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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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노무현 정부를 떠나 보내며…









필자는 중증 개혁병 환자다. 개혁피로증에 개혁무용론이 판치며 개혁은 그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현실속에서 혼자만 소리높이 개혁을 외치고 있다. 필자에게만 한국경제의 신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는 탓일까? 과거의 개혁은 잘못된 개혁이며, 그 개혁이 성과도 없이 좌초한 것은 파괴적 개혁의 결과라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필자는 새로운 창조적 개혁을 주장한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하나라도(!)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개혁을 요구해온 이론적 근거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눠보려 한다.


홍종학 교수


(경원대 경제학과,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더 이상 지켜 볼 수가 없다. 통한의 눈물을 삼키며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 한국경제의 희망을 접고, 언제 올지 모르는 진정한 개혁세력의 집권을 다시 기다리며 이별을 고해야 한다. 안녕, 노무현 정부여…


어차피 짝사랑이었다. 김영삼 정부가 그랬고, 김대중 정부가 그랬는데, 노무현 정부만이 크게 다르리라고 예상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제발 김영삼, 김대중 정부가 실패한 원인을 분석한 실패백서를 만들자던 필자의 호소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을 때부터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걸 ‘난 할 수 있다’ 증후군으로 명명해야만 했던 필자의 절박함을 권력의 단 맛에 취한 그들이 느끼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분노와 증오에 찬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정부


깍두기 머리를 하고 돌아온 대통령을 기대에 차 지켜보던 순간부터 그 이후 절망감으로 감싸일 때까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아마도 권력의 속성일 것이다. 국민들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힘을 쥐어준 그 순간, 그들은 그 국민을 잊어버렸다. 재벌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들의 거짓 공세에는 일일이 답하지만, 말없는 중소기업과 영세 상인들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잘못된 위험관리로 부실해진 카드사와 투신사는 한 푼이라도 더 회수하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지만, 그들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수없이 많은 신용불량자, 잠재적 신용불량자와 그들의 가족이 겪고 있는 극한 상황에 대해서는 애써 고개를 돌린다.


외환위기를 초래해 경제의 근간을 훼손하고, 부동산 거품, 카드 거품의 주역인 관료들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보내지만, 그들의 무능과 실정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경제로 인해 피폐해진 가계를 추스르기 위해 오늘도 한숨 속에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부패한 건설족을 두둔하기 위해 애써 시장원리 운운하는 한편, 오르는 집값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청년들과 겁에 질려 빚 얻어 집 한 채 샀다가 패가망신한 서민들의 입장은 잠시 잠깐이라도 생각해 볼 여유가 없다.


힘센 노동자들 비위 맞추기에 바빠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나머지 노동자의 삶은 애써 쳐다보지 않는다. 가진 자만을 위한 출세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교육제도를 방치하면서, 마지막 남은 희망인 자식의 성공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서민의 절망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비판하기 위해 신문의 구석구석 그리도 철저히 읽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며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수없이 많은 청년들의 분노와 증오를 읽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집권할 수 있었음이 바로 저 오장육부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증오를 승화시킨 희망 때문이었는데, 그 희망을 자신들이 철저히 짓밟고 있음을 그들이 어찌 알 수 있으랴? 그들이 개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오늘 이 땅의 분노한 국민들에게는 사치에 지나지 않음을 그들이 어찌 알 수 있으랴?


개혁은 끝났다


대안은 없다. 재벌과 부패권력을 비호하기에 바쁜 야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서민의 절망과 분노를 철저히 무시해왔다. 기득권 수호에 급급한 구태를 반복하는 작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변화의 큰 조짐은 감지하기 어렵다. 힘센 놈은 무슨 짓을 해도 내버려두고 힘없는 놈은 죽으로 가만있어야 경제가 잘된다는 천민자본주의자들의 목소리만 확대재생산하는 사회에서 희망의 빛을 찾기는 힘들다. 가슴만 뜨거운 민주노동당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기 전까지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더 지켜보는 것은 울화통 터지는 일이다.


그래도 민주화투쟁을 한 사람들인데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하며 오매불망 날짜를 세보기에 우리는 너무 영리해 졌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그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 역시 그렇게 한국경제와 함께 쇠락해 갔음을 기억할 때 그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제 그들은 터지는 문제를 수습하기에도 바쁠텐데, 언제 되돌아 볼 여유가 있겠는가? 그들 역시 김영삼, 김대중 정부와 마찬가지로 개혁정부의 이름을 더럽힐 마지막 수순을 밟는 것 외에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다. 아마 그 순간에도 남 탓이나 하겠지… 그렇게 개혁은 끝났다.


다시 목마른 기다림으로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언젠가는 진정한 개혁정부가 탄생할 것이다. 결코 포기하지 말고 하루 속히 그런 정부를 만들어내라는 시대적 소명이 있음을 감사히 여길 날이 다시 찾아 온 것이다. 그래도 저 분노와 증오는 어떡하나… (2004. 8. 10)


(이 글은 경실련의 공식적인 견해와는 무관한 필자 개인의 견해입니다.)