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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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김한기의 미국통신(1) – 인생의 후반전
200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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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미국 미시간에서 연수중인 김한기 前 경제정책국장이 경실련 사무국으로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지난번에 실린 ‘고계현의 좌충우돌 영국 연수기’와 더불어 해외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통신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내용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래만에 인사드리네요. 잘들 계시죠?

벌써 이곳 미시간에 온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습니다. 2006년이 시작된지도 얼마 안된것 같은데 벌써 2월이 된걸 보면 여기서도 시간은 참 빨리 가네요.

지난 12월 제가 출국하기 전, 많은 분들이 영국에 계신 고 실장님의 영국에서의 악전고투하는 메일 내용을 보시고 미국으로 가는 저에 대해서 적지 않게 걱정하셨죠. 그러나 저는 이곳 미시간 주립대 프로그램 스텝이 페로우들의 초기 정착을 도와주고 있어 고실장님에 비하면 편하게 이곳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불편했던 점은 디트로이트에서 미시간 주립대가 위치한 랜싱으로 들어오는 국내선 비행기가 고장으로 인해 3시간 가량 연착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정말 희안했던 게 이런 상황에서 따지거나 항의하는 승객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우리나라 같았으면 출발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연될라 치면 가만히 앉아 있지 않겠죠. 이게 다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런건가 모르겠네요

제가 1년 동안 지내게 될 미시간의 랜싱이란 곳은 아시겠지만 미국 동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4월까지 눈이 오는 추운지역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게 12월말에 이곳에 왔는데 한국이 오히려 더 춥더군요. 눈이 와야 하는데 기운이 따뜻해서 비가 내리더군요. 이곳에 오래 사신 분들도 이곳 날씨가 요즘 좀 이상하다고들 하셨습니다.

저와 저의 가족은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1월 중순부터 봄학기가 시작되어서 저도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집사람은 일종의 평생교육원인 이 지역의 LCC(Lansing Community College)에서 영어 강좌를 듣고 있고, 제 아들은 이곳 공립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오전 8시부터 4시까지 줄창 노는게 공부랍니다. 어쨌거나 저의 가족 모두는 많은 분들의 덕분으로 이곳에서 여유롭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곳 프로그램이 잘 아시겠지만 정규 학위 과정이 아니라 본인이 맘먹기에 따라서 그게 공부가 되었던 여행이 되었든간에 무엇이든지 가능한 것 같더군요. 그래서 오기 전에도 생각했지만 여기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지금,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고민을 다시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나이가 낼모레 40인지라, 어떤 분은 ‘인생의 후반전’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제 스스로를 돌아보며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들을 함께 보내고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연수를 준비하면서 경험했던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제 주변에 제가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제가 1년이라는 안식년을 갖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텐데, 비록 짧은 1년의 기간이지만 외국으로 나가는 거라서 그간 알고 지냈던 분들, 평소 도움을 주셨던 분들을 일일히 전화로, 만남으로 함께 하면서 이전에 깨닫지 못했던 사람과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시각으로 12월 27일에 이곳에 도착했는데, 저희 프로그램 스텝의 차를 타고 아파트로 들어오면서 좋았던 것은 차가 막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곳이 시골이고 미국이 워낙 땅이 넓어서 그러겠지만, 모든 미국 운전자들이 규정속도를 지키면서 정말 젠틀하게 운전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좋은 느낌은 2주후에 제가 운전을 하면서부터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늦게 가면 뒤에서 빵빵거리고 추월하고 갑자기 껴들고. 그런데 그렇게 터프하게 운전하는 애들의 대부분은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좋았습니다. 마치 내가 한국에서 운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운전은 바로 적응되더군요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경실련 사이트와 경실련 메일은 종종 보고 있습니다. 제가 없는 사이 세 분의 신입간사분들도 들어오시고 위평량 국장께서는 희망제작소로 자리를 옮기셨더군요. 경향신문과 공동으로 부동산 관련 기획기사도 연재되고 있고, 중앙위원 대회, 전국 상근자 교육, 얼마전 시작한 기자학교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어지더군요. 올 한 해도 왕성한 활동 기대해 봅니다.

작년에 영국에 계신 고실장의 메일 내용이 ‘고계현의 좌충우돌 영국 연수기’로 실렸던 기억이 있는데, 저는 우스개소리로 ‘김한기의 한치의 오차도 없는 미국 연수기’라고 제목을 달까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란게 당연히 시행착오가 있게 되어 있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이전에 보지 못한 것들을 보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년이란 시간을 통해서 세상과 사람들을 보다 폭넓게 바라보고 많은 유익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총장님을 비롯한 경실련 모든 상근자 여러분들도 올 한 해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 미시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