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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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김태현의 TV를 말한다] ‘편파방송’ 시시비비를 가리자!
200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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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초유의 사태라 할 수 있는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야당과 일부 보수신문들이 방송사가 탄핵 반대여론을 부추기는 편파방송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방송의 보도태도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눈치를 살피던 17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와 방송위원회 심의위원회에서도 방송사의 탄핵관련 보도 및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대해 “기계적 중립”이란 심의 잣대를 적용하여 언론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탄핵으로 시작된 정국이 미디어로, 방송으로 그 무대를 이동하여 또 한차례의 공방전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탄핵 관련 방송을 편파방송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지, 이러한 시기에 방송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야당과 보수신문들이 탄핵 역풍을 편파 방송 탓으로 돌리는 근거로 각 방송사의 탄핵관련 찬반집회와 일반시민 인터뷰에 대해 1대1의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방송관련 심의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을 평가하는 주요 근거로 “기계적 중립”을 내세우는 것은 이러한 기준이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적 잣대라는 점에서 이미 비판을 받아온 것이다. 실제 방송사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거나 시청자의 의견과 달랐을 경우 거센 항의나 비판 의견이 속속 올라온다. 즉 방송이 어떤 의견을 주장하고 보도를 하던지 시청자들은 참고할 뿐 주체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의 절대다수가 동의하고 이해하고 있는 사실을 그들만 모르지 않을 것임에도 단지 이러한 기계적인 이해를 기초로 편파방송으로 내모는 것은 국민여론의 진위를 폄하하려는 것이다. 잘 들여다보면, 문제는 공정성과 형평성 그 자체가 아니라, 이런 명분 아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서 “기계적 중립”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방송보도를 모니터 해 본 사람이라면 기계적 중립이 이중적 잣대로 적용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보아왔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탄핵관련 방송에서 기계적 중립을 내세우지만 선거관련 보도에서 민주노동당이 배제되는 상황에는 한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는다. 일상의 시기에 소수정당, 진보정당의 목소리를 방송을 통해 듣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 우리의 방송현실이지만 선거방송심의위와 방송위 보도교양심의위 역시 이 같은 이중적 잣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엄밀한 의미에서 기계적 중립에 따른다면 탄핵정국에선 여론조사 결과대로 탄핵 찬성과 반대 의견을 1대2 비율로 방송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여론의 흐름이고 현실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여러 의견을 단순화시켜 방송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만일 재난방송이나 중대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 기계적인 형평성에 얽매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무엇이라고 비판할 것인가. 결국은 언론의 역할을 방기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될 것이 아닌가.




TV토론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공정성과 형평성에 있어 시간제한, 토론자 안배 등의 잣대 이상을 고민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TV토론 프로그램은 각자의 주장을 확인하는 장에 불과하다. 때문에 현 상황에서 객관성을 이유로 양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보다 더 역사적 진실에 가까우며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언론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이 방송사가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반대여론을 증폭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여론에 지극히 충실하여 그 비중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국론분열이나 국정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또는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여론을 통합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여론을 억지로 봉합하거나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언론이 국민여론을 반영하고 옳고 그름, 책임여부와 책임정도를 명확하게 하여 여론의 흐름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방송이 시시비비를 가림으로써 올바른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것 역시 현 상황에서 방송의 역할이다. 만일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그 이후과정에 대한 충실한 탐구없이 마구잡이식 보도만을 담아냈다고 한다면 이는 분명히 비판받아야 마땅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