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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김철환의 건강이야기] 당신은 가정상비약을 준비하고 있는가?
201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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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가정상비약을 준비하고 있는가?

김철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인제대학원대학교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금연클리닉)

 

 

 

누구나 살면서 갑자기 아프거나 열이 나거나 다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아이를 키워본 분이라면, 밤에 아이가 열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른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단순한 감기로 열이 나는 것을 알면서도 밤에 응급실을 가면 여러 검사에 시달리기 일쑤이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찰과상 정도라면 간단한 소독만으로도 가 치료할 수 있는데 가정상비약이 준비되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해줄 것이 없다면 참 난감할 것이다. 대장간 집에 낫이 없다고… 의사인 나도 가끔은 부모님이 찾는 연고나 두통약이 없어서 차를 타고 약을 사러 간 적이 있다. 또 약을 쓰려고 하니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라 버린 경험도 있다.

 

살면서 이런 저런 아픈 일이 있을 수 있고 그 모든 경우 병원을 갈 이유는 없다. 경험이 있는 부모가, 조부모가 경중을 판단해서 스스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 때로는 병원에 가야 할 지 고민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스스로 판단해서 일단 자가 치료를 하고 그 후 경과를 보면서 당장 병원 응급실에 갈지, 다음 날 동네의원에 갈지, 아니면 더 지켜보면서 결정할 지 판단할 수 있다. 평소 꼭 필요한 약을 집에 준비하고 있다면 이런 결정과 조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적절한 가정상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어떤 가정상비약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까?

 

누구나 공통적으로 간단한 소독약과 거즈와 일회용 밴드, 그리고 해열진통제와 소화제, 그리고 제일 약한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함유된 연고 정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각 가정마다 사정에 따라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을 잘 준비하는 것도 상비약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식중 가장 낮은 단계는 천식이 있을 때만 분무하는 약으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처방 받은 그 약이 가정상비약이다.

 

아토피 피부염을 갖고 있는 아이의 경우 의사의 처방으로 좋아진 후 재발을 막는 약과 만약 재발했을 때 바로 먹는 약, 그리고 바르는 약이 그 가정의 상비약이다. 편두통을 갖고 있는 경우 편두통 특효약이, 협심증을 갖고 있다면 협심증 응급조치약이, 그리고 여름만 되면 무좀이 재발하는 경우는 항진균제가 그 사람의 상비약이다.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만 미리 준비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증상을 해결할 수 있고, 때로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가정상비약은 어떻게 사용하나?

 

간단한 찰과상이라면 깨끗한 생리식염수나 알코올로 소독한 후 일회용 밴드를 덮어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항생제 연고를 발라야한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항생제 연고를 미리 바르면 세균이 자라지 않고 상처가 깨끗하게 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미 연구를 통해 입증된 것은 상처를 깨끗하게 잘 보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는 것이다. 이런 저런 약을 바르는 것은 결과가 더 나쁘다. 다만 상처가 깊거나 갈라졌다면 병원은 꼭 가야한다. 상처가 벌어지면 상처가 낫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세균의 2차 감염 확률도 올라간다. 피가 난다고 지혈제 분말 가루를 바르는 경우도 있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깨끗한 거즈나 수건으로 피가 나는 부분을 가볍게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지혈이 된다.

소화가 안 될 때는 소화제나 제산제를 복용해도 된다. 실제 연구를 통해서 보면 이런 약들이 플라세보보다 월등한 효과를 보이지는 않지만 며칠 소화제를 먹는 것이 진단을 늦추거나 병을 악화시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2주 이상 증상이 계속되거나 증상이 계속 악화되는 경우에는 의사를 찾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해열진통제는 해열효과와 진통효과가 동시에 있다. 아세타미노펜이나 이부르펜 등 해열진통제는 이런 효과가 모두 있다. 통증과 열에 관련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의 효과가 공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통, 근육통, 생리통 등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이런 약을 쓸 수 있다. 아울러 이런 약은 모두 해열효과를 갖고 있다. 38.5도씨 이상의 열이 있거나 열이 있으면서 두통, 근육통이 같이 있다면 이런 약을 쓰는 것을 저할 필요는 없다. 아세타미노펜 중 8시간 지속효과가 있는 약은 하루 세 번 복용하면 되고, 이부르펜과 같은 약은 하루 4번을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피부 버짐 같은 간단한 피부 가려움증에는 가장 낮은 단계의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는 연고를 스스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1주 이상 계속 사용하면 피부의 여러 가지 합병증, 즉 감염, 탈색, 피부 위축, 모세혈관 확장증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진찰과 처방을 다시 받아야 한다.

 

기타 가족마다 잘 생기는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준비해둔 가정상비약이 있을 수 있다. 가끔 소화문제로 고생할 때 먹으면 도움이 되는 소화제나 제산제, 혹은 위장관운동개선제 등도 도움이 되고, 편두통과 같은 특별한 두통에는 특별한 약이 준비되어야 한다. 가정상비약은 유비무환으로 준비될 필요가 있다. 

 

 

야간에 가정상비약이 없을 때 문제가 생기면 꼭 병원 응급실을 가야 하나?

 

그렇지 않다. 가까운 슈퍼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간단한 찰과상이 있다고, 열이 난다고 병원응급실을 가야한다면 국민 불편은 참으로 클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응급실을 방문하는 많은 경우 간단하게 조치할 수 있는 가정상비약이 없어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실련에서 오래전부터 주장해왔지만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약 일부를 슈퍼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미 많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가벼운 증세를 완화할 목적으로 가정상비약 수준의 약은 어디서든지 판매하고 있다. 약사의 상담이 필요없이 살 수 있는 가정상비약 수준의 약까지 모두 약국에서만 판매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제도적 개선을 위해 향후 전문의약품과 일반의 약품 이외에 약국 이외 판매약으로 3분류하는 법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