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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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김종훈이 대통령과 국민을 속이고 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통상부 관료한테 농락 당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은 국가 간 ‘협상’ 운운할 필요가 없는 단순한 협의 사항에 불과하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그냥 “No”를 선언하고, 미국이 다시 재협의를 요구하면, 그 때 그걸 수용하면 된다. 그런데 첫 단추를 잘못 꿰는 데 일조한 외교통상부가 대통령을 계속 기만하고 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상지대 총장)이 입을 열었다. 김 전 장관은 1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논란이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은 ‘협정(agreement)’이나 ‘협약(convention)’이 아닌 양국 간 ‘협의(consultation)’에 불과하다”며 “‘재협상’, ‘추가 협상’ 운운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이번에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의 ‘합의 요록’을 보면 분명히 일반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확정한다고 돼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이 합의를 근거로 ‘일반 국민의 90% 가까이 반대하기 때문에 확정할 수 없다’고 미국 측에 통보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미국 정부가 재협의를 요청하면 우리는 2003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후 해왔던 것처럼 재협의에 충실히 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은 검역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통상 문제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측도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무역 보복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무역 보복과 같은 얘기의 출처가 모두 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같은 외교통상부 관료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그들이 애초 첫 단추를 잘못 꿴 데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인,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미국 측에 ‘No’라고 얘기하라”고 당부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 농림부 장관을 지냈다. 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 책임자를 역임했다. 다음은 김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
  
“한미 간 ‘협의’일 뿐…국민 여론 근거로 ‘No’라고 선언하면 끝”
  
– 정부는 계속 ‘쇠고기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며 ‘추가 협상’을 통한 ‘민간 자율 규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한 마디로 난센스다. 자,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 간 쇠고기 협의 합의 요록(Agreed Minutes of the Korea-United States Consultation on Beef)’을 살펴보자. 이것을 읽어보면 누구나 진실을 알 수 있다. ‘협정(Agreement)’, ‘협약(Convention)’이 아니다. 단지 양국 간 ‘협의(Consultation)’일 뿐이다.
  
더구나 이 ‘합의 요록’의 마지막에는 분명히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확정·공포한다’고 명시돼 있다. 자, 일반 국민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국민의 90% 가까이가 이 ‘협의’에 반대하고 있다. 그럼, 이명박 정부는 미국에게 ‘일반 국민이 반대하기 때문에 협의를 확정·공포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 된다. 그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재협상’, ‘추가 협상’ 운운은 난센스다.”
  
– 이명박 정부는 이번 협의를 거부할 경우, 미국이 무역 보복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두고 뭐라고 강조해 왔나?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은 검역 관련 문제다. 통상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애초 ‘합의 요록’에 나온 대로 국민 여론을 근거로 이번 ‘협의’를 거부한다고 해서 미국 측에서 무역 보복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니, 그럴 리 없다.”
  
– 그럼, 왜 자꾸 무역 보복 얘기가 나오는 건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무역 보복 이런 얘기가 나오는 출처를 살펴봐라. 바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외교통상부 관료들이다. 애초 그들이 검역 문제를 통상 문제로 만드는 바람에 일이 꼬였고, 그런 사실을 아는 그들이 책임을 회피하고자 대통령, 정치인, 국민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에 나와서 정부 입맛에 맞는 소리만 늘어놓는 국내의 어용학자 외에 외국의 통상 전문가를 데려다 놓고 한 번 물어봐라. 이게 WTO 제소, 무역 보복으로 갈 사안인지. 내가 보기엔 국내에서 그나마 양심에 입각해서 제 목소리를 내는 송기호 변호사 같은 사람 외에는 신뢰할 만한 통상 전문가가 없다.”
  
“통상 관료들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줬다”
  
– 방금 ‘일이 꼬였다’는 표현을 썼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을 가면서부터 일이 꼬였다. 이 대통령은 두 가지 큰 잘못을 저질렀다. 이 두 가지 잘못 때문에 쇠고기 문제가 통상 문제가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선 부시 대통령에게 ‘선물’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장 주인 출신인 부시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로 수년간 끌어온 미국산 쇠고기만한 게 없었을 것이다. 쇠고기는 선물로 주고받을 게 아닌 검역 문제가 걸린 것인데 이 대통령에게 이런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비서, 관료가 없었다.
  
두 번째,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려면 쇠고기부터 풀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사실 한미 FTA는 그 자체로 ‘최고의 선’은 아닌데, 이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자꾸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국 ‘쇠고기 벨트(beef belt)’ 의원을 중심으로 한미 FTA의 선결 조건을 쇠고기를 거론하니까, ‘이걸 내주자’, 결심한 거다.”
  
– 그럼, 뭔가 이 대통령 차원의 결심이 있었다는 건가?
  
“속사정은 정확히 모른다. 다만 농림부 장관을 오랫동안 했던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우리나라 농림부 공무원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특히 검역 문제에 관해서는 절대 정치적, 경제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전문가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그런데 이렇게 막판 뒤집기 식의 결정이 있었던 걸 보면 윗선의 입김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도 안타까운 게 있다. 이렇게 이 대통령이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할 비서, 관료가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외교통상부 관료를 이 모든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이 대통령에게 쇠고기를 넘겨줘야만 부시 대통령의 미국과의 관계, 한미 FTA가 잘 해결된다고 조언했을 테니까.”
  
“한국은 미국 축산업계 이익의 실험대”
  
– 미국이 쇠고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역시 이 문제를 통상 문제로 보는 듯하다.
  
“애초에 한국이 한미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통상 문제로 만들어버렸으니 미국 입장에서는 호재를 만난 것이다. 더구나 미국 역시 한국으로 꼭 쇠고기를 수출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어야, 일본·대만의 쇠고기 빗장도 풀 수가 있다.
  
현재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한다. 한국이 전 연령의 미국산 쇠고기를 더구나 30개월 미만의 경우에는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까지 수입한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거부하기가 굉장히 곤란해진다. 미국은 바로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더욱더 압박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쇠고기 산업의 이해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미국의 쇠고기 산업을 대표하는 이익단체(목장주연합회, 미국육가공협회, 미국육류수출협회)의 입김은 미국의 대통령, 정치인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앞에서 언급한 몬태나 주 출신의 보커스 상원의원은 그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익단체는 내장과 같은 부산물을 파는 게 중요하다. 이것을 한국에 팔면 약 1억 달러(약 1000억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이 아니면 내장은 팔 수 있는 곳이 없다. 이 때문에 이들은 한국에 쇠고기를 파는 호재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한다. 마침 대선이 코앞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장 미국에 ‘No’라고 얘기하라”
  
– 지금 이 순간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이명박 대통령은 고작 양국 간 ‘협의’를 ‘협정’처럼 인식하면서 이미 대응을 잘못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같은 통상 관료로부터 제한된 정보만을 습득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더 수습이 불가능하기 전에 수습을 해야 한다. 우선 외교통상부의 관료나 국내의 어용학자를 배제하고 외국의 통상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라.
  
내 지적이 맞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즉시 미국에 국민 여론을 근거로 협의를 확정·공포할 수 없음을 통보하라. 재협의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걸 함께 언급하는 걸로 족하다. 잘 알다시피 쇠고기 때문에 급한 건 미국이지 우리가 아니다. 이런 조치가 이뤄질 때야 비로소 국민은 이 정부에게 기회를 더 줄 것이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