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활동가이야기] 나의 출퇴근 여행기
200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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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님들께서도 아시겠지만 중앙경실련은 대학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리면 되지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인천입니다. 국선 전철 부평역에서 내리면 되고요. 그러니까 총 26정거장을 거쳐야 제가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습니다.


  제 아침 출근길은 이렇습니다. 


 집에서 나와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의 부평역까지 걷고,  부평역에서 용산까지는 직통전철(주안에서 용산까지만 운행하며 모든 정거장이 아닌 몇몇 정거장에서만 정차하기 때문에 적어도 20분 정도는 출퇴근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을 이용하고, 용산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서울역으로 갑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는 4호선으로 환승, 혜화역에서 내려 한 10분 정도를 걸으면 드디어 경실련에 도착하게 됩니다.


 퇴근할 때는 조금 다르게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운동장역까지 갑니다. 동대문운동장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을 하고 신도림역까지 가구요. 다시 신도림역에서 국선 직통전철을 타고 부평역까지 갑니다.


 이렇게 해서 출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이며, 퇴근 때는 조금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KTX를 타면 대구까지 1시간 30분이면 간다고 하니 전 매일 출퇴근 여행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제가 사는 장소와 일하는 장소에 대하여 들으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왜 서울로 이사를 오지 않느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이 분들께 제가 2가지 이유를 말씀드리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분들도 짐작을 하고 계시는 이유일 꺼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이유는 아이 때문입니다. 


 결혼하여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거주지를 정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바로 출퇴근 거리였습니다. 남편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터에서 가까운 장소에 가지고 있는 돈을 맞추어 집을 마련하였었지요.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거주지를 정하는 최우선 순위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 곳으로 바뀌더군요. 게다가 저는 아이를 낳고 나서도 일을 하기 위해 더더군다나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으로 집을 옮길 수 밖 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옮긴 곳이 바로 친정이 있는 인천이었던 것입니다.


  노동부에서 인정하고 있는 – 육아휴직급여가 나오는 – 육아휴직기간은 영아가 만 1세 되는 날까지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현재 우리나라에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시설수준이나 교사들이 우수한 보육시설이 있긴 하지만 소수이다 보니 이러한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대기시간이 걸리고, 이나마도 일정한 집단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더군요. 또 직업적으로 아이만 돌봐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고요.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이러한 사정으로 아이를 시댁이나 친정에 맡기고 계실 것입니다. 저 역시도 다르지 않아 정말이지 죄송스럽지만 아이를 낳고도 계속 일을 하기 위해 막 돌이 지난 아이를 부모님께 맡겨 놓고 출근한지 이제 막 2년이 지났습니다.


   다른 하나는 당연히 집값입니다.


   이제 아이도 어느 정도 자라서 제가 일을 하는 동안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다시 우리 부부의 일터가 있는 서울로 집을 옮겨 보기로 하였지요. 하지만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아파트 전세 값으로는 저희 부부가 일을 하며 이제 4살 된 딸아이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장소의 집은 엄두도 못 내겠더군요.


 물론 신문이나 자료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제가 집을 구하기 위해서 알아보니, 인천으로 이사를 갔던 3년 전보다 서울의 집값은 엄청나게 올라 있었습니다. 집값만은 잡아보겠다던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폭등에 가깝게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기만 하는 집값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아 보겠다고 여러 대책들을 발표하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판교신도시 건설도 그 대책 중의 하나였고요. 하지만 오히려 강남과 분당, 용인 등 그 주변지역들의 아파트 시세만을 엄청나게 올린 상황이 되었고, 판교는 로또복권이라고 불릴 만큼 공공연한 부동산 투기장이 되어 버렸고요. 뭐가 잘못돼도 한 참 잘못된 것이지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내놓은 정부의 대안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대통령과 정부 정책담당자들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인식지점이 혹시 핵심을 비켜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누군가 농담 삼아 이야기를 하더군요. 앞으로 몇 년 후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여부가 남성의 경제적인 능력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요. 집을 구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우니 나온 말이겠지요.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자녀수가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을 나타낸다고. 정말 농담 같지 않은 말들입니다.
   
 전 오늘 아침에도 8개월 된 부른 배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였습니다. 이 아이까지 낳아 기르면서 제 일터가 있는 서울로 집을 옮겨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앞으로 몇 년은 더 부모님 신세를 져야할 것 같고, 매일 출퇴근으로 3시간이상을 소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임지순 (사무처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