)이면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라 했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여도 도리(道理)에 어긋난 것이 없다’라는 뜻인데, 이 나라의 70객 정치지도자들은 거꾸로 나이를 먹는 모양이다. 단순히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권력기관으로부터 4대 은행에 이르기까지 노른자위 자리를 ‘고소영, 강부자’들이 다 꿰차고 논다. 사유재산을 70∼90억 원씩 쌓아 놓고도 뭐가 부족한지 다시 뇌물을 챙기거나 횡령하다가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다. 그래서 나이 70이 넘어서까지 상근 공직을 차지하고 거액의 봉급을 챙기고도 공금횡령, 뇌물수수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옛말처럼 梁上君子(도둑님)라 부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들에게는 정부 실패, 정책 잘못으로 고통 받고 울부짖는 농산어촌 농어민들의 신음 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돈과 탐욕만 좇다 보니 멘붕되어 외국에만 나가면 정신 나간 헛소리 헛발질이다. 입만 열면 FTA(자유무역협정)요, 경제영토 확장론이다. 애처롭게도 FTA 병에 걸린 신인간 광개토대왕께서 이 땅에 재림하셨나 보다. 돈이 생길만한 것만 보면 그린벨트이건 공공재(公共財)이건, 거칠 것이 없다. 인천공항과 KTX 그리고 도곡동, 내곡동, 논현동 부동산 투기놀음에 식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22조 원을 들여 모교동창들과 옛 동료들에게 몰아 준 4대강 토목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을 해소했다는 해외여행 중의 공개연설로 국제적인 웃음거리를 산 것도 모른다. 그야말로 국격을 떨어뜨린 명연설이다. 대선 때 그분의 ‘돈 버는 농업, 살 맛 나는 농촌’ 공약은 진작 7.4.7을 타고 날아가 버렸나. 농민소득은 줄고 농가 빚만 늘었다. 임기 말이 가까울수록 그분의 화법은 유체이탈(遺體離脫)의 극치에 이르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이라든지, 식량주권, 현재와 미래의 농업환경생태계와 공동체 문제를 거론하면 대뜸 구시대적 발상인 것처럼 내려치는 정재계 언론계 CEO들만 주변에서 득실거린다. 농민들의, 아니 백성들의 소원은 멘붕님의 잔여임기 6개월 동안 제발 해외여행을 자제했으면 하는 것이다. 뼛속 깊이 친일 친미하는 육신이다 보니 밖에만 나가면 유체이탈 현상들이 국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4서3경의 <대학> 8조목에 가라사대, ‘마음이 삐뚤어져 있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視而不見),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聽而不聞), 음식을 먹어도 그 참 맛을 알지 못한다(食而不知其味)’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골수병 증세는 ‘청 불통(聽 不通)’이다. “제발 한중 FTA 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FTA를 하려거든 농업부문만은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처럼 예외로 해 주세요”라고 농민들이 농사짓다 말고 서울로 올라와 읍소·애원을 해도 그 ‘소리’만 들을 뿐 ‘말’이 통하지 않는다. 국익이라는 허황한 신기루에 홀려 ‘청 불통’의 불치병(不治病)에 걸렸기 때문이다. 멜라닌 분유, 가짜 계란, 기생충 알 김치, 농약 만두, 양잿물 우유, 납 꽃게, 구제역, 광우병 파동의 교훈을 벌써 잊었나. 오히려 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일제시대 ‘불령선인’ 다루듯 잡아가고 불이익을 주고 불법사찰한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을 가리켜 반미·친북·종북 주의자들로 몰아붙인 저들이, 그러면 한중 FTA를 반대하는 농민들을 뭐라고 부를 것인가. 반중, 반북 종미주의자라 부를 것인가. 그래서 일찍이 맹자님께서는 백성을 탄압하고 해악을 끼치는 정치체제를 단호히 ‘갈아 치우라’고 역설하였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라는 구호는 언제나 유효하다.

세계가 온통 환경위기에 휩싸여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이상기후 피해가 심각한데, 우리나라는 식량, 에너지, 물 위기마저 한꺼번에 몰아닥치고 있다. 신자유주의 후폭풍과 재벌기업 부자 옹호정책 등 1% 아주 많이 가진 자들을 위한 승자독식 경제운용으로 국가 및 개인부채는 각각 1000조 원에 육박, 국가 경제가 파탄일보 직전이다. 거기에 고위층의 친구들에 의해 휘둘리는 금융 및 유통 독과점자본의 횡포가 눈을 뜨고 보아줄 수가 없다. 농업부문에서도 정부, 지자체, 농협, 농민들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전국의 시군 농산물 유통회사들이 비리 부패 부실로 줄줄이 절단나고 있다. 이 와중에 도시의 노동자, 서민, 중소상공인처럼 농촌의 농민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도 채 안 되는데도 진짜 물가상승 주도의 굵직한 요인들과 인플레 원인들은 제쳐 놓은 채, 애꿎은 농림관료들더러 ‘양파계장’, ‘배추과장’, ‘삼겹살 국장’ 고추, 마늘, 쌀 담당을 맡겨서 자기 자리를 걸고 물가를 책임지라는 높으신 분의 한 말씀에 그들은 담당 농축산물이 오를 기세만 보여도 즉각 중국산 농축산물을 할당관세 무관세로 무조건 수입한다. 이것이 이른바 MB식 농업 물가대책이다. 농림부를 아예 농산물 수입부로 간판을 바꿔 달게 만들고 있다. 결과는 대기업, 수입가공업자들만 더욱 살찌우고 소비자와 농민들은 찬밥신세이다. 물론 해당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늦장대응을 해도 나무라지 않는다. 이런 풍토 하에 담당 관료들도 못할 짓이지만 생산농민들만 죽어난다. 한중 FTA가 이제 겨우 첫 번째 협상을 시작했는데도 이미 이러한 물가수입정책으로 싸구려 중국산 농축산물이 시장을 질펀하게 차지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25%대로 떨어진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도 나라님은 우리 국민들이 보릿고개 걱정 없이 풍족하게 먹고 살게 되었다고 자랑스레 연설하신다.

▲ 무분별한 FTA로 농업에도 유체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중학교까지 국가 의무교육제도를 실시한다는 나라에서 교육부라는 곳이 농어촌 학생 수와 학급 수가 적으면 무조건 통폐합하겠다는 한마디에 학령아동을 가진 학부형들의 탈농을 자칫 촉구하고 있다. 대형 농산물 유통시설의 80% 이상을 국민의 세금으로 투자하여 농협이 운영하는 농산물매장에서는 갑자기 ‘이주농촌여성들’을 위하여 바나나 등 수입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이주 여성농민들이 이를 반대한다. MB 정부 들어 농협이 지주회사 체제가 되더니 안면 몰수하고 자기 정체성(正體性)을 부정하면서 재벌기업 행세를 하려 든다. 수십 개의 FTA들이 동시다발 효과를 일으켜 값싼 세계 농축산물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농산물만 취급하던 농협매장이 행여 위축될까 봐 수입농산물을 몽땅 사고파는 마트로 변신하려는 모양이다. 그 잔꾀를 이주 여성농민들의 존재에서 찾아낸 것이 기특하다. 아, 다문화 농협매장은 국내 농업 농민조합원이야 죽든 말든 농협, 아니 이름도 NH로 바뀐 그들 임직원들만은 영원히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갸륵한 유체일탈 현상이다.

후보 시절 MB는 팔당 유기농가를 찾아가 유기농업이 우리 농업의 살길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그런데도 그 정부는 유기농 발상지인 팔당 농민들을 자전거 길과 공원을 만든다고 만인주시리에 몰아내는 천인공노할 일을 저질렀다. 환경부장관은 유기농업이 관행농법보다 수질을 더 오염시킨다는 경천동지할 신 이론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국회 국정감사 증언에서 주장하였다. 그곳 대권후보 도지사는 이를 팜팔릿까지 만들고 TV에 광고까지 하여 세계인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룟값을 감당 못해 소를 굶기면 동물학대죄로 잡아 가두겠다는 갸륵한 동물애호 주무부서는 이상하게도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지극히 공손하고 관대하다. 구제역 늦장 대책으로 350만 마리의 소 돼지를 땅속에 파묻은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MB정권 들어 농업부문에 유체이탈 현상이 현저해졌다. 유난히 MB 아바타가 많은 부서도 아닌데 그러하다.

농업 부문에 주객전도(主客顚倒), 본말도착(本末倒錯) 현상이 도를 넘고 있다. 목적과 수단, 가치와 가격이 뒤바뀌고, 존재이유와 이윤(탐욕)추구 행위가 혼동되고 있다. 서구 선진사회와는 정반대이다. 그러니 농정에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현상이 자주 빚어지는 것이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며 식량농업이 백성의 하늘이라는 가치관이 돈 앞에서 꼼짝 못하는 세상으로 다반사(茶飯事)가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정방향과 농정지표만은 올바로 서야 한다. 특히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주권이 달려 있는 기초생명산업, 즉 농업과 식량, 농촌과 농민문제에 있어서만은 이익에 따라 주객이 전도되고 시세에 따라 본과 말이 뒤바뀌어서는 아니 된다. 식량과 농업은 겨레의 생존권과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영원히 변치 않는 불멸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정의 패러다임과 문명의 근간(根幹) 역시 생명 중심,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견지하여야 한다.

이는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이 품어 왔고 실천해온 진리이며 진실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앞에서 예증한 것처럼 영혼이 육체를 떠나 구천을 헤매고 국정에 근본과 끄트머리가 뒤섞이는 참담한 몰골이 드러난다. 돈 때문에 생명을 경시하고, 탐욕 때문에 공동체를 파괴하며, 이익 때문에 농업 농촌 농민을 팽겨 친다면 그 종말은 우리 모두의 파멸이다. 국정과 농정이란 어느 특정 무리의 부귀영화와 탐욕이 시키는 대로 요리할 대상이 아니다.

선비의 셈법으로 고민하고 본말을 밝혀 바로 세워야 한다. 공선사후(公先私後, 공익을 먼저 앞세우고 사익은 뒤로 미루며), 구동존이(求同存異, 대동을 찾아 작은 다름은 뒤로 미룬다)해야 한다. 무엇이 과연 민생의 근본이며 나라의 근간인가 겸허히 다시 한번 자세히 돌아볼 때이다. 은혜를 입은 자는 많으나, 그 은혜를 아는 자가 적으면 그 사회는 미래가 없다.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20120709)된 글입니다.

글 | 김성훈 경실련 전 공동대표·중앙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