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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김성훈 칼럼]MB發 FTA 피해, 지방분권으로 막자
201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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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국은 FTA(자유무역협정) 신드롬에 홍역을 앓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트레이드 마크(상표)나 다름없는 친재벌, 친미, 자유무역주의 체제하에서 과연 우리나라 농업, 농촌, 농민과 노동자, 중소 서민들이 살아남을 방도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이 정부 들어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거세게 밀어붙인 강대국들과의 동시다발 무관세 FTA 협정들과 구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시킨 한미 FTA의 3월15일 발효를 앞두고 전국의 농업인과 소시민들은 전전긍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명박 정권은 우리나라와 기후, 지리, 풍토, 식생, 식관습문화가 아주 유사한 중국이라는 초강대국과도 FTA를 한다니, 그러지 않아도 진작부터 중국산 수입 쌀과 콩, 옥수수, 배추, 김치, 배, 사과, 마늘은 물론 참깨, 들기름, 닭, 오리 농사 심지어 고사리, 더덕, 도라지 채취 농민들이 다 죽을 지경인데, 아예 우리 땅 에서 농사와 축산을 모조리 폐업할 작정인가 정신들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 정권의 연이은 농업 경시, 중소상공업 천시, 축산업 포기 등 일방적인 대기업 재벌 위주의 정책들에 지칠대로 지친 민초들의 신음소리가 애처롭다.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가 3월15일로 예정된 한미 FTA의 발효를 무기한 늦추고 농업분야의 무관세 개방항목과 일정 그리고 협정상의 여러 독소조항을 재조정하자고 미국측에 요구하면 몰라도, 우리 대통령께서는 절대 그렇게 하실 분이 아니다. 그리고 농업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 놓을지 모르는 한중 FTA에 대하여 이미 중국 정부도 인정한 바 있는 한국농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식량주권 차원에서 농업조항을 아예 제외하고 나머지 경제, 상업, 무역, 관세분야의 자유화 협상을 추진하면 참 좋겠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결코 그렇게 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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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국정부나 중국 등 외국정부의 태도가 아니라 우리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와 경세관(經世觀)이다. ‘국익’을 ‘국격’하고 자주 혼동할 만큼 뼛속깊이 친미 친일 사대(事大)하시는 분들이 죄다 MB정권 실세들이기 때문이다.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중학교 학습해설서에 표기하겠다.”는 일본 총리의 통보에 대해서도 기껏 한다는 말씀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통사정한 이 대통령께서 감히 미국, 중국등 해당 정부에 대해 ‘FTA, 지금은 곤란하다 좀 기다려 달라.’고 말할 리 없다. 농어민들의 아우성이나 중소상공인과 서민노동자들의 불안, 분노에 대해서는 명진스님의 말마따나 ‘쥐 귀에 경 읽기(서이독경 鼠耳讀經)’로 귀를 닫고 있으니 그렇게 행동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돈 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을 만들겠다고 큰소리 쳤던 공약(公約)은 이미 지난 4년간의 MB 정부의 실적으로 볼 때 7ㆍ4ㆍ7처럼 득표하기 위해 그냥 한번 해 본 소리에 불과한 모양새다. 단순히 빌 공(空)자 공약(空約)이 아니라, 거의 사기 수준의 허언이 되어 버렸다.

 

MB가 저질러 놓은 FTA 피해로부터 농업과 중소상공업의 지속가능한 생환을 위한 대안(代案)은 무엇인가. 그것이 현재와 앞으로의 국가적 당면과제이다. 대안이 아직도 한 두 가지 길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 하나가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제의 실현으로 지역경제와 민생을 보듬고 안아 살리는 길이다.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등 선진제국은 일찍부터 지방자치제가 확립되어 행정 입법 사법 3권과 경제 교육 문화 의료 복지 행정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거의 비등한 권한과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국가예산 및 세수(稅收) 재정지출에 있어서는 지방정부가 보다 더 큰 역할을 행사하고 있다. 국방과 외교 그리고 전체적인 경제산업정책은 통치차원의 중앙정부 고유권한이나, 민생 내치(內治)에 해당하는 여타 권한은 지방자치 정부가 도맡고 있다. 그래서 어떠한 개방체제와 WTO/FTA 하에서도 농촌과 지방경제가 온전히 지탱하고 있다. 문자그대로 지방분권(地方分權)이 3권 분립의 원칙과 다름없이 대외개방정책에 맞서 의연하게 독자성을 견지하면서 지방행정을 지역주민 위주로 집행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오로지 해당지역주민의 권리와 이익을 배타적으로 보호하고 지역 산업과 민생발전을 다투어 육성 지원한다. WTO는 중앙정부의 경제, 무역정책에 대해서는 구속력 있는 영향력을 미치지만, 지방정부의 자구적인 차원의 지역농업발전, 환경 및 민생경제 보호정책에는 직접 미치지 못한다. 사법 경제 투자제도까지 포괄하는 미국식 FTA 말고는 대부분의 자유무역협정들이 원칙적으로 지방(local)정부의 경제정책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은 아주 노골적으로 한미 FTA 이행법을 자국 국회에서 인준 받을 때, 중앙정부의 기존 법률과 주정부의 법률제도 등이 한미 FTA 협정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성문화하여 대못을 박아 놓고 있다. 자국의 이익과 지방자치단체의 권리를 각별히 챙기고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세수입(稅,收入) 재정 및 예산도 중앙 대 지방정부의 비율이 평균 약 2:8 정도이다. 국세의 주력분야인 소비세도 중앙과 지방이 반분하고 있다. 8:2의 세수 비율인 우리나라하고는 정반대이다. 현재 우리 지방자치 정부의 재정자립도는 광역 시,도를 제외하고는 실제 재정 수요의 20%도 채 안된다. 244개 지자체 중에 절반이 넘는 124개 지방정부는 자체 세입만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해결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지방과 농촌지역에선 시군의 재정자립도가 15% 미만인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리고 선진제국은 지방정부의 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선거 때 해당지역 국회의원들에 의해 정당 후보로 추천하는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지자체장과 의원들을 해당지역 국회의원들의 ‘문서없는 노예’로 만드는 “정당 추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선진국가들 다운데 찾아보기 힘들다.

 

총체적으로 기형적인 현행 지방자치제도를 혁파하여 명실공히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이루어야 지자체가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 지역경제와 지역주민의 생업과 경제 문화 교육 치안 사법 복지를 살려 나갈 수 있다. 한미 FTA를 비롯 WTO의 후폭풍을 막아내고 피해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여야 국회의원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는 현행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의 “정당 추천제도”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부터 폐지해야 한다. 이같은 중앙정치권의 협작 합의사항을 타파하겠다는 공약이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어느 당 어느 후보가 먼저 제기하느냐가 궁금하다. 그런 사람 그런 정당이 덜 나쁜 놈이고 괜찮은 정당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현재 8:2로 고착되어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을 우선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 올린 다음 차츰 선진국 수준의 2:8로 상향 조정되도록 국세 및 지방세 제도를 개정겠다는 공약을 누가 선점할 것인지도 관심사이다. 그래야 각종 FTA하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역의 특성을 올바로 살려 무관세 개방 레짐과 취약계층 취약산업의 줄도산 도미노 현상에 맞서 올곧게 예산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과 제도는 선진 사례에서 쉽게 배울 수 있다. 선진화 운운을 존재이유로 삼는 뉴라이트 단체와 정당들이 이같은 나라살리기의 핵심을 먼저 제기 했으면 싶다.

 

요컨대 WTO/ FTA 시대에 임하여 지방(local)문제인 농업 및 중소서민들의 민생경제를 살려내려면 명실공히 선진국형 지방자치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박근혜씨의 새누리당과 한미 FTA 재협상과 폐기, 민주주의와 민생복지 확대를 목표로 하는 한명숙씨의 민주통합당은 화려한 정치성 공약만 번지르르하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무늬만 지방자치인 현행제도를 진짜 선진국형으로 개혁하여 지역주민을 위한, 지역주민에 의한, 지역주민의 지방자치제를 실현하겠다는 ‘지방분권제’를 약속해야 한다. 모름지기 농민, 서민, 중소상공인 등 지역 주민들을 살려야 나라도 정당도 살고 지속가능할 것이 아닌가.

 

또 하나의 대안은 농업인 자신들의 자구노력이다. 이젠 대통령도 정당 정권도 믿을 대상이 못된다. 희망도 아니다. 뼛속 깊이 농민이었고 농민편이었던 전 대통령의 따님도 이제 재벌과 대기업편 등 기득권의 편이 되어 한미 FTA 날치기 통과에 동참함으로써 농민과 중소상공인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이제 농민들과 민초들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소비자들을 감동시키는데 온 정성을 쏟아야 한다. 소비자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고 황폐해져가는 환경생태계를 되살려내는 유기농 슬로우푸드 명품(名品)을 생산해 내는 명인(名人)이 되어야 소비자를 감동시킨다.

 

그리고 자기가 사는 지역을 명소화(名所化)하여 찾아오는 “도시소비자들을 아름다운 경관과 인심으로 감동시키는 농업 농촌 농민”이 되어야 희망이 있다. 안전한 친환경 유기농업을 기반으로 삼아 도농협력과 지속적인 생명산업-소비구매의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선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하여 파는 자기 지역 유기농식품을 도시소비자들이 값을 더 쳐서 기꺼이 구매한다. 우리나라의 깨어있는 소비자들도 벌써 이같은 철학과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천혜의 풍토를 살려 조상대대로 전수되어온 우리나라의 전통식음료식품은 대부분 발효식품으로서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세계식품규격위원회 CODEX가 이미 김치와 고추장을 우리 말 그대로 세계 표준 발효식품으로 인준한지 오래됐고 건강식품으로 한식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슬로우 라이프(slow life), 슬로우 푸드(slow food)의 원조로 한식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 소비자들도 우리 식품을 더 우대하며 스스로 건강을 돌본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신념이 바로 세계화 시대, FTA 시대를 살아가는 조건불리국가의 삶의 지혜가 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20% 대에 불과한 전라남도 도와 시군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제대로 선출하여 민관이 합심노력한 결과 8년만에 전국 무농약, 유기농 인증 농산물의 61%를 생산해 내고 1억원 이상의 농가소득을 내는 농업인을 500여명이나 배출하고 있는 성공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만일 지방분권이 제대로 되어 도와 시군의 재정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넉넉해진다면 그 성과는 가히 눈부실 것이다.

 

그리하여 농정, 중소상공업 육성, 민생복지 정책 등에서 지방정부가 주무부서가 되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보조자로 지원하는데 그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진실로 지방분권, 세수분권, 정당(국회의원) 공천제가 폐지되어야 한다.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을 지향하는 중앙무대의 정치지도자들이 아직도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속좁은 안목이다. 본질적인 대안이 바로 눈앞에 있음에도 보지 못하고 권력만 탐하고 싸움질만 하고 있다. 단 한마디도 지방자치 혁신에 대한 언급이 없다. 역대 정권, 역대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 이대로라면 새누리당이 집권하든 민주통합당이 집권하든 ’50보 100보’이다.

 

확실한 것은 WTO/FTA 체제하에서 우리나라 기초생명산업인 농업 농촌 농민 3농의 장래와 중소서민들의 앞날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더욱 졸아들 전망이다.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해져 한국사회가 붕괴될지 모른다. 지방 자치의 본질을 외면하는 중앙의 권력자들 등쌀에 민생경제는 더욱 도탄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바꿔야 한다. 모두 바꿔야 한다. ‘아주 나쁜 놈, 더 나쁜 놈’ 대신에 ‘덜 나쁜 놈’을 골라내야 한다. 세계화와 기후변화의 폭풍 하에서 우리 민생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들을 찾아내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나쁜 놈들을 바꿔 내쳐야 한다. 우리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리기 위해서 ‘지방분권’을 제대로 바로 세우겠다는 약속 한마디 하지 않는 대권주자들과 정치가들을 “오, 신이시여, 굽어 살피소서!”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글입니다.

 

글 | 김성훈 경실련 전 공동대표·중앙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