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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김철환의 건강이야기] 항우울제 복용 주저하지 마세요

항우울제 복용 주저하지 마세요

김철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인제대학원대학교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금연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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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살기 좋은 자랑스러운 나라”라고 말한다면 독자들은 동의할까. 그렇게 믿고 싶지만 갈수록 살기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심지어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은 세계가 다 인정한다. 이 작은 나라가 최근 50년동안 가장 빠르게성장한 국가 중 하나이며, 몇 개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업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살률 1위, 행복하지 않다고 답하는 국민 비율이 가장 많은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까.

 

우리나라는 2010년 총 1만5천566명이 자살해, 자살률은 10만 명당 31.2명(1998년 18.4명)으로 세계 최고이다.OECD 인구표준화 사망률로 보면 10만 명당 ▲한국 28.1▲일본 19.7 ▲프랑스 13.8 ▲스웨덴 11.0 순이다. ▲이탈리아 4.9 ▲스페인 6.0 ▲호주 7.5 ▲미국 10.5 등의 수준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10대, 20대, 30대가 사망하는 원인1위가 자살이다. 교통사고나 암이 젊은 사람들의 사망원인 1위가 아니고 자살이 1위인 대한민국, 우리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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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세계 1위, 대한민국

 

자살은 노인에서 많고 미혼과 이혼자, 당뇨병, 심근경색증, 중풍, 혹은 완치하기 어려운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 짜증을 잘 내고 욱하고 화가 치미는 반응이 흔한 사람, 직장에서 가중되는 업무 부담으로 탈진증후군을 겪는 사람에서 흔하다. 이것은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고 자살이 늘었을까? 그것은 사회가 불안하고 빡빡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 가족, 동네, 지역사회가 10년이 아니라 5년, 아니 3년이면 확 변하는 시대이다. “요즘 젊은이들은…”하고 혀를 끌끌 찬다는 말은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기록이 있다고는 하지만 요즘 자식들을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자기가 사는 동네를 고향처럼 여기고 동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실업이라는 압박감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미래가 그리 불안하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에게 4대 보험제도가 있어 다행이지만 아직 개인과 가족의 안전망 역할을 다하지는 못하고 있다. 모아둔 재산은 없는데 병들거나 돈을 벌지 못하면 극빈층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세상도 좁아서 오늘 여기 소식이 내일 모레면 전국에 퍼진다. 그러니 사업에 실패하거나 병들거나 창피한 일을 당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면 된다’, ‘모 아니면 도’라는 화끈한 성격이어서 기분이 나면 일도 잘 하지만 자기 생각대로 일이 안 되면 극단적인 선택도 잘 한다. 힘든 일, 서운한 일을 당하면 ‘그럴 수도 있지’,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해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보다 더 좋은 내일을 기대하는 느긋함은 사라지고, 무엇이든 급하게 서두르고 자신의 처지를 남과 비교하면서 우울해지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그 결과는 자살률 세계 1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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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예방위한 시스템 마련돼야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 우선 할 일은 당신 자신이, 혹은 가족이, 혹은 주위 사람이 우울해보이면 의사의 평가를 받고 우울증이 있으면 치료를 받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유야 어떻든 우울증이 자살 원인의 첫번째이고, 우울증은 관심과 약으로 대부분 좋아지기 때문이다. 혹시 “지난 한 달 동안 자주 기분이 쳐지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까?”, “지난 한 달간 자주 직장일, 가사, 공부, 친구 만나기, 취미생활 등의 일상적인 활동에 흥미나 즐거움이 없어졌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다면 자신의 주치의, 혹은 필자와 같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야 한다. 자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스트레스라도 그때그때 풀지 못하고 계속 쌓이면 결국 작은 스트레스에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지친다. 우울증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찾아온다.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고, 비정규직을 줄이고, 쉴 수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근무조건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시스템 개선이 없이, 너무 급하게 서두르고 남과 비교하는 문화를 바꾸지 않고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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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세 보이면 이미 ‘응급상황’

 

한국인들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우울증이 있어도 마음은 슬프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를 우울한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속에 숨어 있어 가면우울증이라고 한다. 우울증은 마치 배터리가 방전되어 힘을 못쓰는 것처럼 살아갈 힘과 희망이 없어지는 상태이다. 마음의 배터리를 다시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격려, 그리고 전문가의 상담과 약이다. 이런 특별한 조치가 없이는 저절로 배터리가 재충전되지 않는다. 우울증을 치료하면자살 생각도 같이 없어진다.

 

혹시 주위에 자살의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이 있을 때 몇 마디 말로 격려한 것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더구나 생활환경을 바꾸어준다고 혼자 휴식을 취하거나 여행을 하도록 하면 더욱더 안 된다. 누구라도 자살의 징후가 보인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도록 해야 한다. 본인이 거부하더라도 잘 설득해서 정신과 전문가에게 데리고 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제 데리고 가야 한다. 때로는 강제로라도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한다. 우울증은 응급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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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치료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 그리고 우울증약이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신기하게도 1-2주 내 우울증이 확 줄어든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라고 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항우울제는 중독이 되거나 의존이 생기지 않는다. 한 두 달,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 복용한 후 바로 끊어도 부작용이 없는 약이다. 우울증이 있다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우울증은 응급을 요하는 질환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남녀노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한 병이다. 가족과 의사 그리고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치면 우울증을 많이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자살률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을 날이 당겨질 것이다. 경제 정의, 사회 정의가 세워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뿐만 아니라 혹시 병들거나 일을 할 수 없더라도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과 지역공동체의 나눔과 돌봄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편하게 해줄 수 있을 때, 그 때가 되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